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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동망봉 오름길 - 완도 모노레일 본문

모노레일 - 무장애산길

동망봉 오름길 - 완도 모노레일

경기병 2022. 12. 21. 10:38

겨울의 선물은 무조건 눈이다.

하지만 한반도 동남쪽은 10여 년째 눈이 내리질 않는다.

 

해간도를 서성이다 온 토요일 저녁,

뉴스에서는 서해안에 많은 눈이 내렸고 일요일인 내일은 더 많이 내릴거라 했다.

 

내일은 무조건 눈 내리는 뱃길에 있어야지..., 다짐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에 혼자만의 뒤풀이를 접고 최대한 빨리 잠이 들어야 했다.

 

 

다행히 눈은 07시쯤에 떠졌다.

다행히 눈은 아직도 펑펑 아니 한 시간에 3~5cm 쌓이고 있단다.

 

콩나물국을 끓이고 카레를 만들어 놓고,

그리고 그때까지도 떡실신 모드인 동반자들을 깨웠다.

 

그 모든 아침이 끝나니 10시30분,

완도항으로 가 눈 내리는 바다를 건너 청산도로 가는 뱃길에 태워질테다. 

 

 

 

 

동망봉 오름길 - 완도 모노레일 (2022.12.18)

완도타워 모노레일에서 하염없이 바라본 청산아일랜드호

 

 

 

눈이 내리지 않는다면 눈이 내리는 곳을 찾아가면 그만이다.

그 섬이 아무리 멀리에 있어도 가야 할 섬은 반드시 간다.

 

뱃길과 섬에 눈을 합치니,

지난날 땅끝항에서 노화도 산양항으로 간 그날의 뱃길보다 더 설레여진다.

 

 

 

 

 

 

 

순천~영암간 남해고속도로 벌교부근을 지나니 서서히 오늘의 테마 눈이 보인다.

 

혹자들은 눈이 많이 내려 사고도 빈발하고 생활에 불편도 있다지만,

10여 년째 눈이 내리지 않는 저주의 땅에 살아봐라! 그런 소리 나오는지!!

 

 

 

 

 

 

 

목포의 남은 거리가 줄어들수록 길가에 쌓인 눈의 두께는 두꺼워진다.

 

한국도로공사의 제설작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고가 만들어 놓은 눈길에서 스치는 남도의 설경은 과히 압권이었다.

 

 

 

 

 

 

 

청산도고 나발이고,

온통 눈뿐인 이 설경의 파노라마를 끝까지 스치고 싶었지만,

목포로 가면 또 다이아몬드제도로 들어설게 뻔해 장흥나들목에서 길의 방향을 틀었다.

 

 

 

 

강진만 가우도

 

 

강진만을 따라 마량으로 가는 길,

눈 내린 그 바다와 눈 내린 그 섬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인생사 아무리 그 하나만을 위해 간다고 해도 이젠 발길 머무는 곳엔 머물란다.

 

13시40분 가우도가 마주보이는 강진만가에 차를 세웠다.

 

세월은 덧없이 흘렀고,

그날 밤 캔맥주 하나를 마시고 칠흑의 섬으로 건너 간 기억은 아직도 강진만을 서성이고 있었다.

 

 

 

 

 

 

 

14시30분에 완도항에서 청산도로 가는 항차를 타야만이 오늘 테마는 성립이 된다.

 

네이비는 38이었고 시계는 13:45이었다.

고금도와 신지도를 관통해 완도로 들어서는 77번 국도는 편도1차선의 굽어진 길이다.

질주를 한다면 항에 빠듯하게 도착이 될 듯 싶었고, 선사가 편의를 봐준다면 승선도 가능할 듯 싶었다.

 

허나 문제는 조바심과 점심이었다.

떠돎은 누림에서 촉박으로 변질될 것이고,

제 때 올바른 식사를 해야하는 엄마의 점심시간은 늦춰질게 뻔하다.

 

일단은 가 보자!

 

 

 

 

고금대교 (마량~고금도)

 

장보고대교 (고금도~신지도)

 

신지대교 (신지도~완도)

 

 

 

장보고대교를 건너면서 오늘 청산도로는 못가겠구나, 싶었다.

 

물리학적 증명은 못하지만 촉박해지니 시간은 제곱으로 흘렀고,

무엇보다 도처에서 근사한 밥 한끼 사 먹는 재미로 나를 따라 나서는 엄마에게 그럴순 없었다.

 

 

 

 

 

 

 

눈을 실컷 보았으니 됐고, 청산도는 봄에 감이 맞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위안을 제시하며 완도항여객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14시35분이었다.

 

바다를 보니 청산도는 지들끼리 잘 가고 있더라~

 

 

 

 

 

 

 

그래도 못내 아쉬워 음식이 나오기 전 여객터미널로 갔다.

 

제주를 오가는 항로를 가진 터미널이라 그런지 떠나는 연안부두의 설렘 한껏 느껴졌다.

15시에 제주로 가는 페리호를 타려는 사람들이 만든 줄도 제법 길었다.

 

 

 

 

 

 

 

순간, 내일이고 나발이고 나도 그 줄에 서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회사야 하루 안가면 되지만...,

엄마의 모든 약들은 집에 있고...,

차를 가지고 제주로 가 내일 뭍으로 나온다면 최소 백오십은 긁을테고...,

 

예상치 못한 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정에 사로잡힐때 전화가 왔다.

밥 나온다!

 

 

 

 

 

 

완도항에 내리는 눈

 

 

 

먼저 식당을 나오니 함박눈이 펄펄 내린다.

 

완도타워로 가 눈 내리는 완도항이나 내려다봐야지, 하고 동망봉을 올려다보니 어랏! 이상한게 보였다.

잘 됐다! 저거나 타면 되겠구나, 싶었다.

 

 

 

 

 

 

 

 

 

눈 오는 바다를 건너 청산도로 가는 철부선은 못타고,

눈 내린 궤도에 붙어 동망봉으로 오르는 모노레일을 탔다.

 

엄마는 무심히 아래로 멀어지는 바다를 보고, 나는 그날의 그 길을 본다.

 

해남터미널부근에 차를 두고 버스를 타고 완도읍으로 가니 일행들은 동망봉을 향한다고 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동망봉에 오르니 개거품을 입에 문 일행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그날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고, 회상이 된 그 기억에 오늘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동망봉부근 모노레일에서 내려다 본 완도항

 

 

 

탑승 5분이 지나니 상부역사였다.

이미 엄마와도 두 번을 온 동망봉이라서 내릴 이유는 없었다.

청산도로 가는 철부선을 타지 못한 아쉬움을 대신했을 뿐이었다. 

 

 

 

 

풍랑에 출항이 두 시간 미뤄진 제주로 떠날 한일고속 블루펄호

 

 

 

하부역사로 내려오는 궤도에서 겨울 완도항을 본다.

지 색의 바다, 지 색의 하늘 참 좋더라~

 

지 색들이 지워지는 봄날에,

다시 이 곳으로 와 그때는 반드시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청산도로 가리라~

 

내 삶의 최고치는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