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약산도 당목항에서 생일도 서성항 본문
지난주 입도 실패의 참담함을 안긴 비진도를 가고자 9시50분쯤 집을 나섰다.
하지만 마창대교는 또 처밀렸고,
짐작을 했음에도 출발시간을 앞당기지 않은 내 아집도 있어,
14번 국도 부곡쉼터에서 비진도 뱃길을 날리고 길의 방향을 틀었다.
엄마가 탄 차를 받아 줄 여력이 없는 섬은 주저없이 날리고,
엄마가 탄 차를 받아 줄 여력이 있는 섬은 아직도 남았기에...,
생일도로 갈 것이다.
한국뱃길 - 약산도 당목항에서 생일도 서성항 (2023.6.3)
지난 4월 22일,
330km를 달려 당목항으로 갔지만, 끝내는 그 뱃길에 오르지 못했다.
오늘 6월 3일,
330km에 20km가 더 붙혀진 거리를 감내하며 당목항으로 가,
기필코 완도군 읍,면을 유지시키는 비연륙 7섬의 마지막 남은 섬,
생일도로 가는 15시40분 마지막 항차의 철부선에 엄마가 탄 차를 실을 것이다.
남해고속도로 네 곳의 휴게소를 패쓰하고,
고금도와 약산도 중심가에 있는 식당들에서 점심을 먹고자 했지만 모두가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득에 15시5분 당목항에 도착을 해,
조금은 여유스런 승선절차를 밟을 수 있었지만,
늦어진 점심은 16시를 넘겨 생일도에서 기약할 수 밖에는 없었다.
나는 또 당목항으로 왔다.
당췌 이 항에 몇 번을 오고 있는지...,
이순신트레일 중 아리랑길 30의 섬 길은 약산도였고, 그 길의 시작은 이 곳 당목항이었다.
그날 당목항에서 본,
철부선들에 엄마가 탄 차를 싣고자 오늘 또 당목항으로 왔다.
당목항은 금일(평일)도와 생일도를 오가는 철부선들의 모항이었고,
한 번은 거금도 우두항에서 금일도 동송항과 일정항을 거쳐 이 항으로 나왔고,
또 한 번은 오늘 갈 생일도를 가고자 왔지만 그 출항시간을 놓쳐 이 항에서 금일도를 오갔다.
19시쯤 생일도를 탐방하고 이 항으로 나오게 되면,
어쩌면 내 생은 다시는 당목항을 찾지 않을 수도 있다.
노화도와 같은 읍(邑)의 행정단위를 가진 금일도,
소안도와 같은 면(面)의 행정단위를 가진 생일도,
그 뱃길들에 투입된 철부선들의 자태는 단연 노화도쪽이 앞선다.
완도 화흥포에서 노화도와 소안도를 잇는 뱃길에 소안농협이 투입시킨 대한, 민국, 만세호와,
해남 땅끝에서 노화도를 잇는 뱃길에 노화농협이 투입시킨 노화카훼리5호와 7호는,
당대 대한민국 최고의 철부선들이다.
같은 완도군의 읍·면이지만,
완도농협약산지점이 당목항에서 금일도와 생일도를 잇는 뱃길에 투입시킨,
완농페리 철부선들은 너무도 초췌하다.
15시40분,
그 초췌해질대로 초췌해진 '완농페리5호'는,
만선의 기쁨을 싣고 생일도 서성항을 향해 출항을 했다.
화려한 유월의 토요일 오후,
그 이름만으로도 설레이는 생일도로 가는 철부선의 선상은,
대양을 항해하는 최상의 크루즈 선상 부럽지 않을 즐거움과 기대가 넘쳐나고 었다.
당일이 생일이면 해당자에 한해 그 운임마저 할인이 되는 뱃길,
아직은 세상에 덜 알려진 생일도에서의 생일 이벤트,
하지만 그건 그들만의 이유일 뿐!
오늘 비진도로 갈 뱃길을 다음으로 미룬 채 생일도로 가고 있음은,
내 엄마의 완도군 읍·면을 유지하는 비연륙 7섬의 뱃길,
그 모두를 갖기 위함이다.
엄마는 아프기 시작했고,
그 치료는 대학병원 3과의 담당교수들이 맡았지만,
그 위로는 바다와 섬과 그리고 그 뱃길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스미는 달빛이 맡았다.
내게는 병원 만큼이나 고마운 뱃길이다.
바다에 산재한 양식장들 탓에,
그 뱃길을 가늠치 못한 중년들이 눈 앞에 보이는 생일도를 두고,
멀리 보이는 금일도 동백반도를 생일도라 하기에 '저가 생일도'라 알려주니,
'앗' 하면서도,
내 들으라는 투의 지들끼리의 대화에서 '우리 청산도도 갔고 보길도도 갔고...,'라 시부렸다.
당장에 '이 양반이 어따대고...,' 할라다가 참았다.
16시05분,
25분의 뱃길에서,
엄마와 나를 제외한 모든 탑승객을 정열의 '생일도바라기'로 피어나게 한,
완도농협약산지점이 운항시키는 '완농페리5호'는 생일도 북단 서성항에 접안을 했다.
섬보다는 뱃길에 더 치중하는 여정이지만,
완도군 일곱 번째 탐방섬이 될 생일도에서의 오늘 서성임은,
우선은 늦은 점심부터 도모를 하고,
서성항 기준 반시계방향의 해안도로 끝 금곡해변과,
서성항 기준 시계방향의 해안도로 끝 용출항을 둘러보고,
18시30분 마지막 항차로 두 시간여 머문 섬을 나가는 것이다.
분명 살기 좋은 생일면이라고 했건만...,
입도 전 검색을 한 결과 두 곳의 식당이 성업중이었다.
허나 항 부근에 위치한 식당은 17시부터 영업을 재개한다라 했고,
금곡해변으로 가는 유촌리마을 어귀에 위치한 중국집은 '금일휴업'을 알리고 있었다.
사천휴게소에서 핫바 하나를 먹긴 했지만,
엄마는 가급적 제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는데 또 섬에서 딱한 처지가 됐다.
대한민국 섬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반드시 밥을 먹고 입도를 해야 하는 섬과 공복으로 입도를 해도 되는 섬이 그것이다.
생일도는 다시마를 키워 당당하게 사는 섬이라,
탐방객의 뒷바라지로 연명을 하는 그런 숙주형 섬은 절대 아니었다.
아침까지 거른 배는 무척이나 고팠고,
여직 점심을 먹지 못하고 있는 엄마도 걱정이 됐지만,
나는 관광객에게 기대지 않고 자립의 당당함으로 호기롭게 사는 생일도가 좋았다.
17시에 문을 연다니 기다릴 수 밖에는 없었고,
그 기다림의 시간속 섬의 서부해안가에 사는 사람의 집들을 보고자 금곡해변으로 향했다.
특출난 해안절경은 보이지 않았어도,
완도군 비연륙 7읍·면으로 가는 마지막 남은 뱃길을 타고 온 생일도라서 섬은 예뻤다.
16시35분쯤,
걱정이라고는 한 줌도 없어 보이는 생일도 남단 금곡해변에 닿았다.
금곡해변은 걱정이 없는데,
그 걱정없는 해변을 바라보고 선 나는 두 가지 걱정이 커진다.
아직 점심을 먹지 못 한 엄마와,
입도객이 많았음에도 출도의 승선권을 가지고 있지 못 함이...,
16시50분 서성항으로 돌아왔지만...,
출도승선권부터 발권을 하고자 들어선 발매창구는 비워져 있었고,
17시를 채워 다시 찾은 식당은 문마저 닫혀져 있었다.
그마나 다행은 편의점이 있었고,
더 다행함은 도시락도 구비돼 있었다.
편의점 앞 테이블에 전자렌지에 데운 도시락을 까고 엄마랑 앉았다.
길 건너 물양장에선 배로 실어 온 산더미 같은 다시마가 크레인으로 올려져 포터에 실리고,
포터들이 나른 다시마는 섬 곳곳의 공터에 깔린 녹색 그물망에서 펼쳐지고...,
그런 풍경들을 보며 넘어가지도 않는 점심인지 저녁이지를 먹다가,
엄마의 더는 못먹겠다는 말에 상을 접고,
용출항으로 향했다.
생일도의 비경은 동부해안이 간직하고 있었다.
봉산리마을 직전에 조성된 전망대에 차를 세우니,
바다와 어우러진 여럿 섬들의 자태에 반한 엄마가 두 말 없이 차에서 내려 전망대 끝으로 간다.
간혹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섬들을 보노라면 섬뜩한 무서움이 들곤 한다.
시퍼런 바다에 둘러싸인 작은 육지가 느낄 공포를 왜 내가 대신 느끼는지 모르겠다.
덕우도...,
물론 식당은 있을리 없겠지만,
저 시퍼런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섬에도 사람들이 산다.
17시40분쯤,
생일도 사람들이 본 섬인 완도를 오가는 또 하나의 관문인 용출항으로 왔다.
생일도 뱃길을 계획하며,
입도는 당목항에서 서성항으로 들고자 했고,
출도는 용출항에서 섬사랑5호를 타고 완도항으로 나가고자 했다.
하지만 16시 이전에 용출항으로 올 수 있는 팔자도 아니었고,
그리고 무럿보다 낙도민도 아니면서 기항을 안해도 될 낙도보조선을,
충분히 다른 뱃길이 있음에도 구지 불러 타고 나갈 염치가 내게는 없었다.
섬사랑5호가 기항을 한다는,
생일도 남단에 있는 용출항을 서성일 수 있음만으로도 충분했다.
엄마는 지도상에서 지금 여기가 어딘지? 그런 인지는 않는다.
다만 차를 타고 배를 타고 온 거리로 멀고 가까움을 안다.
지난 하의·신의도 탐방에서는,
그런 엄마를 데리고 다이아몬드제도 남각의 황성금리해변으로 갔고,
오늘 생일도 탐방에서는,
그런 엄마를 데리고 섬사랑5호가 기항을 한다는 생일도 남단 용출항으로 왔다.
그 아득함을 엄마는 알리가 없지만,
그 아득한 곳으로 엄마를 데리고 온 나는 이 특별함이 너무도 각별하다.
엄마도 저물녘 항의 풍경이 좋은지 주변을 서성인다.
그 평온한 서성임을 좀 더 배려하고 싶었지만 시계는 18시를 지나고 있었다.
5km 남짓한 거리였지만,
배표 없음으로 불이나케 왔던 길을 되돌아 서성항으로 돌아오니 18시15분,
바다를 보니 '완농페리5호'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18시30분,
완도군 읍,면을 유지하는 11섬들 중 비연륙 7섬의 마지막 탐방섬 생일도를 떠난다.
엄마와의 섬 탐방은 가급적 당일이 원칙이고,
엄마와의 동행이 아니더라도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감이 맞고,
뱃길 끊어진 섬에서 갇혀진 기분으로 남아 그 하룻밤을 보낼 이유도 없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완도군 비연륙 읍,면의 7섬 모두를 탐방했다.
섬보다는 그 뱃길이 있어 행복한 날들이다.
허나 이제 한반도 남녘바다에 산재한 무수한 섬들에서,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입도를 해 차로 탐방을 할 수 있는 섬들은,
그 조건을 아무리 완화시켜도 통영의 두미도와 여수의 연도와 거문도, 그리고 제주의 추자도만이 남았다.
섬보다는 그 뱃길을 우선으로 두지만,
탐방에 채 한 시간도 소요되지 않는 섬을 두 시간여의 뱃길로 입도를 해,
섬을 나가는 배가 오기까지 서너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처지가 벌써부터 곤욕이다.
그 곤욕스러움을 조금이라도 늦추고자 소안도와 생일도는 애써 남겨두었는데,
오월에는 소안도를, 유월에는 마지막 남은 생일도마저 말아 먹었다.
18시53분,
차량 2대와 그에 딸린 여객 5명을 승선시킨 '완농페리5호'는 당목항에 접안을 했다.
19시20분,
일몰이 한창인 마량을 고금대교로 건넜다.
이제 완도는 제주로 가는 페리호에 승선을 하지 않는 한, 더는 가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제서야 장흥읍내에서 찾은 한정식집에 들러 식사다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친절도 하거니와 특히 노릇하게 잘 구워진 생선구이가 엄마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허나 이제 완도 아니 한반도 서남권역으로 올 이유는 없어졌으므로,
이 식당 역시도 처음이지만 마지막 방문이 됐다.
그래서 나는 내 몫의 생선을 부러 먹지 않았다.
264km를 2시간30분에 끊어,
집으로 돌아오니 시계는 23시에서 1분이 지나고 있었다.
토요일 10시쯤이면 어김없이 내 사는 곳에서 300km이상 떨어진 항으로 가,
한반도 서남권역 바다에 떠 있는 섬으로 가는 뱃길의 철부선에 엄마가 탄 차를 실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시계는 늘 23시를 지나 있었지만,
그로해서 내 엄마는 완도군 비연륙 7섬 모두를 탐방했다.
완도군의 비연륙 7섬은 모두가 예쁜 섬들이었고,
특히 창산도와 금당도 그리고 소안도는 너무도 예뻐서 다시는 못 갈 것 같다.
한국뱃길 시리즈 31 「약산도 당목항 ↔ 생일도 서성항」
□ 운항선사 : 완도농협약산지점 '완농페리5호'
□ 항해거리 : 3.8해리 /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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