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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명량 해상 케이블카 본문

한국삭길 - 하늘풍경길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명량 해상 케이블카

경기병 2021. 10. 12. 14:51

댕기다 보면...,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그 곳들이 마음에 자리해 있다.

 

동녘바다에서는 속초가, 남녁바다에서는 서귀포가, 서녘바다에서는 목포가 그러했다.

여수처럼 시도때도 없이 드나들면 그 그리움은 사라질테지만, 그 곳들은 너무도 멀리에 있어 지속이 된다.

 

 

시월 두 번째 삼일연휴의 둘째 날,

천상 목포나 한 번 갔다와야지 싶었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명량 해상 케이블카 (2021.10.10) 

명량해상케이블카내에서 마주한 명량

 

 

 

목포! 참 더럽게 먼 곳이다.

 

두 시간여 섬진강휴게소까지는 닥치고 쭉 가야한다.

광양에서 남해고속도로 1구간(부산~순천)을 빠져나와 순천에서 2구간(순천~영암)을 갈아타고,

내 삶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보성, 고흥, 장흥, 강진, 해남, 영암을 차례대로 스쳐야만이 목포에 닿는다.

 

 

 

 

 

 

 

14시20분, 340여km를 달려 목포에 들어섰다.

 

일단은 밥부터 먹자!

 

목포는 백반이 유명하다고 했다.

그 중 최고라는 집구석을 찾았지만, 재료가 소진되어 장사가 끝났다고 했다.

 

 

 

 

 

가성비 갑이고 참 잘하더라~

 

 

 

올해 목포에 세 번을 오게 되었다.

 

1월1일에는 근대역사관 주변을 둘러본뒤, 철부선을 타고 다이몬드제도 갔다.

7월4일에는 진도에서 증도로 가는 길에 그저 지나기만 했을뿐이었다.

 

오늘은 백반도 먹었고, 유달산에서 삼학도도 내려다 볼 것이다.

 

 

 

 

목포 북항(노을공원)에서 본 압해대교

 

목포 북항(노을공원)에서 본 율도와 달리도

 

목포 북항에 정박된 철부선들

 

 

 

유달산으로 가는 길,

사람만큼이나 차들도 많고 너무도 번잡스럽다.

성격상, 방역상, 이래저래 안가는 것이 상책이다.

 

유달산은 목포대교에서 보면 될 것이고,

쳐녀 셋이 총각 하나를 사모하다가 셋다 학이 되었다는 괴설의 섬은 본들안본들이라 오늘도 무시다.

 

북항 주변을 조금 서성이다가 목포대교를 건너 버렸다.

명량으로 간다.

 

 

 

 

목포대교

 

영암금호방조제 (산이교)

 

 

 

 

일전에 저녁을 먹고 거실 쇼파에 나자빠져 테레비를 보고 있는 데, 엄마가 다가 와 말했다.

그 때 우리 간 데 케이블카 테레비에 나오더라~

 

어디를 말하는지...,

그러다가 곰곰히 생각을 해 보니 엄마는 명량을 말하고 있었다.

 

그 때 삭도공사가 한창이더니..., 드디어 다 쳐만들었구나~ 싶었다.

 

 

 

 

 

 

 

하튼 전라도는 전라도다.

 

삼도수군통제영(통영) 산하의 전라좌수영(여수)과 전라우수영(해남)은 이리도 번창한데,

통영과 부산(경상좌수영)은 당췌 뭘 하는지?? 심히 유감이다.

함대사령부가 해작사를 능가하는 꼴에 학을 뗀다!

 

 

 

 

 

 

 

소인배는 출렁다리를 놓고, 대인배는 삭도를 놓는 작금이다.

 

바다가 있는 지자체들의 해상케이블카 향연이 한반도 량의 바다에서 치열하다.

바다위에 줄을 건건 여수가 처음이었고, 그 다음이 부산, 그리고 사천, 목포, 삼척, 울진 등이 뒤를 따랐다.

그리고 해남과 진도가 명량(울돌목)에 줄을 걸었다.

 

엄마는 십여년 전에 '여수해상케이블카를 탔고,

오늘 팔십둘에 '명량해상케이블카'를 탑승하고자 이 곳으로 왔다.   

 

 

 

 

 

 

 

회오리치는 바다위에 걸린 줄을 타고, 엄마와 진도로 간다.

 

 

 

 

진도행 - 1

 

진도행 - 2

 

2021년 10월 10일 17시20분쯤에 본 명량

 

 

 

예상과는 달리 한산한 승강장에서 티켓팅후 곧장 케이블카를 탔다.

 

명량의 하늘에 엄마와 나란히 앉았다.

명량을 내려다 보는 엄마를 본다.

 

 

말년휴가를 나와 집 어귀에 다달으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엄마의 뒷모습이 보였다.

내가 뒤에서 따라오는지도 모른 채, 힘 없이 집으로 걸어가는 그 뒷모습이 너무도 시렸다.

 

 

그 날처럼 해가 진다.

하지만, 오늘은 해지는 바다에서 엄마와 나란히 앉았다.

 

삶은 숭고했고,

숭고한 세월의 처량했음을 아는 나는, 반드시 그 세월을 보상해줘야 함이 맞다.

 

 

 

 

명량대첩승전광장에서 내려다 본 명량(울돌목)

 

불멸의 삼도수군통제사

 

 

 

진도에 왔는 데, 커피라도 한 잔 할래?

커피는 무슨, 밤에 잠 안온다!

 

진도 도착후 3분이 지났다.

회오리치는 바다위에 걸린 줄을 타고, 엄마와 해남으로 간다.

 

 

 

 

해남행

 

울돌목 회오리

 

 

 

빈약한 재정자립도를 가진 두 기초자치단체가 명량에 건 줄에서, 

처음엔 조금 겁이나 오십이 넘은 아들이 '엄마야'하니 팔순을 넘긴 엄마는 '와' 했다.

 

급하면 엄마부터 찾고, 아직도 기댈 곳은 엄마밖에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