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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여름 제주도 여행기 (上) 본문

일박이일 - 짐싸여행기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여름 제주도 여행기 (上)

경기병 2023. 8. 10. 10:43

06시50분 골드스텔라호에서 발차를 해,

제주항 9부두를 통해 제주에 입도를 했다.

 

 

3주간의 표적항암제 복용 후 이제는 2주의 휴약기를 가지는 엄마는,

오늘 아침부터 3주간의 복용기가 시작되었지만,

그 첫날의 혼미함을 제주도를 서성일 차에서 오롯이 견뎌야 한다.

 

집을 나설 때,

괜찮겠냐?고 물으니, 떠돌고픈 내 마음을 아는지 늘 그래왔듯 괜찮다!고는 했지만,

15시가 넘어 숙소에 들 때까지 엄마가 감수해야 할 고달픔을 생각하니 미친놈의 마음은 짠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2023 여름 제주도 여행기 上  (2023.8.4~5)

법환포구에서 바라본 범섬

 

 

회사를 갈 때를 제외한곤,

왠만해선 엄마를 집에 두고 집을 나서지는 않는다.

 

엄마를 집에 두고 나선 길에서 내가 본 세상을,

엄마에게도 보여주고자 팔순을 넘긴 노모를 데리고 3년여 대한민국 곳곳을 떠돌았다.

 

나를 낳기 전,

엄마는 이미 여러 번 제주도를 오갔다고 했지만,

내가 해안일주를 하며 본 지금의 제주도를 보여주고자,

재작년 2월에 이어 오늘 또 엄마를 데리고 배를 타고 제주도로 왔다.

 

 

 

 

방금 전 빠져나온 제주항

 

 

우선은 성산포로 향했다.

 

일찍 문을 연다는 식당에서 해물뚝배기로 아침을 먹고,

인근의 비자림으로 가 약기운이 사그라들 때까지 잠시 머물기로 했다.

 

 

 

 

갑문다리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아 놔!

당췌 어떤 혓바닥을 가진 년,놈들이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이 맛을 세상에 알렸는지...,

 

먹다가 땔챠뿌고 먼저 식당을 나왔다.

근데 들려오는 파도소리 장난이 아니다.

 

 

 

 

수마포해안의 파고

 

 

 

 

기온은 초고속 상승의 일로에 들었지만,

하늘만은 더 없이 맑고 좋은데...,

 

어쩌면 가파도를 엄마에게 보여주고자 온 제주도인데...,

혹시나 파도가 그 뱃길을 막는 건 아닌지, 그런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비자림 가는 길 - 1

 

비자림 가는 길 - 2

 

 

09시20분쯤,

제주도 동부 구좌읍 내륙에 위치한 비자림숲에 도착을 했다.

 

 

 

 

 

 

 

 

 

나는 산과 숲을 싫어하는 인간이다.

허나 오늘 비자림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약물에 지친 엄마가,

비자림이 내뿜는 산소에 상쾌해져,

내 인생 엄마가 있는 삶이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날이 더워 그런지,

엄마가 탄 휠체어 밀기가 점점 곤욕이다.

 

엄마 역시도,

나무와 숲 따위에는 관심도 없고,

상쾌하냐?고 물으니 볼 것도 없는데 가자고 했다.

 

 

 

 

 

 

 

 

 

숲이 내뿜는 산소고 나발이고,

더워지는 기온 속 휠체어를 밀며 숲을 돌다가는,

내가 먼저 죽겠다 싶어 투수콘포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돌아섰다.

 

운진항으로 출발 전,

혹시나 싶어 가파도를 운항하는 선사에 전화를 넣으니,

역시나 안될 놈은 제주도에서도 안되는 팔자라 6일까지 파랑주의보 발령으로 운항중지란다.

 

제주도 어딜 가고 싶냐?라 물으니,

듣도보도 못한 이의 갤러리를 가자고 했다.

 

다행히 갤러리는 비자림에서 멀지않은 거리에 있었다.

 

 

 

 

 

 

 

 

 

10시20분쯤,

성산읍 삼달리에 위치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으로 왔다.

 

에어컨을 틀어놓은 차에서 엄마는 잠을 자고...,

 

 

 

 

 

 

 

 

 

 

 

이런 표현 적정한지는 몰라도,

나는 카메라의 성능을 이용한 포카스의 캡쳐는 그저 먹는 예술로 치부했다.

 

 

 

 

 

 

 

 

 

 

 

제주에 미쳐 제주를 담다 마흔아홉에 세상을 떠난 작가가 남긴 제주의 풍경은,

나까지도 잠시 제주에 미쳐버리게끔 했다.

 

 

 

 

 

 

 

집에 책이 있냐고 물으니,

양장본으로 가지고 있으니 읽으라고 했다.

 

꼭 읽어봐야지..., 싶었다.

 

 

 

 

섭지코지

 

 

11시10분쯤,

제주올레 3코스 해안길을 달려 해식벽에 부딪힌 파도가 일으키는 포말이 장관인 섭지코지로 왔다. 

 

약기운에 지친 엄마는,

여전히 밀려오는 잠을 떨쳐내지 못했고,

할 수 없이 암마를 차에 두고 섭지코지 풍경속으로 들었다.

 

근데 해안의 풍경이 어찌나 장관인지,

발길을 돌려 차로 돌아와 트렁크에서 휠체어를 꺼내놓고 엄마를 깨웠다.

 

 

 

 

 

 

 

방두포등대까지는 무조건 가리라!

 

그렇게 의욕을 불싸르며,

주차장에서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며 언덕으로 올랐다..

 

 

 

 

 

 

 

 

 

비몽사몽인채로 휠체어에 앉은 엄마는,

내려쬐는 햇빛을 피하려 바닷가쪽 풍경은 아예 손으로 가려버린다.

 

에라이~ 잘 됐다.

섭지코지고 방두포등대고 나발이고 당장에 내려가자!

 

사람 죽겠다.

 

 

 

 

제주올레 2코스로 우기며 걸었던 섭지코지 해안 탐방로

 

 

날은 점점 더워지고...,

약물에 몽롱한 엄마는 좀 채 정신을 못차리고...,

 

지금 필요한 제주탐방은 무조건 실내가 정석이었다.

 

 

 

 

 

 

 

11시50분쯤,

오늘 몇 번을 이 도로를 달리는지 모르겠다며 내게 투덜대며,

1132번 지방도를 타고 구좌읍 세화에 위치한 해녀박물관에 도착을 했다.

 

그제서야 엄마는 약기운을 조금씩 떨쳐내기 시작했다.

 

 

 

 

 

 

 

 

 

 

 

옛 제주민의 삶이 재현된 해녀박물관이었지만,

우선은 무더위 피난처로 손색이 없었다.

 

그 시대 그 풍경은 제주라서 조금은 특별했지만,

그렇다고 시선을 붙잡을 무엇인가는 없었다.

 

 

 

 

 

 

 

 

 

 

 

 

 

좀 더 머물고 싶었지만,

구경을 할 전시물은 이내 동이났고,

12시 20분쯤 해녀박물관을 나와 제주시내로 향했다.

 

 

 

 

 

 

 

 

 

 

 

더우니 물회가 잘도 넘어가,

물회 한 그릇을 더 주문하고 공기밥 역시도 한 그릇 더 추가해 나눠 먹고나니 그제서야 좀 살만했다.

 

더운날,

어딜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잠도 옳게 못자고 이른 아침부터 서성인 제주의 첫 날이 점점 더위에 지쳐갔다.

 

이제 한림으로 가 수협마트에서 장을 보고,

그런 다음 곧장 숙소가 있는 법환포구에 닿으면 오늘 일정은 끝이다.

 

 

 

 

 

 

한림수협마트 활어판매코너

 

 

14시쯤,

식당을 나와 애월해안도로를 타고 한림으로 갔고,

한림에서 요즘 제주도를 찾는 이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한 한림수협마트에서 저녁먹거리들을 샀다.

 

빨리 숙소로 가 뻗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