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모노레일 - 무장애산길 (10)
회상이 될 길의 기록

3개월마다 도래하는 엄마의 정기검사가 있는 날, 13시 조형제 주사를 맞고 검사까지는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해, 점심을 먹고 그래도 한 시간여가 남아 낙동강변 황산공원으로 갔다. 평일임에도 제법 사람들이 있다. 정자에 앉아 아기를 돌보는 할머니, 국토종주자전거길을 달리는 라이더, 난 아무것도 할게 없어 그저 강변을 서성였다. 강물은 강물이라 흘러가고, 나무는 나무라 서 있고, 꽃은 꽃이라 피고..., 15시20분쯤 검사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니, 집이고 회사고 나발이고 다 돌아가기가 싫다. 엄마의 표정도 역시도..., 그렇지만 혹시나 싶어 의향을 물으니, 그 주사를 맞고나면 힘이 난다고 했다. ㅋㅋ 얼마나 집에 가기가 싫었음 조형제가 힘나는 주사가 되냐..., 에라이 일이고 회사고 나발이고..., 잘 됐다...

그러함은, 태양을 축으로 삼은 지구의 공전과 자정일 뿐인데..., 그러함으로, 움추렸던 나무들은 깨어나 하얀꽃 노란꽃 분홍꽃을 피운다. 꽃이 피니 세상은 화려해지고, 그 화려해진 세상을 서성이고자 12시쯤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섰다. 해발 1,228m 오름길 - 대봉스카이랜드 모노레일 (2023.3.25) 수요일 출근길부터 길가에 벛꽃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핀 벛꽃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질까봐 애써 걱정스러웠다. 외래가 없는 주중이면 늘 집에 있는 엄마는 벛꽃이 피고 사흘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꽃이 피니 하늘이 시샘을 한 토요일, 보슬비는 내리고..., 삶의 고뇌는 '오늘은 또 어디를 서성이다 오노'였다. 지지난주 토요일에는 극서의 조도군도에서 세상의 극치를, 지난주 일요일에는 극북의 백암..

오늘은 엄마의 심혈관센터 진료가 도래한 날이다. 12시쯤 회사를 나와 집으로 엄마를 데리러 가는 길, 뉴스에는 비가 내린 다음날인 월요일은 추워질거라 호들갑을 떨었지만..., 봄은 이미 와있었다. 14시20분쯤 병원을 나서는데..., 이리도 화려해지는 봄날의 하늘을 이고, 이리도 화려해지는 봄날에 엄마를 집에 두고, 다시 회사로 들어감은 내 삶의 고난 또 한 페이지를 추가하는 짓이라..., 에라이~ 회사고 일이고 나발이고, 나는 내 삶, 그 본연의 가치에 충실하고자 미포로 갔다. 동해남부선의 기억 - 해운대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2023.3.13) 삶의 가치는 벌어먹고 사는 것만은 절대 아니다. 아무리 인간사 지랄을 하고 살아도 하늘은 한 번도 두 쪽이 나질 않았다. 화려한 봄날의 햇살이 내려앉은 미포...

겨울의 선물은 무조건 눈이다. 하지만 한반도 동남쪽은 10여 년째 눈이 내리질 않는다. 해간도를 서성이다 온 토요일 저녁, 뉴스에서는 서해안에 많은 눈이 내렸고 일요일인 내일은 더 많이 내릴거라 했다. 내일은 무조건 눈 내리는 뱃길에 있어야지..., 다짐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찍 일어나야 하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에 혼자만의 뒤풀이를 접고 최대한 빨리 잠이 들어야 했다. 다행히 눈은 07시쯤에 떠졌다. 다행히 눈은 아직도 펑펑 아니 한 시간에 3~5cm 쌓이고 있단다. 콩나물국을 끓이고 카레를 만들어 놓고, 그리고 그때까지도 떡실신 모드인 동반자들을 깨웠다. 그 모든 아침이 끝나니 10시30분, 완도항으로 가 눈 내리는 바다를 건너 청산도로 가는 뱃길에 태워질테다. 동망봉 오름길 - 완도 모노레..

어느 날 여행의 고수들과 술을 마시다가, 부산에는 없고 여수와 목포에는 있는 게, 뭔 줄 아냐?고 물었다. 미묘한 뉘앙스의 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곧 나였음으로, 낭만이다! 그렇게 밑도 끝도 없는 답을 내놓으니 뭐 씹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항구를 가진 도시들에는 특유의 운치가 있다. 허나 부산의 항과 포구에서는 이제 그런 운치는 찾을 수 없다. 운치가 머물 자리마저 다 거둬 항만과 관광인프라시설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우라지를 갔다온 다음날, 신정시장 칼국수를 핑계로 어제의 여독에 쩔어 있는 엄마를 꼬득여, 현대家의 번영을 위해 낭만이 될 운치를 지운 남동임해공업지역의 중심 울산으로 갔다. 고래문화마을 일주 - 장생포모노레일 (2022.11.13) 현재 인구 백만을 넘긴 대한민국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