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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비박산행 (2012.9.1~2) 본문

지루한길 - 산에가는길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비박산행 (2012.9.1~2)

경기병 2012. 9. 2. 14:31

등산이 열풍을 넘어 생활이 된 요즘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은 산을 오르고 싶지 않다.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나중에 은퇴를 하게되면 남는게 시간이기에 연골도 아껴둘겸 그 때로 미뤄뒀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연골의 존재 유,무를 떠나 산이 남아 나겠나 싶어 그저 바라만 본 먼 산을 가끔은 찾기로 했다.    

사실은 심심해서 산에 간다.

 

 

단독 산행의 첫걸음을, 얼마전 조성된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제5구간(달오름길 : 배내고개~배내재~간월산~간월재)과 제1구간(억새바람길 : 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으로 정했다.

 

차후, 제2구간(단조성터길)을 탐방하여, 예전 사우회 산행에서 탐방한 제3구간(사자평억새길)과,

제4구간(단풍사색길)의 기억들과 합치면 나름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전구간을 완등한 억지춘향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늘억새길을 탐방하기 위해서는 영남알프스 주능선에는 무조건 올라야 한다.

내가 이번 산행의 시점으로 설정한 배내고개까지는 차량이동이 가능하기에 불필요한 오름산행은 미련없이 제외를 했다.

 

 

산행 일정

 

- 제1일차 (14:00) : 배내고개 이동

              (15:00) : 산행시작 (제5구간 - 4.8Km / 3시간소요)

              (18:00) : 간월재도착 (1박)

 

- 제2일차 (09:00) : 산행시작 (제1구간 - 4.6Km / 3시간소요)

              (12:00) : 영축산도착 및 점심

              (13:00) : 하산시작

              (15:30) : 신평터미널도착

 

계획은 이러했고, 14시30분 집을 나섰다.

 

 

24번국도에서 바라 본 간월산

 

 

배내고개

 

15시쯤, 산행을 시작한다.

 

 

 

 

 

시작부터 사람을 반쯤 죽여놓는 배내고개에서 배내봉으로 오르는 계단 1,535칸을 올랐다.

잠시 떡실신을 했다.

 

 

 

 

정신을 수습하고, 다소 평탄한 마룻길을 걸어나가니 봉(峰) 같지도 않은 배내봉이 나왔다.

 

 

배내봉

 

 

내가 미쳤지...,

걸어나갈수록 차를 대놓은 원점과는 멀어짐에 점점 빼도박도 못하는 심정이 쌓여간다.

 

 

 

 

 

 

 

 

 

3년여만의 산행이고, 예상치도 못한 너무 센 루트였기에 지칠대로 지쳤다.

 

간월산 정상을 300m 남겨두고 맞이한 오르막은 아파오는 무릅관절의 통증과,

20kg에 육박하는 박배낭의 무게에 견디기가 아주 힘들었다.

 

300m! 땅만 보고 걸음수를 헤아리며 산길을 올랐다.

무릅통증 때문에 보폭이 줄어더니 한 걸음의 보폭을 50Cm로 하면 600보다.

 

사력을 다해 300보를 걷고, 얼린 맥주캔으로 무릅을 마사지하고,

150보를 더 기어 올라가니 갑자기 시야에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발!!을 간절히 빌며 20보를 더 오르니...,

 

 

 

간월산 정상

 

 

 

 

무릅을 굽힐때 마다 통증이 느껴져 게걸음으로 간신히 내려오니, 운무속에 간월재가 나타났다.

 

 

간월재

 

 

누군가 철학은 사색하는 바보를 만든다고 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3시간여를 걸어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 제5구간(달오름길)을 탐방하려 하고자 한 바램은...,

두번의 심한 오르막에 사색은 커녕 아무 생각도 못한채 그렇게 끝이 났다.

 

아주 오랫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힘에 붙힌다.

고행 보다 힘든게 산행이지 않나 싶었고, 당장이라도 발길을 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간월산 정상에 오른 순간,

이 대단한? 자연과, 그 자연을 누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구지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호사에서 섣부른 치장은 바탕을 버릴 수 있기에 생략한다.라 겸손라 떨고 싶었지만...,

정말 산에 옴을 후회했다.

 

이제 더 이상 걷지 않아도 된다는 후련함을 위안 삼아, 마지막 힘을 보태어 야영 준비를 한다.

 

 

 

 

 

무릅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지금 아픈게 문제가 아니라 내일 하산이 문제다.

 

당초 계획한 내일 1구간 산행은, 배내봉에서 간월산으로 넘어 오면서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포기를 했다. 

구급함을 열어보니 다행이 로션파스가 있어, 다행이었다.

 

 

 

 

 

간월재에 어둠이 내린지 오래이건만, 띄엄띄엄 계속해 사람들이 올라 온다.

이미 올라 온 사람들의 수와 합치니 간월재데크는 어느새 북새통이다.

 

달 떶다는 말에 밖으로 나오니 잠시 운무가 걷히고 달이 보인다.

 

 

 

 

 

서울에서 온 동호회 청춘남녀들이 새벽녘까지 떠들어 되는 통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같은 바닥을 사용하는데, 그 작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머나먼 곳을 찾아 온 청춘들의 가슴은 이해가 되었지만, 떼를 지어 온 무리의 비매너에는 상당히 불쾌감이 인다.

 

 

득븐에 또 남은 술을 마셨다.

술 기운에 듣는 그들의 소음이 좀 재미있다.

젊다는 것! 그래 청춘이다.

부럽다.

 

 

그렇게 술기운에 선잠이 들고나니,

이번엔 엄마 아빠 따라 온 어린 아이들이 일찍 재워져서 그런지 여덟시가 채 안된 시간에 일어 나 재잘된다.

 

 

그래 안잔다 안자! 

그리고서 텐트의 지퍼를 여니..., 

 

 

간월산 뷰

 

배내골 뷰

 

신불산 뷰

 

 

 

산에서 맞이하는 일요일 아침의 햇살이 죽인다.

어제의 고행생으로 지금의 이 햇살속에 있게 되었다. 

 

 

 

 

 

 

당초 계획은 9시경 간월재를 출발 해 제1구간(억새바람길 : 간월재~신불산~신불재~영축산)을 탐방하고

통도사쪽으로 하산을 하고자 했으나,

아픈 무릅으로 1000m이상의 산 두개를 오르내리는 짓은 무리이고 또한 행하기도 싫었다.

 

하산길은 자칭 영남알프스 전문가인 차소장에게 전화를 넣어 물어니 등억임도로 내려 오는게 가장 빠르단다.

 

 

 

 

 

 

 

 

두시간,

미칠것 같은 지루함과 무념에 도달된 뇌로 을 내려왔다.

 

차를 대놓은 배내고개로 가기 위해 택시를 불렀다.

남은 피곤 해 죽겠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대꾸도 않는데 지 혼자 시부린다.

 

 

 

 

 

집으로 돌아오니 13시30분쯤이었다.

 

샤워를 하고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니 멍하다.

무다이 산에 쳐갔다가 녹초가 되어 온 기분도 들었다.

 

사람들은 왜 산에 갈까?

사람들은 왜 떼거지로 산에 갈까?

 

당분간 이런 개상고생은 두번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