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고래문화마을 일주 - 장생포모노레일 본문
어느 날 여행의 고수들과 술을 마시다가,
부산에는 없고 여수와 목포에는 있는 게, 뭔 줄 아냐?고 물었다.
미묘한 뉘앙스의 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곧 나였음으로,
낭만이다!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답을 내놓으니 뭐 씹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항구를 가진 도시들에는 특유의 운치가 있다.
허나 부산의 항과 포구에서는 이제 그런 운치는 찾을 수 없다.
운치가 머물 자리마저 다 거둬 항만과 관광인프라시설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우라지를 갔다온 다음날,
신정시장 칼국수를 핑계로 어제의 여독에 쩔어 있는 엄마를 꼬득여,
현대家의 번영을 위해 낭만이 될 운치를 지운 남동임해공업지역의 중심 울산으로 갔다.
고래문화마을 일주 - 장생포모노레일 (2022.11.13)
현재 인구 백만을 넘긴 대한민국의 도시는 제법 있다.
운 좋게도 울산은 그 시절에 백만을 채워 잽싸게 광역시가 되었다.
절대 그 맛이 아니었다.
실컷 다 먹고...,
집에서 입을 바지 하나와 물김치 담을 배추 한 통을 사고,
엄마에게 오늘 컨디션과 의향을 물으니 좀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가도 된다고 했다.
오랫만에 장생포나 갈까...,
오늘 서성임에 시간 챙김은 없다.
30분이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반경내를 서성일 것임에...,
한 두 시쯤?
실로 몇 년만에 장생포에 들렀다.
미친놈들이 포구에서 낭만과 운치를 모두 지운 채 어거지 생요란을 펼쳐 놓았다.
근해로 나가 운이 있다면 유영하는 돌고래들을 볼 수 있는,
고래바다여행선 선승이 오늘 목적이었는데 여행선은 계선곡주에 결박이 된 채 요지부동이었다.
할 수 없이...,
패키지에서 고래박물관 관람과 장생포모노레일 탑승으로 대체를 했다.
박물관이 아니라 초등학교 교실이었다.
산 교육을 시키는게 아니라 죽은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채울 게 없는 박물관은 이제 대한민국에서 더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서른다섯쯤이었나,
대변항 포장마차에서 고래고기를 안주로 술을 마시다가 심하게 아다리가 걸려,
역류하는 고래고기를 바다에 다 쏟아낸 그 구역질의 기억 때문에 그 후론 고래고기를 먹는 척만 했다.
현재 고래잡이는 엄격히 금지된 조업이다.
다른 어종을 잡으러 처놓은 그물에 어획이 된 고래는 어민에게는 바다의 로또다.
해경의 조사를 거쳐 경매후 주변의 식당으로 유통되는 고래고기는 이제 울산이 아니면 그 맛을 못 본다.
고래고기는 싫지만...,
이제 태화강 하류에 고래잡이 풍경은 없다.
풍경이 사라진 장생포는 그 풍경의 기억만을 가진 고래의 포구였다.
모노레일 창밖 아래로 고래잡이하며 살던 사람의 집들이 보인다.
마 그렇게 살도록 냅두지..., 하는 아쉬움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대한민국의 파노라마로 지워진 포구의 낭만이 교차를 한다.
근데 왜 배가 고프노, 엄마도 그렇다고 했다.
장생포를 나와 장생포 만큼은 아니었어도, 고래의 기억을 가진 대변항으로 갔다.
고래는 먹지 못해도 멸치라도 먹어야 될 듯 싶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포구의 낭만을 지웠다고 뉘가 감히 언잖아 할 수 있으리오마는,
낭만이 지워진 포구들을 서성인 하루는 서운했다.
아니 성에 차지 않았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포구의 낭만이 지워지지 않은 항구로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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