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본문
예약된 시간보다 30분을 일찍 도착했고,
예약된 시간보다 60분이 지나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수반되는 모든 행위들을 다 마치고 병원을 나서니 13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하늘을 보니 하늘이 참 좋다.
에라이~ 시발, 오늘 회사고 나발이고는 안들어 갈란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영남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 (2021.11.04)
호전이 되고 있다는 말에 엄마는 더 없이 편안해졌고,
호전이 되고 있는 영상자료들을 두 눈으로 확인한 나 역시도 엄마 만큼이나 편안해졌다.
신이나 뷔폐로 갔다.
닥치는대로 막 먹을려다가 암(癌)자에 입이 세개라는 생각에 각자 한 접시만을 비웠다.
'내 데부다주고 어서 회사가라'
'안가도 된다'
'오늘 삼랑진 장날인데 장이나 보러 가자!'
시골 오일장은 해가 조금만 기울면 파장이다.
다행히 송지시장에 도착을 하니 해가 기울어 질랑말랑이었다.
주차장에서 한 대 피우고 있으니,
금새 장을 본 엄마가 까만봉다리 몇 개를 들고 낑낑대며 오고 있었다.
'무시를 뭐하러 이마이 샀노?'하고 물으니, 굴 깍뚜기 담을라고 샀다고 했다.
엄마의 숨 찬 얼굴에 묻은 일상의 표정이 참 소중한 요즘이다.
다소 피곤했는지, 룸밀러를 보니 엄마가 자불고 있다.
차선을 요리조리 바꾸며 브레이크를 살짝살짝 밟아 엄마를 깨웠다.
'엄마 저 산 꼭대기에 단풍보러 가자!'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꽉 차 있었다.
그래도 평일이라서 별 기다림 없이 영남알프스 서부능선으로 오를 수 있었다.
투병중인 팔순의 노모와 함께 만추의 영남알프스 서부능선을 오른다.
가을, 단풍, 만추, 이런 것들은 중요치 않다.
산잠을 자고자 올랐던 산, 이런 기억 역시도 지워진다고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엄마만 있음 그게 다임을 이제 안다.
16시쯤 상부역사에 내렸다.
2층의 야외데크로 나가니 산 아래 광활한 풍경이 가을에 물들고 석양에 물들고 있었다.
아. 높. 다.
데크 난간에 기대어 선 엄마가 청춘이 되어 가을에 머문다.
엄마에게도 이럴 땐 커피가 필요할 것 같아 3층의 매점으로 가 유일하게 파는 아메리카노 두 잔을 사왔다.
내 딴에는 넣는다고 넣었는데도 시럽의 량이 적었는지 씁다며 마시질 않는다.
산에 버리면 안될 것 같아서 두 잔을 연거푸 마셨다.
밤에 잠이 안와 미치는 줄 알았다.
평일이지만, 가을이라 그런지 의외로 산객들이 많았다.
시나브로 해가 지는 시간,
승무원이 양보한 의자가 있어 다행인 북새통의 하행을 타고 무사히 하부승강장으로 내려왔다.
깊어지는 가을날,
아주 오랫만에 영알의 능선에 올랐고,
그 곳에서 엄마와 함께 발 아래 산하만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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