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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멀리 떠나고 싶어 간 - 2023 설날 동해 최북단 여행기 본문

일박이일 - 짐싸여행기

멀리 떠나고 싶어 간 - 2023 설날 동해 최북단 여행기

경기병 2023. 1. 26. 12:27

설이다.

아니, 나흘간의 연휴다.

 

조상이고 나발이고는 잊었다.

대신에 그들 때문에 평생을 힘들게 산 내 엄마와 나흘간의 연휴를 즐길 것이다. 

 

 

 

멀리 떠나고 싶어 간 - 2023 설날 동해 최북단 여행기 (2023.1.21~22)

마차진해변에서 바라본 대진등대

 

 

 

마차진...,

 

해파랑길 말미에서 닿은 그곳이 내게는 늘 여운으로 남았고,

해마다 설이 되면 엄마와 함께 그곳으로 간다.

 

이번 설 역시도...,

 

 

 

 

 

 

 

떠남은 더 없이 좋지만,

7번 국도 끝에서 끝으로 가는 여정은 시작부터 아득하기만 하다.

 

 

 

 

화진해변 - 1

 

화진해변 - 2

 

 

 

하룻밤 머물곳은 으레 그 오래된 콘도이고,

바다가 보이는 방구석이라도 찾지하려면 15시까지는 무조건 도착이 되어야 한다.

 

 

 

 

 

 

 

 

 

09시쯤 집을 나서,

410km를 북상해 거진항에 도착을 하니 14시10분이었다.

 

 

 

 

거진항 - 1

 

거진항 - 2

 

 

 

물론 위도상 대진항이 있지만,

명태의 고향 최북단 거진항으로 오면,

더 이상 갈 곳 없는 유랑의 끝에 닿은 기분 듦이 참 좋다.

 

 

 

 

 

 

 

 

 

제법 잘 끓여낸 생대구탕으로 점심을 먹고,

명태와 횟감을 사야하는 거진항 쇼핑은 나중으로 미룬 채,

우선 오션뷰부터 잡고 보자는 욕망에 남은 북상길 10여km를 불이나케 올랐지만...,

 

이런~

또 갑보다 강한 을의 농간으로 그 바램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엄마와 함께 북위 38도를 넘어 마차진에 와 있음이 팩트이기에...,

 

 

 

 

 

 

 

다시 거진항으로 가 명태와 횟감을 사고,

다시 마차진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화진포에 잠시 들러 세 놈 중 한 놈(이기붕)의 별장을 구경했다.

 

 

 

 

마차진해변의 저물녘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어둑어둑 했다.

 

밥을 앉히고,

탕수국을 끓이고,

선어된 횟감을 꺼내 상을 차리고..., 그리고 엄마를 깨웠다.

 

 

 

 

 

 

 

부산에서는 족히 십여만원을 웃돌 횟감이 거진항에서는 삼만원이면 충분했다.

 

무엇보다 자연산...,

한동안 회를 먹지 않던 엄마가 나보다 더 많이 먹음에 흐뭇했다. 

 

 

이제 나는 마차진 밤마실을 나간다.

 

 

 

 

 

 

 

 

 

 

 

 

 

 

 

술 취한 뇌에 남은 길의 기억을 더듬어 대진1리해변이 끝나는 지점까지 갔다.

 

대진등대가 서 있는 언덕을 넘어 대진항까지 갈까?도 싶었지만,

걸어 온 길 끄트머리 저마치에 엄마가 있는 불빛을 두고 차마 그 언덕을 넘을 순 없었다.

 

 

 

 

 

 

 

 

 

엎친데 덮친다는 말처럼,

지난해 두 번의 각기 다른 덮침이 몰려왔지만 엄마는 무난히 그 덮침을 걷어냈다.

 

나는 엄마가 있는 삶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나는 그래서 엄마를 지켜야 한다.

 

 

 

 

 

 

 

 

겨울, 마차진해변

 

 

 

캔맥주 하나를 사 숙소로 돌아오니,

엄마는 따뜻한 거실에 이불을 펴고 누워 테레비를 보는 척 자고 있었다.

 

 

 

 

 

 

 

 

마차진마을

 

 

 

마차진에서 맞는 세 번째 설날 아침이다.

 

비워진 집으로 찾아왔을 조상들이 문전박대를 넘어 헛걸음에 쓰라린 신세가 되었을 쯤,

나는 보란듯이 최북단 마차진에서 엄마와 먹을 설날 떡국을 끓였다.

 

 

 

 

 

 

 

09시를 조금 넘긴 시각,

내년 이맘때를 기약하며 마차진을 떠나기로 했다.

 

이미 엄마와도 두 번을 방문한 통일전망대는 이번 여정에서는 제외를 시켰고,

46번 국도 진부령을 넘어 서울로 갈 것이다.

 

인사동에서 점심을 먹고,

덕수궁을 둘러본뒤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으로 가 서울타워에 오를 것이다.

 

 

 

 

 

 

 

 

 

10시쯤 내 생에 처음으로 진부령을 넘는다.

 

그간 각인을 한 령의 기대치에 반하는 고도와 운치,

관동에서 관서로 넘어가는 고개들 중 가장 험난하지 않은 고개였다.

 

꼴에 백두대간은 무슨...,

 

 

 

 

 

 

 

 

 

한계령 혹은 미시령을 넘을 걸...,

그런 막심한 후회를 하면서 진부령을 내려섰다.

 

 

 

 

 

 

양양~서울간 고속도로

 

 

 

 

잠시 비워진 서울이라서 서울로 가는 길,

다시 채워지는 서울이라서 홍천부터 가다서다가 번복된다.

 

네이비의 도착시간은 점점 늦어만지고...,

에라이~ 안갈란다!

 

나는 기다리는 류의 상황에 있음이 제일 싫다.

나는 특정 목적을 취하기 위한 웨이팅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내일도 있고 다음도 있음에,

구지 오늘 이 정체속에 있을 이유는 더 더욱 없다.

 

 

 

 

충주휴게서(창원방향) 사과돈까스

 

 

 

그로해서 양평에서 시작된 낙향길,

여주부터 졸음과 정체가 동시에 시작되었다.

 

5선의 고속도로 그 선상에 붙은 대부분의 졸음쉼터와 휴게소를 들러,

350여km를 남하해 내 사는 곳으로 돌아오니 22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2023년 1월 25일,

퇴근을 하고 집으로 오니,

엄마는 거진항수산시장에서 구입한 명태로 조림을 해 놓았고...,

 

나는 그걸로 소주 한 병을 가뿐히게 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