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안좌도 복호항에서 하의도 웅곡항 본문
대한민국령 섬들이 하늘의 별들처럼 바다를 수 놓는 곳,
그 중 섬들의 밀집 형태가 다이아몬드를 닮았다하여 이름 붙혀진 제도,
다이아몬드제도는 천사대교의 개통과 기존 연도교들로 인해,
그 수의 절반에 가까운 섬들이 연륙화가 되었고 차후 모든 섬들의 연륙화를 꿈꾸고 있다.
연도가 이뤄지면 그 뱃길들은 모두가 사라질테고,
연도가 이뤄지기 전 다이아몬드제도 남각을 가기 위해 08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한국뱃길 - 안좌도 복호항에서 하의도 웅곡항 (2023.5.20)
제도의 동각은 2020년 1월 19일,
아리랑길 51로 찍은 자라도 동단 휴암도였고,
제도의 북각은 2021년 7월 4일,
엄마와 함께 증도로 건너 간 자은도 북단 고교선착장이었고,
제도의 서각은 2022년 9월 11일,
엄마와 함께 탐방을 한 비금도 서단 하트해변이었다.
제도의 남각은 2023년 5월 20일,
엄마와 함께 탐방을 할 신의도(하태도) 남단 황성금리해변이다.
제도의 사극각을 다 갔노라! 알리기보다는,
내 엄마는 제도의 사각을 다 찍었다!는 나만의 기록 도모를 위해,
오늘 또 두 선의 남해고속도로 극에서 극으로 가는 길고 긴 여정에 올랐다.
13시쯤 한반도 서남권역의 중심도시 목포를 지난다.
목포...,
오면 무조건 설레이는 도시였고,
그 찾음이 일년만이라 그 설렘은 좀 더 진했다.
하의도로 가는 철부선의 처음 출항지는 목포였지만,
그 철부선이 기항을 하는 그 항이 오늘은 더 그리워져 낮에는 목포를 스친다.
다이아몬드제도의 섬들을 탐방하기 위해 목포는 스치기 일쑤였고,
지금 역시도 목포를 스치지만...,
오늘밤,
신의도에서 밤배를 타고 다시 목포로 올 것이다.
다이아몬드제도로의 듦을 알리는 천사대교 주탑의 형상,
마주할 때 마다 그 착안과 만듬에 경의를 표한다.
삶에 투영된 숱한 일편들의 파노라마에서,
뒷좌석에 앉아 자불고 있는 엄마를 태우고 천사대교를 건너는 무심한 이 순간들이 나는 참 좋다.
천사대교를 건너면 암태도이고,
기동삼거리 직전 호떡집이 나타나면 으레 호떡을 사 먹는다.
올 때 마다 가격이 오르더니 오늘은 1,500원까지 상승을 해 있었고,
그에 반해 설탕꿀은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다시는 안사먹는다, 거만해진 호떡...,
살다보면 갖게 되는 기억들,
기억이 회상이 되면 그 곳은 늘 그리워지고,
그리워지면 아니 올 수가 없어 나는 오늘 또 그 곳을 지난다.
320km 목포에서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실을 수도 있었지만,
49km를 더한 369km 안좌도에서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자 했다.
회상이 된 기억 때문에...,
369km가 끝난 14시쯤,
오늘 하의도 가는 철부선에 엄마가 탄 차를 실을 안좌도 남단 복호항에 도착을 했다.
그날 안좌도 서남부해안을 돌아 복호항에 닿으니,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를 철부선 한 척이 항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로부터 일년여가 지난 2021년 1월 1일,
'천사대교가 있는 데 왜 구지 배를 타요'란 선사 직원의 핀잔을 무시한 채,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이 곳 복호항으로 왔었다.
기억들로부터 2년6개월여가 흐른 오늘,
나는 다시 복호항으로 왔고 30여분이 지나면 복호항을 떠난다.
언제 다시 또 이 곳에 와질지...,
살다보면 갈 일이 있어도 외면을 하는 곳도 있지만,
살다보면 갈 일이 없어도 가야만 하는 곳도 있다.
살다보면 또 와지겠지...,
14시25분,
또 하나의 회상을 갖기 위해 엄마가 탄 차를 하의도로 가는 철부선에 실었다.
하늘은 맑았고,
뻘빛 바다는 더 없이 잔잔했다.
내 사는 곳에서는 너무도 멀리에 있는 바다,
그 바다에 떠 있는,
예쁜 섬들(자라도, 부소도, 박지도, 반월도)을 아리랑길에 채웠던 시절도 있었다.
엄마를 집에 두고 홀로 길로 나설 수가 없는 지금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 바다로 와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곤 한다.
출항 10여분이 지나자 남신안농협2호는,
다이아몬드제도 동남변을 채우는 장산도 '북강선착장'에 기항을 한다.
장산도가 제법 큰 섬인지,
동승한 대다수의 여객과 차들이 분주히 하선을 한다.
엄마와 두 번째 승선을 한 남신안농협2호,
그날 목포에서 안좌도로 갈 때에는 둘 다 따뜻한 객실 바닥에 누워 잠을 잤고,
이년여의 세월이 흐른 오늘은 엄마는 차에 앉아 내리질 않고 나만이 차와 갑판을 오르내린다.
출항 40여분이 지나자 남신안농협2호는,
다이아몬드제도 중앙에 자리한 옥도의 서부해안 옥도항에 또 기항을 힌다.
선착장에 세워진 섬명표지석을 보니 평소 탐닉을 하는 블로그가 생각났다.
섬 여행을 주제로 한 다수의 기록들에서,
화려한 치장을 한 여타의 기록들이 그의 진솔된 기록들을 가릴지라도,
그 탐방의 수나 낙도 듦은 타 기록들과는 비교불가의 가치로 여겨졌다.
이름조차 몰랐던 여수의 평도,
갈 엄두조차도 못낼 맹골군도의 여럿 섬들을 홀로 찾는 그의 섬 백패킹 기록은 대단했다.
사람들은 화려한 치장으로 꾸민 기록들을 우선시 하고,
세상은 그런 픽션 같은 치장이 있어야 알아주지만,
분명 가보지 못한 섬은 그의 기록이 최고였다.
다이아몬드제도의 섬들이 각자의 고유색을 갖기 시작했다.
박지도와 반월도는 보라색,
수선화로 유명한 선도는 노란색,
그리고 오늘 뱃길에서 본 자라도는 파란색을 입혔고, 옥도는 빨간색이었다.
부디 유명 관광섬들에 가려진,
신안군의 여럿 섬들이 저 마다의 색으로 그 가치를 살려 더는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출항 1시간10여분이 지나자 남신안농협2호는,
하의도 직전에 위치한 장병도 동단 장병도항에 세 번째 기항을 한다.
안좌도 복호항에서 개략 30여분 소요될 줄 알았는데,
하의도 웅곡항으로의 뱃길은 도합 세 번의 기항으로 추정한 도착시간을 1시간 이상 늘리고 있다.
허나 이 뱃길은 오롯이 뭍과 섬을 오가는 주민들의 것이기에,
뭐라 투정을 낼 수도 없는 처지였다.
장병도 역시도 그의 기록에 있는 섬이었다.
30여분 소요될 줄 알았던 하의도 뱃길은 1시간20분으로 길어졌고,
늦어진 점심부터 시작해 오늘 계획한 모든 일정이 길어진 항해시간 만큼 늦춰졌다.
고 김대중 대통령 생가 방문에 기대를 하며,
흔쾌히 이 먼 여정을 수락한 엄마의 오늘 하루가 부디 고 되지 않기만을 바랬다.
16시가 조금 지난 시각,
다이아몬드제도 남부내해 다섯 섬의 뱃길을 빠짐없이 이은 남신안농협2호는,
하의도와 신의도 사이 해협을 통해 해무에 그 자태를 숨기기 시작한 하의도 동단 웅곡항에 접안을 했다.
처음 온 먼 섬에 해무는 짙어지고,
어쩌면 이 해무가 더 짙어져 오늘 뭍으로 나갈 수는 있을까?란 불안감은 낯선 섬을 더 가렸다.
한국뱃길 시리즈 29 「안좌도 복호항 → 하의도 웅곡항」
□ 운항선사 : 남신안농업협동조합 남신안농협2호
□ 항해거리 : 15.1마일 / 1시간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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