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하동 금오산봉수대 (2012.8.18~19) 본문
모두들 떠나고, 혼자 있게된 주말..., 에라이~ 나도 떠난다.
인생사 뜻대로 된다면 재미가 없겠지...,
갈 길은 바쁜데, 인지하지 못한 일 하나가 있어 발목이 잡혀 떠남이 다소 늦어졌다.
해넘이를 보아야한다는 심정으로 제법 열심히 달려 18시가 채 못된 시간에 진교에 도착을 했지만,
얼핏 보이는 금오산 정상은 구름에 덮혀져 있다.
구름에 뷰가 막혀 있으니 바빠질 이유가 없다.
해넘이도 물건너 갔고, 금오산이 보는 남해바다를 파인더에 담고자한 욕구도 버려야 했다.
기대치에 못미치는 현실...,
백패킹을 온것이지! 경치구경을 온 것은 아니기에,
애초의 목적대로 '낯선 바람이나 실컷 맞자'라 채념하고 진교시내를 서성이다가,
나름 공정여행을 위해 먹을 것들을 구입하고 산으로 올라갔다.
정상에 공군부대가 있어 임도가 제법 잘 유지되고 있다.
전방 5m의 시야속을 뚫고 8Km를 올라가니 해맞이공원이라 불리우는 데크가 구름속에 갖혀있다.
이게 아닌데...,
왜 왔을까...,
갈등이 인다.
사이트를 구성 할만한 자리는 이미 선착자들로 인하여 동이 났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운무속에서 뷰 타령은 헛웃음만 나오고,
더하여 떼로 온 사람들로 인하여 소음도 걱정을 해야 할 수준이고,
어제의 떠나고 싶은 갈망과, 오늘의 설레임은 사라지고, 돌아갈까? 싶었다.
그치만 방금전에 구입한 음식들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모양새도 우습고...,
마음을 비우고 터를 잡았다.
행낭을 풀고, 상한 속도 풀려고 운무속을 헤메이다 보니 어둠이 깔린다.
오늘 내 일진은 이런건가?
알콜리즘에 빠지고 싶지는 않았다.
허나, 혼자 술을 마시다 보면 상념이 된 기억들이 잊고 산 세월과 상관 없이 되살아난다.
아직도 이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음에 스스로에게 놀라기도 한다.
지금 이 산 아래에서의 기억들...,
2002년 겨울의 어느날 저녁.
산 아래 하동 금남면 어느 포구에 내가 있었다.
국회의원의 며느리로 곱게 늙은 할머니께 큰절을 하고,
그 할머니의 아들인 지인과 허름한 선창가 횟집으로 가, 바닷가에서는 취하지 않는다며 열마게 퍼마셨다.
지금도 그 포구 언덕배기 어딘가 그 할머니는 고 계실까?
사업을 접고 외국인회사에 들어갔다는 그의 소식을 풍문으로 들은지도 꽤 되었고...,
1997년 장마비 내리는 저녁.
산 아래 바다 건너 금오도에도 내가 있었다.
광양제철 사원아파트격인 목련인지? 백합인지? 아파트,
처음 간 사촌 손윗동서 집에서 좋다고 떠들어 됐던 그 여름날 저녁...,
더 이상 술을 마시면 또 어떤 기억들이 환생할지??
밖으로 나오니 이슬비 묻은 낯선 바람이 한것 불고 있다.
모두들 잠이 들었는지 조용하다.
간 밤에 구름이 걷히고 아침이 오면 해오름을 볼 수도 있겠지란 취중 긍정적 바램으로
이 생각, 저 생각 좀 하다 자고 싶었는데, 어찌나 잠을 부추기는 환경인지...,
다음날 아침,
혹시나 기대를 하고 텐트밖을 나오니, 역시나였다.
미련 없이 철수를 해 집으로 오니, 다들 아침을 먹고 있다.
내 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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