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나리분지에서의 아침식사 - 2021 여름 울릉도여행기 본문
입안도 헐지 않았고, 백혈구 수치도 차이가 없어 주사처방도 필요 없네요..,
약물 부작용을 검사한 주치의의 미소가 선답이었다고 했다.
3주간의 복용기 치료가 주치의의 몫이었다면, 1주간의 휴약기 위로는 내 몫이었다.
팔순을 넘긴 아픈 엄마가 편도 네시간여의 뱃길을 견딜 수 있을까...,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뭍으로 나올 방법이 없는 섬에서의 1박2일에 별 일은 없어야 되는 데...,
고심을 할수록 고심이 쌓이는 몇 날이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간다!!
울릉도에도 응급실은 있을테고, 무엇보다 내가 늘 곁에 있어면 된다!
미리하는 걱정은 길만을 막을뿐이다.
극점으로 각인되는 곳의 세상과 풍경이 이채롭다고 했다.
엄마는 팔순의 나이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에서 말무리반도를 보았고,
목포에서 철부선을 타고 다이아몬드제도의 섬들을 탐방했고,
비행기와 여객선을 번갈아 타며 마라도로 들어가 그 옛날의 추억과 만났고,
장장 일곱시간 차를 타고 강화도로 가 임진강하류 접경지역인 교동도에서 장을 보기도 했다.
바다 건너 극점에서 접하는 세상과 풍경이 엄마를 낫게 할 것이다.
그 곳에 꾸려진 세상과 그 곳에 펼쳐진 풍경속을 엄마와 실컷 서성일테다.
나리분지에서의 아침식사 - 2021 여름 울릉도여행기 (2021.06.26~27)
08시50분 영일만을 빠져나온 썬라이즈호는,
잠도 오지 않는 지루한 바닷길을 네시간여 달려 12시25분 울릉도 저동항에 입항을 했다.
10여년전, 3박4일의 일정으로 이 섬으로 와 일주(옛길)와 꼭대기(성인봉)를 탐방했다.
그 때는 집에서 심심하게 있을 엄마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호로였다.
오십이 넘어 철가루가 몸에 들어오니 그제서야 엄마가 눈에 밟혔다.
간 곳의 풍경이 마음에 담아지면 다시 그 곳으로 간다.
늙어가는 엄마를 데리고...,
입항지가 저동항이니 조금은 덜 북적이겠구나, 싶었지만...,
동시에 내린 400여명의 관광객들로 항구는 금새 아수라장이 되었다.
하선과 동시에 걸려오는 예약처들의 전화를 받으며,
인파속 엄마의 보행을 보살피며 렌트카 인수지로 가는 길에 입도의 설레임은 없었다.
그 때는 내수전전망대로 가는 고갯길을 올라,
정매화쉼터가 있는 산길을 걸어 북면의 석포로 갔다.
몇 년전 내수전과 섬목을 잇는 해안도로가 완공됨으로써, 울릉도는 완벽한 일주도로를 가진 섬이 되었다.
그 길을 달려 숙소가 있는 북면의 소재지 천부로 가는 길,
그제서야 10여년만에 다시 찾은 섬은 설레이기 시작했고, 보이는 바다 풍경에 마음도 편안해졌다.
90번국지도내 3기의 터널(내수전-와달리-섬목)을 지나니 울릉도 동북부해안의 경이로운 풍경들이 나타났다.
엄마는,
죽도가 보이자 '저 섬에는 젊은 내외가 더덕농사를 지으며 산다고 하던데...,'라 했고,
괭이갈매기가 집을 짓고 사는 해안도로변 거대한 수직암벽을 지날때에는 '공포스럽다'고 했다.
나는,
저동항에 내려서는 엄마가 점심을 먹을 때 잽싸게 행남등대를 갔다와야지 했고,
섬목에서는 엄마가 풍경에 머물도록 한 다음 또 잽싸게 관음도를 갔다와야지 했다.
허나, 막상 그 곳에 도착을 하니 엄마를 두고 갔다오기가 망설여졌다.
먼 훗날에 또 오면 그만이다.
13시30분,
울릉도 동북부해안의 경이로운 풍경속을 달려 천부에 도착을 했다.
울릉도의 맛집들은 대부분 도동과 저동에 산재해 있다.
그 곳에서 점심을 먹지 않고 구지 천부로 온 이유는,
예약한 펜션사장의 추천도 있었지만, 티비에 나오지 않은 식당 가장 울릉도스런 식당을 찾고자 했음이다.
다소 기대를 한 홍합밥은 그저그러했고..., 먹다가 숟가락을 놓으니 엄마가 다 먹어라고 한다.
논이 없는 섬에서 밥을 남기면 안된다고 했다.
그래도 남겼다.
가끔은 말을 듣지 않아야 엄마가 늙지 않는다.
잠시 숙소에 들러 중장년 일동 뻗을까?도 싶었지만,
배정된 방구석이 3층이라, 하루 두 번 계단타기는 엄마에게는 무리라서 곧장 남은 일주길을 이었다.
포항여객선터미널로 오는 길, 엄마가 말했다.
얄궃은 엘리베이터 같은 거를 타고 올라가면 언덕배기에 집이 있고 노인부부 둘이 사는데...,
할머니가 요즘 아프고, 관광 온 사람들이 무턱대고 집으로 들어 와 마루에 걸터 앉고...,
서면의 소재지 태하에 도착을 했다.
'아침에 엄마가 말한 노인분들 집이 저 위에 있다'
'아이구 우째 살았노...,'
대풍감으로 오르는 모노레일은 운행중지중이었다.
비경 대풍감 보러 못감이 아쉬운게 아니라, 그 집을 허락도 없이 들어서는 관광객들이 없기를 바랬다.
'평지도 없는 이 거친 섬에서 우째 살았노...,'
엄마가 울릉도에서 살은 사람들이 애잔해진다고 했다.
출발 전, '독도도 갈래?'하고 물으니,
둘 다 일본놈들에게 원한이 있는 냥 '가야지!' 했다.
4시간 배를 타고 온 저동항에서 15시 독도가는 배를 타야한다고 하니,
둘 다 손사래를 쳤다.
1박에 필요한 옷과 용품들이 든 가방을 차에 두고 배를 탔고, 출항 5분전에 생각이 났다.
저동시내를 뒤져 화장품가게를 찾았고, 화장품가게에서 옷집을 물어 옷을 샀다.
공정여행을 실천했다.
17시쯤 울릉도 1.3바퀴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둘 다 바로 뻗었다.
득분에 제법 고귀한 것들로 구성된 회접시는 오롯히 내 차지가 되었다.
송곳산이 보이는 좌측창과 공암이 보이는 우측창을 동시에 여니,
성인봉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나물향이 났고,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는 바다내음이 물씬했다.
셋 다 저녁도 옳케 먹지 않아 그대로 잠이 들었다.
08시30분,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자고 있는 엄마의 손가락을 찔러 깨움과 동시에 혈당을 재니 95가 측정되었다.
'꿈도 안꾸지고 참 잘 잤다'는 엄마의 말에 더 이상의 불안과 걱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09시 체크아웃을 하고 아침밥을 먹어러 간다.
나리분지로~
자판기커피가 땡기는 나리분지에서의 식후였다.
커피는 엄마가 사라~
아까부터 슬쩍슬쩍 우리를 엿보던 식당주인이 동전을 꺼내는 엄마를 제지하며,
'자식농사 잘 지어셨네요'라고 하며, 자신의 어머니는 팔십둘에 돌아가셨다고도 했다.
엄마가 있어 나는 행복했고,
엄마와 함께 나리분지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어 나는 더 행복했다.
석포로 오르는 길,
구름이 두루봉을 지난다고 생용천을 떨고 있었다.
조금전의 나리분지와는 확연히 다른 기후에 엄마는 울릉도가 신비스럽다고 했다.
방첩부대 담벼락에 쓰여진 문구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구름속 안용복기념관까지였다.
11시30분 렌트카 반납을 위해 저동항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1박2일 울릉도 탐방은 끝이 났다.
출항시간을 기다리며 엄마가 저동항을 물끄럼히 바라본다.
그 뒷모습에 또 힘이 빠질라했지만,
저 뒷모습은 극점의 바다에서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함에 나는 빠지는 힘을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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