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파주에서 속초 - 2021 가을 접경지역 횡단기 본문
추석이다.
추석이 좋은 이유는 은은한 달밤이 아니라 몇일을 놀기 때문이다.
회사를 안간다는 것은 떠날 수 있음이다.
파주에서 속초 - 2021 가을 접경지역 횡단기 (2021.9.18~19)
5일을 노는데...,
그 날들에 1박2일이 없다면 아주 허무 할 것이다.
접경지역으로 간다.
부산을 꼭지점으로 빗변을 따라 임진각으로 가,
경기도와 강원도의 접경지역들을 탐방하고 직교점이 되는 속초에서 돌아오는 여정이다.
엄마에게 다소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혈당기, 혈압기, 체온계, 약 다 챙겨 망할 이데올로기로 갈라진 한반도 접경지역을 돌아보고자 집을 나섰다.
한반도를 분단시킨 횡단선의 시점을 임진각으로 삼았다.
폐악의 이념이 만든 분단의 선에 사는 사람들의 세상을 서성일테다.
최악의 국가 소비에트는 멸망했고,
반인륜적 악질종자였던 레닌, 스탈린, 김일성은 엄청난 사람들을 죽이고 죽었다.
허나 북에 사는 저 멍청한 년,놈들은 아직도 세뇌된 이념에 미쳐 스스로를 굶기며 산다.
네 시간을 북상해 찾아 간 분단의 각(角)은,
이런! 놀이기구 타는 년,놈들의 환호성에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써의 창피함은 없었다.
그 가관의 꼴이 볼썽사나워 10분을 머물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철원으로 가자!
지명의 끝음에 가장 많이 붙혀지는 음은,
천(川)이고, 그 다음이 주(州)고, 그리고 그 다음이 산(山)이다.
천, 주, 산의 뒤를 이어 양(陽), 성(城), 원(原) 등이 꽤 많은 곳의 지명으로 사용된다.
강이 있어 천이고, 고을이 만들어져 주고, 산이 있어 산이고, 볕이 잘 들어 양이고, 성곽이 있어 성인데...,
원은 뭘 뜻하는지? 근원이라는데..., 모르겠다.
수원, 창원, 남원, 철원..., 왜 원(原)이라 했을까??
네 시간을 달려 임진각으로 갔고,
거기서 한 시간을 더 달려 철원으로 왔다.
경원선 철길을 따라 오늘 베이스캠프로 정한 철원으로 오는 길,
왜 애꾸눈이 자꾸 떠오르는지..., 그 바람에 제인폭포를 지나쳐 버렸다.
나는 아나키스트를 자청하며 산다.
세금을 내는 아나키스트에게는 이념으로 차단을 시킨 곳의 출입은 허용되어야 한다.
안 넘어갈테니 제발 쫌 들어가자!!
나는 스치는 삶에 연연하지 않는다.
백신접종도, 니들 먼저 맞으라고..., 하다보니 아직도 바늘에 찔리지 않았다.
삶에 그다지 애착이 없는 인간들에 한해서는 방역차단이 된 곳의 출입은 허용되어야 한다.
안 옮고 안 옮길테니 제발 쫌 들어가자!!
할 수 없이 도피안사로 갔다.
도피안사를 나와 추수가 한창인 동송들판을 가로질러,
17시30분, 오늘의 베이스캠프인 승일교부근에 위치한 펜션에 도착을 했다.
승일교에 들자마자 중,노년 둘은 떡실신을 했다.
한탄강이고, 남에서 만들다가 북에서 만들다가 지랄을 한 다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혼자 한탄강가로 나갔다.
낙동강 물을 마시며 산 놈이 한탄강에 왔다.
한반도를 흐르는 무수한 강들...,
섬진강을 좋아했지만, 그 강을 팔아 먹고사는 새끼들의 작태가 미워지니 강도 미워졌다.
협곡과 폭포가 있는 강,
하지만 내가 접한 남녘땅에서의 한탄강은 출렁다리와 매운탕이 유명한 강이었다.
혼자 한탄강가에서 그라고 있는 데..., 전화가 왔다.
모기에 물렸으니, 물파스를 사 온난다.
에라이~
살면서 철원에 두 번을 왔었다.
한 번은 와수리에, 또 한 번은 어디였는지 모르겠다.
이유는 철원에 자대를 배치받은 재수 더럽게 없는 놈들을 위로하기 위해...,
셋이 저녁을 먹고,
혼자 테라스로 나와 고양이 모자와 달빛을 벗삼아 홉타임을 진행했다.
심심하다.
특히 오늘처럼 1박을 하게 되는 가족과의 여행에서는..., 저녁을 먹고나면 할 일이 없다.
밤 마실이나 나가볼까? 싶었다.
제법 야심한 시각,
접경지역의 낯선 밤길을 30여분 걸어 문혜리로 갔다.
엄마가 밤에 먹을 죽을 하나 사고, 갔던 길을 다시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트랙을 켜고 홀로 무념으로 걷던 시절이 잠시 그리워지기도 했다만서도...,
지가 가장 하고픈 짓은 지금 하는 짓임을 알기에, 그리 그리워 할 이유는 없었다.
아침이 밝았다.
엄마와 잠깐 동안의 한탄강가 아침 산보를 마치고 테라스에 앉아 한 대 쳐빨고 있으니 펜션사장이 다가왔다.
지역에 있는 두 개 사단의 병력을 반이상 줄였다고 했다.
나는 아나키스트라 관심이 없다고 했다.
철원을 떠날 시간이 되었다.
화천, 양구, 인제를 거쳐 속초로 갈 것이다.
길은 낯설고 좋은데...,
룸밀러로 보이는 엄마의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스럽다.
북한강가에 차를 세우고,
요구르트 한 병을 따 엄마에게 건네고 나는 담배를 피우며 빨리 약기운이 가시길 기다렸다.
산다는 것은 강물처럼 흐른다는 말이 딱 맞더라~
이번 한반도 내륙기행 접경지역 횡단의 종점을 속초의 아바이마을로 정했다.
어느새 원통을 지난다.
엄마도 약기운을 떨쳐내고 차창밖 낯선 풍경을 보고 있었다.
설악산을 넘어서는 고개들에서 진부령을 택했다.
엄마도 한계령은 두 번이나 넘었고, 고개 대신 터널이 뚫린 미시령은 의미가 없었다.
진부령 초입에서 점심을 먹고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어차피 아바이마을이 목적지인데..., 구지 고성을 둘아 속초로 내려 갈 이유가 있나 싶었다.
이 시발!! 터널 한 번 통과에 근4,000원을 쳐받네...,
그러고나니 울산에서 온 바위가 보였다.
설레이는 속초였다.
어머니 가라사대...,
아바이 다 죽고 없는데, 거는 마로 가노, 장이나 보고 집에 가자신다.
이번 추석 대목장의 대상지는 속초 중앙시장(관광수산시장)이 되었다.
엄마는 아이스쿨러에 얼음이 다 녹고 없음을 모른다.
그래도 엄마에게 속초에서의 장보기를 실현시켰다.
속초에 오면...,
청초호 바다물길위에 놓여진 파란색의 금강대교와 빨간색의 설악대교를 무조건 건너야 한다.
그래야만이 내가 속초에 왔음이 좋아진다.
그 좋음으로 이번 한반도내륙기행의 종착지 아바이마을로 간다.
15시쯤 아바이마을 동측 청호해변에 닿았다.
엄마의 말대로 아바이들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에 청춘들만이 마을과 해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속초에 먼 친척이라도 살았음, 좀 더 머물 수 있었을텐데...,
속초바다를 마주하고나니 끝이었다.
집에 가자!
영해만세시장에 잠시 들러 장보기를 보충하고 집으로 오니 20시쯤이었다.
집이 제일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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