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한산도 추봉도 본문
영일만에서 북동쪽으로 210km 떨어진 그 섬으로 가고자 했지만,
세 번째 확진자 발생에 따른 방문자제 요청이 있었고, 섬의 부탁을 받들 수 밖에 없었다.
모니터에 지도를 띄우고,
엄마의 탐방 여건이 수용되는 섬을 찾고자 부단히 마우스를 움직였지만,
왕복 700km여를 운전해 다도해라 불리우는 전라남도 서남권역으로 가지 않는 한 엄마에게 보여줄 바다는 없었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한산도 추봉도 (2021.03.13)
갈 때의 서너시간은 해후의 들뜸으로 운전을 하지만,
올 때의 서너시간은 돌아감의 공허함으로 달리는 어둔운 밤의 고속도로였다.
나도 나이가 있는데...,
매주 그 지랄은 할 수 없어, 이번 주말에 갈 바다를 통영에서 찾고자 했다.
해가 바뀌었고,
먼 여수는 두 번을 갔지만, 가까운 통영은 한 번을 가지 않았다.
수백 번도 넘게 간 통영이었고, 샅샅이 훑다 못해 다 디진 통영이었다.
통영(고성)반도와 미륵도의 해안지선을 다 걸었고,
통영바다에 떠 있는 여럿 섬들 또한 일주의 트레킹을 했다.
그러고도 부족해 사량도(상,하도), 욕지도, 한산도, 추봉도는 엄마와 같이 또 한번 탐방을 했다.
한반도 근해의 섬들은 해상교량으로 80%이상 연륙화가 이뤄졌고,
해상교량을 통한 연륙화의 한계도 작금에는 해저(침매)터널로도 그 연장을 늘릴 수 있다.
허나, 섬 탐방은 그래도 뱃길이 제격이다.
엄마는 배를 타고 가는 섬 탐방을 좋아했고, 통영바다를 가로지르는 항로가 최고라 했다.
예전에는 충무교와 통영대교 하부를 지나는 통영운하로도 항로가 있었지만,
지금은 미륵도 동측수역으로 빠져나가는 항로만이 통영항여객선터미널을 출항하는 여객선들의 유일한 항로이다.
선착장은 해당 섬과 가장 가까운 뭍에 입지를 하기 마련이다.
욕지도와 미륵도 남부해역 섬들은 미륵도내 삼덕항과 달아항이,
사량도는 도산반도의 가오치항이 각각의 섬들을 운항하는 여객선들의 모항이 되었다.
통영항여객선터미널을 출항하여 미륵도 동측수역으로 빠져나가는 항로를 이용해 갈 수 있는 섬들은,
이제 한산권역과 욕지권역의 몇몇 섬으로 축소 되었다.
출발을 할 때의 오늘 탐방섬은 연화도였지만,
김밥집에서 앞선 줄의 어떤 년놈들이 각기 1줄씩의 김밥을 종류별로 쳐사는 바람에 20여분의 시간을 날렸다.
득분에 12시15분 연화도로 가는 2항차 차도선은 삼덕항 도착 10여분전 항을 떠났다.
그러고나니 갈 섬은 한산도뿐이었다.
에라이~ 잘 됐다.
또 가는 한산도이지만, 그 뱃길은 엄마가 좋아하는 항로다!
다 좋은데, 중국이 문제였다.
녹화를 않는 중국의 황사, 아직도 원시적 난방을 하는 중국의 미세먼지, 때문에 맑아도 맑지가 않다.
한반도에 사는 모든 안구를 가진 동물은 백내장수술을 할 이유가 없다.
하나 안하나 뿌였기는 마찬가지이다.
중국이 문제다!
제승당항 접안과 동시에 그대로 차를 몰아 한산도 중심지 진두에 도착을 했다.
항로에서의 통영바다를 보고자 온 섬이었기에 딱히 할 일이 없다.
항의 귀퉁이에 자리를 펴고 막걸리 한 사발을 마셨다.
추봉도로 가자!
추봉도 동단에는 곡룡포란 아담한 포구마을이 있다.
왠지모를 포구의 끌림이 또 추봉교를 건너게 했다.
아니다, 갈 곳이 없어서였다.
언제부터 생겼고, 언제부터 중단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이 곳 추봉도 동단의 곡룡포와 거제도 남단의 저구항을 연결하는 6km 남짓의 항로도 있었다는데...,
객 없는 항로엔 오가는 배도 없었다.
15시 추봉도를 나왔다.
섬이지만, 뭍이나 다름 없는 거제도로 간다.
한산도 소고포에서는 거제도 어구로 가는 차도선이 있다.
31살에 이 배를 탔었다.
나도 늙었고 배도 늙었지만, 나 보다 배가 조금 더 늙어있었다.
배는 성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 왔지만, 나는 그렇게 성실하지도 않았고 때론 주어진 일에 요령도 피웠다.
성실히, 열심히, 꾸준히..., 이런 멍청한 삶의 자세는 늙음을 가속화 시킬뿐이다.
15시50분, 수백 번을 아니, 아예 산 적이 있는 거제도로 왔다.
일단은 산달도로 들어가 가끔 그 맛이 그립다던 원을 풀어주고,
거제도 남동부해안을 돌아 거가대교를 건너 집으로 갈 것이다.
연륙교가 놓여지면, 우쨌던간에 들락날락한다.
그 첫번째는 설렘으로 들어서지만,
그 두번째부터는 그냥 그렇게 들락날락이 된다.
간 집을 또 가면 그 맛이 그 맛이 아니다.
새치 혀는 처음 맛의 기억을 절대 더덤어내지 못한다.
그래도 내 엄마를 기억해주는 그 마음씀이 고마웠고,
그래서 머슴량의 1인분을 억지로 억지로 다 먹어야 했다.
산달도를 일주하고, 저구항으로 차를 몰았다.
거제도 남부해안의 으뜸은,
단언컨데 홍포에서 여차해변으로 넘어가는 1018지방도 미포장구간에서 바라보는 바다다.
홍포전망대에 올라 한참을 바다와 섬을 보는 엄마를 본다.
엄마는 이 곳에 여러번을 왔다.
또 와, 또 보고 있지만,
절대 아쉬움은 두지 마라!
이 바다와 이 섬은 앞으로도 주구장창 계속 봐야한다!
이 말이 하고 싶었지만..., 검지를 펴 엄마의 눈동자를 매물도로 돌렸다.
다음은 저 섬이다! 이 말만을 했다.
재탕이지만, 각기 다른 항로를 이용한 일일 일행사도의 여정이었다.
엄마에게 추억은 기억일뿐이다.
내게 추억은 회상일뿐이다.
엄마의 기억과 나의 회상에 존재할 섬들이 아직도 무수히 있기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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