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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정동진 본문

살다보면 - 픽션은없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정동진

경기병 2021. 2. 23. 09:49

살다보면 이유도 없이 또 그 곳에 와 있는 나와 마주한다.

 

그 곳에 온 나는,

옆에 가족들이 있음에도, 홀로 그 곳을 찾아 간 그 때가 사뭇 그리워진다.

 

그리움이 있어야 산다.

살다보면 그리움보다 더 진한 것은 없더라~ 

 

 

스치고 지나온 날들에서,

그리워진 것은 그 곳에서의 나였다.

 

언젠가는 그리워질 엄마가 먼 훗날에 생각이 나면,

그 곳에 가면 엄마가 있을 것 같아, 오늘은 제발 쫌 집에 있자는 엄마를 데리고 바다로 갔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정동진 (2021.02.20) 

정동진역에서 바라 본 바다

 

 

처음엔 울진의 죽변항까지였다.

항의 남루한 식당이 물메기탕과 생선찌개를 잘한다길래...,

 

 

 

망양휴게소 직전

 

죽변항 입구

 

남해안에 가면 그 길에서의 내가 그리워지고,

동해안에 오면 이 길에서의 내가 그리워지는 마음 듦이 좋다.

 

 

 

 

 

 

 

포스팅을 위해서라면,

맛대가리가 없어도 맛대가리가 있는 식당으로 둔갑이 되는 작금이다.

 

그런 무개념들이 등재를 시킨 포스팅에 가끔은 낭패를 보지만,

죽변항에서의 오늘은 흡족한 맛이었고, 죽변항에 또 와야 할 이유가 되었다.

 

 

 

죽변등대 - 1

 

죽변등대 - 2

 

죽변항

 

죽변등대로 가 십여분을 머물렀다. 

 

먹고자 한 밥으로 위도 채웠고,

다시 보고자 한 바다와 등대로 뇌도 만족을 했는데, 집으로 돌아가자니 뭔가 공허하다.

 

사람에게는 유형의 신체 부위들도 있지만, 무형의 부위들도 있다.

오장육부, 눈, 뇌 따위는 상대가 안되는 부위, 그 부위가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본 바다를 좀 더 보여줄라는데, 어떼?

그래라~

 

 

 

고포마을

 

 

 

고포마을 안길을 관통해 해안으로 내려오니 강원도였다.

그래도 무형의 부위는 채워지지 않았다.

 

내가 본 바다를 계속해 보여줄라는데, 어떼?

그래라~

 

 

 

 

 

7번국도와 강원도,

부산에 살아 좋은 이유를 꼽으라면, 그 하나는 분명 7번국도를 따라 강원도로 갈 수 있음이다.

 

수십번을 반복한 여정이었지만,

인타발은 그 수십번에도 늘 설레임을 안긴다.

 

인타발을 두지 못 해 강원도로 가는 7번국도가 설레이지 않는다면, 77번국도를 따라 목포로 가면 된다.

삶은 한창이고, 삶은 바다에 있다.

 

 

 

 

 

금진항 가는 길

 

금진항 가는 길

 

나는 차를 몰고 정동진에 가 있을테니, 너는 엄마와 함께 부채길을 걸어서 온나?

당연 차창뷰 여행자들은 난색을 표했다.

 

 

 

 

 

 

 

살다보면 이유도 없이 또 그 곳에 와 있는 나와 마주한다.

 

당췌 정동진에 몇 번을 오게 되는지?

몇 번을 왔지만..., 그 몇 번에 엄마는 없었다.

우선 순위 1번이어야 할 엄마와 이제야 비로소 정동진에 왔다.

 

자식새끼 낳고 키워 남들 좋은 일 다 시킨 엄마는 팔순이 넘어서야 정동진에 왔다.

미안~

 

 

 

 

 

 

 

나는 차를 몰고 강릉역에 가 있을테니, 너는 엄마와 함께 기차를 타고 온나?

의외로 그러겠다는데, 이런~ 강릉행 기차가 십분전에 떠났단다.

 

잠시 혹들을 떼내고 혼자만의 길이었던 길에 있고 싶었는데...,

 

 

 

함정전시관

 

안목해변 (강릉카페거리)

 

215km 죽변항까지의 북상이 우째하다보니 333km 경포대까지 올라갔다.

 

해는 지고, 엄마의 가방에는 내일 아침약이 없다.

심정 같아서는 더 북상을 해 어둠 내린 속초시내를 셋이 떠돌고 싶었는데...,

 

 

 

개 맛도 없는 초당순두부

 

이걸 또 뭇네...,

그 봐라 오래 살면 또 뭇는다 아이가..., 앞으로 한 열 번은 더 뭇자!!

 

그랬는데, 두 번째 먹는 찌개도 국도 아닌 두부는 개 맛도 없다.

땔챠뿌고 먼저 나와 솔향 강릉에다 제주공항면세점에서 싼 에쎄라이트 연기를 내뿜었다.

 

아무 맛도 없는 순두부를 꾸역꾸역 먹고 있는 혹들을 본다.

저, 저, 저..., 집에 갈라하면 4시간은 디지도록 처내려가야 하는데, 우째 저래 안나오노~

 

"여서 집까지 얼마나 걸리노?"

"네시간!"

 

혹들은 기절을 했고,

나는 좋다고 북상을 한 만큼 죽도록 처밟아 밤의 7번국도를 남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