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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영구결항 내 기억 속 엔젤호 본문

한국뱃길 - 섬으로간길

한국뱃길 - 영구결항 내 기억 속 엔젤호

경기병 2024. 11. 7. 10:00

사량도에 가면,

상도의 지리산도 있고,

사량대교 건너 하도의 칠현산도 있지만,

 

사량도에 가면,

그 시절 육짓길보다 빨랐던 바닷길을 연,

대한민국 최초의 쾌속여객선 '엔젤호'가 있다. 

 

 

 

한국뱃길 - 영구결항 내 기억 속 엔젤호 (2024.11.2)

사량도 금평항에 전시된 엔젤3호

 

 

오후에 그친다는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전,

엄마의 호흡기내과 진료에 따른 여타의 모든 절차들이 끝나니 11시쯤이었다.

 

때를 맞춰 비도 그쳤고,

그러니 오늘은 또 어디로 가야할지가 오후의 숙제로 주어진다.

 

 

 

 

대가저수지

 

 

 

 

 

 

 

 

그저 발길 가는대로에 따라,

합포만을 건너 고성평야 대가저수지 돌솥밥집으로 가 점심을 먹고...,

 

 

 

 

 

 

 

 

 

 

또 그저 발길 가는대로에 따라,

고성만 만입의 해안선을 돌아 가오치항에 도착을 하니 14시30분쯤이었다.

 

엄마의 지당한 작은 반대도 있었지만,

갈 곳이 없으니 오랫만?에 사량도나 갈까, 싶었다.

 

 

 

 

 

 

 

 

 

 

15시 항차로 15시40분쯤 섬에 들어,

늘 그래왔듯 상,하도를 반시계방향으로 일주하고 18시 마지막 항차로 섬을 나갈 것이다.

 

 

 

 

 

 

 

 

 

 

 

 

 

일없이 엄마를 데리고 사량도를 열 번도 넘게 처가는 미친...,

 

 

내 기억과 내 블로그 속에는,

열 번도 넘게 입도를 한 사량도 사계의 풍경들이 차고 넘친다.

 

그러하기에 오늘은 서성임 그 자체만을 누리고자,

하도부터 우선한 일주길에서 기록이고 나발이고는 생략을 한채 그 풍경들을 스치기만 했다.

 

그러다가 일주길이 끝나는 상도의 금평항에서,

언제나 그 출입이 막혀있던 엔젤호의 내부가 오늘은 개방돼 있음이 보였다.

 

 

 

 

 

 

 

1993년쯤인가?

거제도 성포항에서 타킷을 시준하는 데오돌라이트 망원경에,

선두에 세운 두 다리로 푸른 바다에 흰 포말을 일으키며 항으로 들어오는 여객선이 포착됐다.

 

엔젤호였다.

 

 

 

 

 

 

 

 

 

 

내 스물다섯살 때,

범호도 당당하게 거제도 성포항으로 들어오던 그 엔젤호에,

 

내 쉰여섯이 되어서야,

드디어 사량도 금평항에서 승선을 한다.

 

 

 

 

 

 

 

 

 

 

 

 

 

 

 

 

토목기술의 발전과 예산의 증가로,

한반도 연안의 섬들에 연륙교들이 걸쳐질수록 뱃길들은 사라지는 작금이다.

 

아주 오래전에 부산서 여수를 오고간 뱃길은 오래전에 영구결항이 됐고,

그 뱃길에 단 한 번이라도 승선을 했다면 이리도 아쉽진 않을텐데...,   

 

 

 

 

 

 

 

 

 

 

 

 

 

 

 

 

어쩌면 그 뱃길보다는 그 시절이 그리워,

영구결항이 돼 뭍으로 올라 온 엔젤호에 승선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엔젤호, 성포항, 신현읍사무소 담벼락...,

문득 내 젊은 날이 그리워지 엔젤호 승선이었다.

 

 

 

 

사량대교

 

 

 

 

 

사량해협

 

 

17시30분쯤 금평항으로 돌아왔다.

 

상,하도 사이 해협으로 해는 떨어지고,

뭍으로 나가는 배가 오기를 기다리다 엄마는 잠이 들고...,

 

 

 

 

 

 

 

 

 

 

 

 

 

 

 

 

이제 와본들 별 기분조차도 들지않는 사량도이지만,

삶이 심심한 날 엄마를 데리고 또 올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배가 나타났다 - 1

 

 

집으로 돌아가는 배가 나타났다 - 2

 

 

집으로 돌아가는 배가 나타났다 - 3

 

 

17시40분쯤 집으로 돌아가는 배가 나타났다.

 

떠나면 그만인 섬,

하지만 그 뱃길에서 엄마의 생은 아직도 굳건한 현재진행형이다.

 

 

 

 

 

 

 

 

 

 

 

 

 

굿바이! 아름다운 시절 속 사량도~

 

 

2024년 11월 2일 18시,

사량도에서 가오치항으로 가는 마지막 항차의 철부선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여섯 명의 여객과 두 대의 차량만이 승선을 했다.

 

 

 

 

 

 

 

 

 

 

 

 

 

 

 

 

아름다운 바다,

자란만과 고성만에 어둠은 내리고...,

 

아름다운 시절 속 아름다운 항해였다.

 

 

 

 

 

 

 

 

 

 

점심에 회덮밥이 먹고 싶었던 엄마를 위해 당항만 소포에 들러 저녁을 먹고,

줄기차게 처밟아 집으로 돌아오니 21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