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 본문
거는 뭔데..., 하면서도 자꾸만 거기가 끌렸다.
거가 멀어서...,
울진으로 가자니, 강구까지의 7번국도 그 난잡스런 길이 떠올라 당장에 포기가 된다.
거가 멀어서,
욕지도로 가자니, 어제 간 통영을 오늘 또 갈수는 없었다.
에리아~ 모르겠다.
언젠가는 갈 거라서 오늘 거나 갈란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 (2021.11.28)
거를 가고자 11시쯤 집을 나섰다.
동해, 남해고속도로에 비해 아직은 덜 지겨운,
울산, 경부, 상주~영천간,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그 곳으로 간다.
아주 예전에 제천에 한 번을 왔었다.
가고자 했어 간 제천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간 제천었다.
아주 예전에 23시쯤에 부산에서 청량리로 가는 열차가 있었다.
목적지는 단양이었는데, 술이 떡이 되어 열차를 탔고 일어나니 단양역을 지난 제천역이었다.
할 수 없이 제천역 앞 허름한 여인숙에서 남은 잠을 쳐자빠져자고 다음날 아침에 단양으로 내려갔다.
14시쯤, 청풍대교를 건넜다.
호반의 산골에 소답하게 사는 사람의 집들에 정감이 느껴진다.
엄마는 처음엔 여가 바다가? 했다가, 내가 웃으니 강이가?로 다시 물었다.
대답 대신에 비봉산 정상에 우뚝 선 상부역사를 가르켰다.
저를 간다!
엄마의 여행은 가급적 당일이 원칙이다.
말이 강릉이고 목포지..., 거를 당일로 갔다올려면 갈 때 네시간 올 때 네시간 사람 죽는다.
그래도 가끔은 낯설고 먼 곳을 찾아 떠난다.
다시 본 풍경보다는 처음 본 풍경이 세월을 붙잡는다.
모처럼 낯선 풍경속으로 왔다.
충주에서는 충주호, 제천에서는 청풍호로 불리우는 이 곳에 오늘 옴은,
하늘길을 올라 비봉산 정상에서 청풍호(제천이나까...,)를 내려다 보고자 함이다.
4,000명이 훌쩍 넘었다는데..., 사람이 많다.
그 중에는 관광버스를 타고 온 떼거지들과, 또 그 중에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이들도 있다.
이 곳은 서울에서 한시간반 거리다.
수도권과 가까워질수록 질서는 사라지고 무개념들은 많아진다.
앞선은 아기를 안은 젊은 부부고, 뒷선은 술 취한 떼거지 중년들이다.
엄마를 앞에 서게 하고 나는 엄마와의 간격을 늘렸다.
15시쯤, 해발520m? 충주호 수면이 감싼 비봉산 정상에 올랐다.
발 아래, 산 빼고는 모두 인간이 만든 충주호 풍경에 뇌에 일시정지를 눌렀다.
바다가 그립지 않은 풍경이었다.
엄마는 사진속에 자신을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 역시도 풍경에 나를 묻히는 희화화는 가급적 하지 않는다.
오늘 내가 본 풍경이 마음에 담아지면 그만이다.
벌써 마음에 풍경이 담아졌는지? 엄마가 5분을 머물지 못하고 내려가자고 한다.
제천시내를 둘러 집으로 가기로 했다.
때마침 제천역전(한마음)시장 장날이었다.
시장 꼬라지 개판이었다.
도로를 점령하고 열리는 오일장이라 그런지, 행정의 수혜는 커녕 관리도 못받는 장터였다.
장 꼬라지에 기겁을 해,
우리동네 가서 사자고 했지만, 엄마는 비좁은 인파속을 뚫고 찹쌀과 감자 등을 샀다.
의림지 야경이 좋다던데...,
날이 저무니, 의림지고 나발이고 먼 집이 그리워진 엄마는 곧장 집으로 가자고 했다.
맞다!
다 채우는 여행은 꼴사납다.
남겨두기 보다는 알찬 여행이 아니길 바라면서..., 이쯤에서 제천을 떠나는게 맞다!
네이비에 집구석을 치니, 274km가 찍혔다.
그 쯤이야~ 열라게 쳐달을 해 집에 도착을 하니 채 20시가 안된 시각이었다.
왕복 500km를 넘기고 돌아온 여정에서는 반드시 뒤풀이가 수반되어야 한다.
포장해 온 물회를 안주로 혼술을 마시며 8시뉴스를 보는 데...,
통영욕지섬모노레일이 탈선을 해 탑승객 전원이 중상을 입었다는 보도에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 하늘이 도왔구나! 싶었다.
발생시간을 유추하니 삼덕항에서 11시 혹은 12시 항차의 흐름이었다.
그래도 엄마와의 하늘길은 이어나갈 것이다.
난 알프스 산악국가 오스트리아가 한반도 상공에 단 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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