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베이스캠프 - 대봉캠핑랜드 사나래관 207호 본문
지금이 겨울인지 아직은 가을인지,
나무들은 아직 가을인데 북서쪽은 지금 폭설이 내렸다고 하니,
이제는 겨울이라 단정을 지어도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들에게 미안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겨울이면 부산권 밖에서 들려오는 눈 내린다는 소식에,
아무리 기다려도 내리지 않는 눈을 그래도 기다리는 부산권은 참담할 뿐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리지 않는 눈,
그렇다면 눈 내린 곳을 찾아 떠날 수 밖에...,
베이스캠프 - 대봉캠핑랜드 사나래관 207호 (2024.11.30~12.1)
주중에 들려온 눈 소식에,
주말엔 눈이 내린 곳으로 가야지 했다.
지난주는 왕복 700km 국립대관령자연휴양림을 베이스캠프로 했기에,
이번주는 왕복 400km 내외에서 눈이 내린 곳에 위치한 베이스캠프를 찾으니,
덕유산 향적봉과 지리산 천왕봉을 일직선으로 연결했을 때,
그 선의 절반쯤에서 서쪽으로 5km 떨어진 대봉산 중턱 해발 650m에 조성된,
경상남도 함양군의 야심작 '함양대봉산휴양밸리 - 대봉캠핑랜드'가 적지로 각이됐다.
눈이 녹지 않기를 바라며 그 사용을 득했다.
09시30분 집을 나서,
엄마의 호흡기내과 진료가 끝나니 11시20분,
그러나 곧장 함양으로 가지 못하고 다시 집으로 갔다.
휴대폰을 챙겨 12시쯤 다시 집을 나서,
13시30분 군북으로 잠시 빠져 점심을 먹었다.
산청을 지났음에도 마주보이는 산들에 눈이 없다.
목요일까지는 눈이 내렸다고 했는데...,
순전히 눈 때문에 국립과 자연휴양림이 안 붙은 베이스캠프를 수용했는데...,
잔설이라도 좋으니 눈이 조금이라도 남아있기를 바랬고,
그 마음 간절했는지 대봉산 오름길 들어서니 그제서야 녹지 않은 눈들이 보였다.
15시15분 경남 함양군 병곡면 원산리 해발 650m 대봉산 중턱에 자리한,
함양군 공립 '대봉캠핑랜드'에 도착을 했다.
15시30분 207호에 입실을 했다.
모든 국립자연휴양림의 베이스캠프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미친놈 때문에,
4주 연속 주말마다 한데 잠을 자게 된 엄마는,
'이번으로 야영은 끝내자'고 했다.
엄마가 그 말을 한 이유는,
할 일 없는 숙소에 일찍 든 깝깝함에 대한 토로였고,
휴양이고 나발이고 숙박을 위한 여정은 절대 여행이 아님을 뜻함이었다.
내가 엄마의 그 말 뜻을 알아차린 이유는,
변산과 덕유산에서는 숙소의 베이스캠프화를 위한 탐방지가 존재했지만,
지난주 대관령과 이번주 대봉산은 이렇다할 사전 탐방지 없이 곧장 숙소로 들었기 때문이다.
깝깝하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전열을 가다듬은 16시,
갈 곳은 없지만 어두워지면 돌아오기로 하고 베이스캠프를 나섰다.
16시쯤 약 15km 떨어진 함양읍으로 가 장을 보고,
18시가 다된 시각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이제 할 일은,
잘 먹고 잘 자는 쉼 뿐이다.
두어시간 동안 판을 바꿔가며 저녁을 먹는데,
두어시간 내내 문 밖이 야단스럽다.
살짝 문을 열어보니...,
에해이~ 이 추븐데...,
쉼과 힐링을 추구하는 최근의 휴양림은,
비록 아침에 내놓는 술병들은 많을지라도 21시가 지나니 적막했다.
어린 자녀들과 동반하여 찾는 대봉캠핑랜드는,
비록 아침에 내놓는 술병들은 적을지라도 21시가 지나도록 분주했다.
엄마가 일흔다섯이 될 때까지는,
종종 리빙셀텐트로 한반도 각지를 누비며 들살이를 했다.
랜턴 불빛 물든 텐트들을 보니 잠시 그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엄마가 아니, 내가 늙어서 야영이고 나발이고는 생각만으로도 고역이다.
해발 600~800m가 사람 살기 가장 좋은 고도라고 했지만,
해발 650m에서 보낸 밤은,
찌지기를 작정하고 방바닥 온도를 잔뜩 올리고 잔 득에,
더워서 엄마와 번갈아가며 자다깨다를 반복한 11월의 열대야였다.
2024년 마지막 달,
그 첫 날의 아침을 덕유산과 지리산 사이에 솟은 대봉산에서 맞이했다.
맨날 뜨고 지는 해 따위에 더 이상의 의미는 부여치 않는다.
맨날 뜨고 지는 해 때문에 늙어짐이 싫을 뿐이다.
오래 살려고가 아니라,
늙지 않으려 엄마를 데리고 대봉산으로 왔다.
그리고 10시20분,
대봉산에서 머문 하루는 늙지 않았기를 바라며 떠날 채비를 끝냈다.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공립이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국립보다 나을 수 있음을 알게 한,
함양군 공립 '대봉캠핑랜드였다.
베이스캠프가 정처였으므로,
그 베이스캠프를 나서자 갈 곳 없는 상실감이 밀려들었다.
그 때, 어머니 여수로 말린 조구 사러 가자신다.
잘 됐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각,
갈 곳이 없어 가기로 한 여수에 닿았다.
여수로 왔지만,
언제부터인가 여수는 그저 여수일 뿐이다.
그리 하지도 않을 거면서,
곧 섬으로 떠나는 페리호에 승선을 하는 모양새로 터미널을 서성인다.
그건 아마도,
기억이 된 그 뱃길에 다시 한 번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싶어서였다.
보이는 한려페리9호에,
엄마가 탄 차를 싣고 개도 화산항에서 이곳 여수항으로 왔던 기억,
보이는 금오고속페리호에도,
엄마가 탄 차를 싣고 금오열도 안도항에서 이곳 여수항으로 왔던 기억,
그 뱃길을 동승한 엄마는 지금,
뱃길이고 기억이고 나발이고는 잊은 채 급하다며 화장실에 갔다.
말린 조구 삼만 원치와 액젓 한 통을 사고,
시장 안 난전에서 갈치조림으로 조금은 이른 점심을 먹었다.
정제를 피하고 싶어 귀가시간을 서둘렀지만,
일요일 오후의 남해고속도로 부산방향은 한껏 처밀려있었다.
지방소멸? 까고 있네...,
매주말 이래 길이 처밀리는데 그 소멸 제발 빨리 왔음 좋겠다.
지방소멸이 아니라,
길이 밀리지 않는 적정 인구로의 분포현상이다.
명지로 가 숭어회 1kg를 사 들고,
어제 아침에 나간 집으로 돌아오니 18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떡진 대방어보다는 찰진 참숭어가 훨씬 더 맛있는 계절이기에,
어제는 대봉산에서 오늘은 집구석에서 그 참숭어로 소맥 몇 잔을 말아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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