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제비시장 장보기 - 2021 겨울 강화3섬 여행기 본문
팔순이 넘은 엄마는,
지난해 추석에는 동해안의 끝,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마차진리 '통일전망대에 있었고,
올 설에는 동중국해의 시작,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마라도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주는 그 곳에 있어야 될 것 같았다.
제비시장 장보기 - 2021 겨울 강화3섬 여행기 (2021.02.27~28)
한반도해안지선트레일 제5막의 바닷길은 서해안이다.
잇고는 싶지만 발길은 좀체 그 선을 향하지 않는다.
말무리반도에서 한반도 대한민국 해안지선을 시계방향으로 돌아 한강하류 보구곶까지 이어진 바다는,
여수의 고돌산반도를 기준으로 동·서의 수역이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동측 수역은 늘 만조인냥 맑지만, 서측 수역은 늘 간조인냥 흐리다.
안간힘을 다해 물 빠진 뻘의 바닷길을 따라 진도의 벽파진까지는 갔지만,
더 이상 그 볼품없는 바닷길에 나설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가자면 갈뿐이었던 엄마가 유일하게 가자고 한 섬이 있었다.
뻘의 바다에 둘러싸인 섬, 강화도였다.
어디서 뭘 어떻게 보고 들었는지는 몰라도, 엄마에게는 기대에 찬 바다와 섬이었다.
익히 그 바다꼬라지에 학을 뗀 나였지만, 기대에는 찬물을 끼얹어야 했기에 일곱시간 패달을 밟고 밟았다.
09시 집을 나서 16시가 되어서야 강화대교를 건넜다.
사람 진이 다 빠지더라~
옛노래에 묻은 역사가 참이다.
엄마의 태정태세문단세...,에서는 단종이 제일로 안됐고 철종이 제일로 반전이었다.
엄마의 한반도 트라이앵글 그 세번째점이 될 강화3섬 탐방은,
제1일차 교동도와 석모도를 구경하고 나와 강화도 서부해안에서의 1박후,
제2일차 초지대교를 건너 인천으로 간 다음 차이나타운에서 돈부리로 점심을 먹는다였다.
허나, 이원범의 옛집을 근성으로 둘러보고 나오니 해가 저문다.
민통선내 교동도 탐방은 물 건너 갔고, 석모도 민머루해변에서의 해넘이도 나발이 되었다.
강화읍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고 곧장 숙소로 정한 외포리로 갔다.
중·노년의 여행에서는 드러누울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들어 선 숙소의 창가에 곧 석양이 물드는데...,
혹들은 석양이고 나발이고는 무시를 한 채 이불을 펴고 드러누웠다.
나도 드러눕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석양에 물드는 강화도 서부해안을 걸어 외포리항으로 갔다.
주문한 회가 포장되길 기다리며 외포리해안을 서성였다.
진돗개와 돌하르방 형상에 시선이 간다.
대몽항쟁, 삼별초란 역사적 공통점을 가진 섬 군(郡)들이 서로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아리랑길에서는 진도군을 제주올레에서는 구.북제주군의 해안지선을 걸었기에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뻘의 바다였지만,
비록 보름에서 하루를 넘긴 달이었지만,
이 바다에 저 달빛이 물들길 기대했건만...,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의 바다는 달빛을 담지 못했다.
나설 채비가 끝나면 전화해라~
그리고 숙소를 나왔다.
여자들의 시간에서 얻은 남자의 시간에,
실로 오랫만에 한반도해안지선트레일-아리랑길81의 섬 강화도 서부해안을 조금이나마 걷기로 했다.
아리랑길 81 - 강화도1 (2021.02.28)
한반도해안지선트레일은 2020년11월28일 제주올레3코스를 끝으로 더 이상의 이음은 없다.
한반도해안지선트레일에서 본 바다를 엄마에게 보여주는 나이고 싶다.
전화가 오기전, 석모대교까지만이라도...,
길을 잇지 않고 있음에 후회는 없다.
대신에 내가 본 한반도 해안지선을 물끄럼히 바라보는 그 시선이 행복하면 그만이다.
어쩌면 그 시선을 담아주고자 길을 걸었음이다.
동서고금에 나 같은 자 또 있으랴~
동해의 장쾌한 푸른 바다와 남해의 아롱진 쪽빛 바다에 반한 눈은 서해를 외면했다.
그리고 서해하면 중국이 연관됨에 외면은 지속된다.
중국이 싫어 서해에 더 정이 안간다.
조선족을 재중동포라 칭하길 권고하지만,
그들은 분명 조국을 떠나 중국으로 간 사람들이다.
그들이 떠난 조국이 살만해지자 그들의 후손들은 염치도 없이 몰려왔다.
그들이 스스로 고국이라 부르는 대한민국에서 행하는 무질서와 악랄한 범죄에 고국은 몸서리를 친다.
중국이 싫고,
중국의 조선족이 더 싫은 나는,
그래서 그들과 나눠쓰는 서해에 정이 가질 않는다.
어제 강화도에 들어서고 마주한 섬의 모든 것이 실망스러웠다.
이 난잡한 꼬라지를 볼라고 일곱시간을 달려왔나..., 싶었다.
도시계획이 있는지? 조차도 의심이 되는 강화읍이었고,
일주도로의 연결은 고사하고 간선도로마저 엉망인 강화도였다.
간혹 어떤 통계에서는 강화도를 제주도 거제도 진도에 이어 대한민국 네번째 크기(면적)의 섬으로 표출하지만,
이는 간척으로 부풀린 면적의 반영일뿐! 원래의 면적은 남해도가 더 크다.
강화군의 행정력과 예산이 그 사명을 다해 섬이 예뻐지길 바라면서,
1km쯤을 걸어 석모대교 동단에 이르뤘다.
증도대교, 자라대교에 이어 서해안 해상교량시리즈-3에 등재를 시킬려면 걸어서 건너야 하는데...,
곧 전화가 올 것 같아서 돌아섰다.
숙소였던 펜션이 보였고, 나설 채비를 끝낸 엄마도 보였다.
미련없이 트랙을 껐다.
그로해서 아리랑길 81의 섬, 강화도-1은 끝났다.
강화3섬 탐방 제2일차는,
석모도와 교동도를 둘러보고 초지대교를 건너 인천으로 간다.
그래도 그래도...,
왔기에 닥치고 접하자는 본전만회의 심정마저 허탈하게 만드는 섬들이다.
부산에서 거가대교를 건너면 거제도가 있고, 거제도에서 칠천교를 건너면 칠천도가 있다.
서울에서 강화대교를 건너면 강화도가 있고, 강화도에서 석모대교를 건너면 석모도가 있었다.
거제도와 칠천도가 너무도 그립더라~
마지막 희망은 교동도다.
이강교차로에서 탐방절차를 끝내고 교동대교를 건넜다.
다가오는 섬의 풍경에 기대는 사라졌어도, 민통선내 섬이란 설렘은 남았다.
북한과 가장 근접한 섬, 그 중심에 도착을 했다.
유명지 반열에 올라 선 섬과 섬의 시장은 접경지역임을 잊고 있었다.
3인분에 두부 한 모를 다 넣어 끓인 된장찌개는 버거웠지만, 밥 맛은 엄마를 매료시켰다.
엄마는 팔순을 넘긴 나이에 부수적 이동수단 없이도,
한반도 대한민국 내륙의 4극점 (동북-통일전망대, 동남-승두말, 서남-우수영, 서북-보구곶)을 다 찍었다.
더 중요한 것은 할당된 경비를 자발적으로 건네며...,
필요없다고 해도, "아나 받아라!" 땡감을 치니 받지 않을 수 없다!
교동도를 나와 이강교차로에서 방문증을 수거함에 넣고 좌회전을 해,
혹시라도 북녘동포의 꼴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평화전망대로 향했다.
또 한번의 민통선 방문절차를 치루는데, 검문소 위병이 그 곳은 통제중임을 알렸다.
거서보나 연미정으로 가는 해안철책길에서 보나 바다 건너는 북한이기에 철산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했다.
한강하류 철책에 갇혀진 바다 넘으로 보이는 황해도 해안지선이 가련하다.
왕조시대와 식민통치시대를 끝낸 한반도 북부지역 사람들은 이내 공산치하의 인민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를 모른다.
더하여 반란도 모른다.
종주국도 포기한 썩은 공산주의의 채찍으로 희망도 없는 체제를 유지시키는 정권도 밉지만,
그 반인륜적 정권을 상대하고자 혈안인 맹탕정권도 밉다.
그 답답함이 철책에 갇혀 있었다.
연미정을 지났다.
덕진진 혹은 초지진을 구경하고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도를 나가고자 했다.
해안일주도로가 없어 네이비에 그 길을 물어가는데...,
이런 개미친 네이비가 강화대교를 건너 대명항으로 가 초지대교를 건너게 했다.
가다보니 강화대교를 건넜고, 대명초교삼거리에서부터 최지대교를 향하는 차들로 도로는 북새통이었다.
에라이~ 좌회전을 해 대곶ic를 향했다.
짱개는 싫지만, 짜장은 먹는다.
차이나타운 진입 1km전부터 길게 늘어선 차량들의 행렬이 짜증스럽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차이나타운은 주차는 고사하고, 중국집들 마다에는 또 사람들의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에라이~ 부산에도 차이나타운은 있다.
대안으로 소래포구나 가보자고 했다.
차이나타운의 재탕이었다.
테레비에서 본 조선족 밀집지역이 연상되었고, 범죄도시 같았다.
에라이~ 집에 가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전체 면적의 1/10에 모여사는 처절한 아비규환에 학을 뗐다.
부산에서 나고자란 여인이 서울에 살다가 잠시 우울해졌을 때,
옆에 있던 지인이 바다를 보면 좀 나아질거라며 그녀를 인천으로 데리고 갔다.
인천으로 가 바다를 본 그녀는 더 우울해졌다고 했다.
이게 바다냐??
21시 집으로 돌아옴으로써,
한반도 대한민국 서북지역을 상대로 한 이번 탐방은 끝이 났다.
한반도 대한민국 내륙의 4극점을 클리어한 엄마의 바다는,
한반도 대한민국 해역의 3극점중 남은 울릉도(독도)와 백령도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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