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라리가 났네 - 위양지 & 밀양아리랑시장 본문
시월 첫 번째 삼일연휴의 세째 날,
어제 600여km 보성만 행차에 다소 진이 빠졌다.
멀기도 했지만, 길도 더럽게 밀렸다.
갈라면 가까운데로 좀 가자!
엄마의 엄명에 따라 지도를 긁적이다가, 근동에 있어 등안시한 박(朴)씨들의 본토를 찾아 길을 나섰다.
아라리가 났네 - 위양지 & 밀양아리랑시장 (2021.10.4)
밀양은 6.25동란 전, 대전에 버금가는 인구를 가진 고장이었다.
허나 산업화에 뒤쳐진 결과 현재는 시(市)의 인구기준인 10만명 유지도 급급한 소도시로 전락했다.
울산에서 함양을 거쳐 군산으로 이어지는 14번 고속국도가 조속히 완공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부산에서 군산을 가자면 둘러가는 거리가 너무도 멀다.
빨리 14번 고속국도 전구간이 개통되어 군산 아니, 서해로의 진출이 잦아지기를 갈구한다.
동,서화합이고 나발이고는 모르겠고...,
12시쯤 밀양에 들어섰다.
한국 3대누각 중 하나인 영남루를 무시하고 곧장 부북면의 위양지로 갔다.
청춘들의 인생샷질이 남발하는,
고인물 썩고 있는 촌구석 못 참음의 이유는 엄마의 산책 도모에 있다.
못 가운데 정자 한 채가 고즈넉하게 자리해 있었다.
반상의 법도를 유지시키며 인류애라고는 모르는 색히들이 민초들을 박해한 대표적 산물이 정자다.
나는 조선의 선비와, 그들의 사상과 사대에 환멸을 느낀다.
특히, 풍광이 좋은 곳에 어김없이 들어 서 있는 그들만의 유흥정자를 접할때에는,
당장에 박살을 내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힌다.
다 때려뿌쑤기 전에 갑시다.
밀양에는 한국 3대 정자(촉석루, 광한루, 영남루)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 3대 아리랑시장(진도, 정선, 밀양)도 있다.
영남루는 안가더라도 시장은 간다.
엄마는 또 콩나물부터 샀다.
나는 콩나물이 든 까만봉지를 들고 시장을 서성인다.
밀양...,
마을 뒷산으로 송전선로가 지난다고 하자,
밀양 사람들은 '너거 쓰는 전기 왜 우리 땅을 지나느냐며, 할머니들은 옷까지 벗어가며 그 설치를 방해했다.
밀양...,
영남권역의 신공항 입지를 두고 부산의 가덕도와 밀양의 하남이 치열한 유치전을 펼쳤다.
다 같은 국가 인프라시설인데...,
어쩌면 송전선로가 공항보다는 더 피해가 없는데...,
그런 오만과 아집이 오늘의 밀양의 초상이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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