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양산 대운산자연휴얌림 (2012.5.9~10) 본문
죽을 병은 아니지만, 얼마전부터 일정기간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그로해서 술을 마시지 못했고, 때문인지는 몰라도 몇 일 동안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숲에서 잠이나 실컷 자다오자는 심정으로 토요일 새벽 대운산자연휴양림으 갔다.
어제 저녁에 분명 비가 내렸는데, 허허~ 뭔 사람들이 이래 많이 와 있노??
장비를 옮기고 설치를 하고나니, 밤새 한잠도 못잔 몸은 넉다운이 되었다.
숲에 누워 잠이 오기를 기다린다.
피톤치드가 나를 낫게 할것이고, 새소리와 물소리가 나를 푹 자게 할 것이란 기대에 눈을 감았다.
근데, 정체 모를 동물의 새끼 울음소리가 들린다.
뱀이 둥지를 넘보는지? 못된놈의 손목이 쳐놓은 올가미에 착한놈의 발목이 걸렸는지?
잠은 오려 하는데 귀는 아련한 울음소리에 쫑긋해지고...,
잠이 안 올때를 대비해, 책꽂이에 십년 동안 미동 없이 박혀있던 두권의 책을 가져 왔다.
역쉬~ 책을 펴는 순간 잠이 솓아졌다.
한 잠 푹 자고 일어나니 데크의 주인들이 바뀌었는지 텐트의 색이 변해 있다.
배가 고프다.
시계를 보니 13시30분, 그리고 숲에는 돗자리, 삼겹살, 불판, 소주가 많이들 와 있었다.
반면에 내가 가지고 온 먹거리들의 꼬라지를 보니, 나갔다 오지 않을 수가 없다.
10분거리 덕계로 나가 도시락을 사오니 내 텐트 앞에도 텐트가 쳐져 있다.
오랫만에 마신 소주 때문인지 또 잠이 온다.
상을 물리고 누우니 앞집 텐트 내외의 대화가 솔바람을 타고 조곤조곤 들린다.
평일 오전의 라디오를 듣는듯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리얼했다.
두번째 기절후 정신을 수습하니 숲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안 올거가?
어!
사이트들 마다 랜턴의 은은한 불빛 아래에서 버너는 불판을 달궈고, 불판은 고기를 익히고, 고기는 술에 쩔고 있다.
약을 먹을까? 술을 먹을까?
이후, 아주 고통스러웠다.
두번의 기절은 세번째 기절을 불러 오기에는 그 역량이 딸렸고,
일요신문이 없어 대신 싼 시사한국은 20분도 지나지않아 마지막 지면에 다달았고,
끼지 못한 술판에서 들여오는 박장대소는 은근 염장을 뒤틀리게 하고,
소주와 삼겹살에 떡실신을 한 아래 사이트 아자씨의 코곯이는, 그 색히 숨 넘어갈까봐 걱정이 되어 잠까지 들지 못했다.
새벽1시쯤 삼겹살이 자면서 소화가 되었는지? 놈의 코곯이는 잦아들었고,
대신 뻐국기인지 부엉이인지 둘중에 하나가 울어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에서 꿈 없이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일요일을 맞이한 삼겹살, 불판, 소주들이 휴양림을 찾기전에 서둘러 짐을 챙겨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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