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정동진 본문
살다보면 이유도 없이 또 그 곳에 와 있는 나와 마주한다.
그 곳에 온 나는,
옆에 가족들이 있음에도, 홀로 그 곳을 찾아 간 그 때가 사뭇 그리워진다.
그리움이 있어야 산다.
살다보면 그리움보다 더 진한 것은 없더라~
스치고 지나온 날들에서,
그리워진 것은 그 곳에서의 나였다.
언젠가는 그리워질 엄마가 먼 훗날에 생각이 나면,
그 곳에 가면 엄마가 있을 것 같아, 오늘은 제발 쫌 집에 있자는 엄마를 데리고 바다로 갔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정동진 (2021.02.20)
처음엔 울진의 죽변항까지였다.
항의 남루한 식당이 물메기탕과 생선찌개를 잘한다길래...,
남해안에 가면 그 길에서의 내가 그리워지고,
동해안에 오면 이 길에서의 내가 그리워지는 마음 듦이 좋다.
포스팅을 위해서라면,
맛대가리가 없어도 맛대가리가 있는 식당으로 둔갑이 되는 작금이다.
그런 무개념들이 등재를 시킨 포스팅에 가끔은 낭패를 보지만,
죽변항에서의 오늘은 흡족한 맛이었고, 죽변항에 또 와야 할 이유가 되었다.
죽변등대로 가 십여분을 머물렀다.
먹고자 한 밥으로 위도 채웠고,
다시 보고자 한 바다와 등대로 뇌도 만족을 했는데, 집으로 돌아가자니 뭔가 공허하다.
사람에게는 유형의 신체 부위들도 있지만, 무형의 부위들도 있다.
오장육부, 눈, 뇌 따위는 상대가 안되는 부위, 그 부위가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본 바다를 좀 더 보여줄라는데, 어떼?
그래라~
고포마을 안길을 관통해 해안으로 내려오니 강원도였다.
그래도 무형의 부위는 채워지지 않았다.
내가 본 바다를 계속해 보여줄라는데, 어떼?
그래라~
7번국도와 강원도,
부산에 살아 좋은 이유를 꼽으라면, 그 하나는 분명 7번국도를 따라 강원도로 갈 수 있음이다.
수십번을 반복한 여정이었지만,
인타발은 그 수십번에도 늘 설레임을 안긴다.
인타발을 두지 못 해 강원도로 가는 7번국도가 설레이지 않는다면, 77번국도를 따라 목포로 가면 된다.
삶은 한창이고, 삶은 바다에 있다.
나는 차를 몰고 정동진에 가 있을테니, 너는 엄마와 함께 부채길을 걸어서 온나?
당연 차창뷰 여행자들은 난색을 표했다.
살다보면 이유도 없이 또 그 곳에 와 있는 나와 마주한다.
당췌 정동진에 몇 번을 오게 되는지?
몇 번을 왔지만..., 그 몇 번에 엄마는 없었다.
우선 순위 1번이어야 할 엄마와 이제야 비로소 정동진에 왔다.
자식새끼 낳고 키워 남들 좋은 일 다 시킨 엄마는 팔순이 넘어서야 정동진에 왔다.
미안~
나는 차를 몰고 강릉역에 가 있을테니, 너는 엄마와 함께 기차를 타고 온나?
의외로 그러겠다는데, 이런~ 강릉행 기차가 십분전에 떠났단다.
잠시 혹들을 떼내고 혼자만의 길이었던 길에 있고 싶었는데...,
215km 죽변항까지의 북상이 우째하다보니 333km 경포대까지 올라갔다.
해는 지고, 엄마의 가방에는 내일 아침약이 없다.
심정 같아서는 더 북상을 해 어둠 내린 속초시내를 셋이 떠돌고 싶었는데...,
이걸 또 뭇네...,
그 봐라 오래 살면 또 뭇는다 아이가..., 앞으로 한 열 번은 더 뭇자!!
그랬는데, 두 번째 먹는 찌개도 국도 아닌 두부는 개 맛도 없다.
땔챠뿌고 먼저 나와 솔향 강릉에다 제주공항면세점에서 싼 에쎄라이트 연기를 내뿜었다.
아무 맛도 없는 순두부를 꾸역꾸역 먹고 있는 혹들을 본다.
저, 저, 저..., 집에 갈라하면 4시간은 디지도록 처내려가야 하는데, 우째 저래 안나오노~
"여서 집까지 얼마나 걸리노?"
"네시간!"
혹들은 기절을 했고,
나는 좋다고 북상을 한 만큼 죽도록 처밟아 밤의 7번국도를 남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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