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동해남부선의 기억 - 해운대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본문
오늘은 엄마의 심혈관센터 진료가 도래한 날이다.
12시쯤 회사를 나와 집으로 엄마를 데리러 가는 길,
뉴스에는 비가 내린 다음날인 월요일은 추워질거라 호들갑을 떨었지만...,
봄은 이미 와있었다.
14시20분쯤 병원을 나서는데...,
이리도 화려해지는 봄날의 하늘을 이고,
이리도 화려해지는 봄날에 엄마를 집에 두고,
다시 회사로 들어감은 내 삶의 고난 또 한 페이지를 추가하는 짓이라...,
에라이~
회사고 일이고 나발이고,
나는 내 삶, 그 본연의 가치에 충실하고자 미포로 갔다.
동해남부선의 기억 - 해운대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2023.3.13)
삶의 가치는 벌어먹고 사는 것만은 절대 아니다.
아무리 인간사 지랄을 하고 살아도 하늘은 한 번도 두 쪽이 나질 않았다.
화려한 봄날의 햇살이 내려앉은 미포...,
인간사,
공자고 맹자고 칸트고 나발이고 옳음은 내함에 있었을 뿐이다.
세상사,
어차피 남기고 갈 것들에 환장해 살지만은 않는다.
이 봄날에,
이 푸른바다로 나옴은 그 옳음의 행함이다.
일어나 15시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래도 배는 고프지 않았다.
봄은 허기마저 앗았다.
누가 뭐래도 제주도 다음 한국의 그 곳은 부산이다.
내 사는 곳은 남에게 내어주고,
남 사는 곳만을 찾아 다닌 서성임이에서...,
땡땡이를 친 오늘은 내 사는 곳에 비워진 유명지,
동해남부선 그 회한이 된 폐선의 철길에서 온 봄과 조우를 할 것이다.
근데, 아무리 봄날이라지만,
뭔 백수들이 이리도 많이 세상을 떠도는지...,
주말이면 미어터지는 해운대블루라인공원이라서 부러 평일인 오늘에서야 왔는데,
한국 백수, 일본 백수, 중국 백수, 히잡을 디비쓴 백수들까지..., 아주 살 판 난 해운대였다.
문텐로드공영주차장에서 300여 미터를 걸어 가,
16시쯤, 아시아 백수연합 정회원들과 뒤엉켜 해변열차에 올랐다.
소시적...,
회사가기가 싫은 날이었다.
다들 잡혀 일을 하기에 불러 낼 년,놈들도 없고,
무작정 해운대에서 강릉가는 기차를 탔고, 지겨워서 영주쯤에서 내리고 말았다.
동해남부선...,
철길가에 붙어 사는 도심의 풍경이 스치고 나면,
차창은 온통 푸른빛 바다로 도배가 되는 기찻길이었다.
포항에선 말린 가자미를 담은 다라이기 타고,
경주에선 방금 딴 푸성귀를 담은 다라이가 타고,
그렇게 남동임해지역 삶의 터전들을 이어준 철길이었다.
세월은 변했고,
부산에서 울산과 경주를 거쳐 포항으로 가던 사람의 철길에서 지워진 구간은,
미포에서 송정가는 백수들 나들이길이 되어 그 옛날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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