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그 바다에 그 섬이 있다 - 욕지도에서 바라본 갈도와 국도 본문
을사년 설은 장장 구일간의 연휴를 주었지만,
을사년 설은 박복하기 짝이 없었다.
하늘은 날씨로 그 누림을 시샘했고,
인생은 새옹지마로 떠남을 막기 일쑤였다.
허투로 보낸 여드레가 지난 연휴의 마지막날,
하늘은 또 여지없이 흐렸지만 엄마와 함께 욕지도를 오가는 뱃길에 들었다.
그 바다에 그 섬이 있다 - 욕지도에서 바라본 갈도와 국도 (2025.2.2)

1월 엄마를 데리고 다섯 곳의 병원에 아홉 번 외래를 다녔다.
산다는 거 조금은 서글프더라~
우울증도 올라하고~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위로가 필요했다.
사람들이 시부려오는 그런 위로말고,
내가 나를 위로하는 그런 위로가...,





그런 위로를 받고자,
10시쯤 집을 나서 12시18분 욕지도로 가는 선착장이 있는 미륵도 삼덕항에 도착을 했다.
그제서야 날이 약간 개더라~
기분도 좀 좋아지고~


원래는 삼덕항에서 고개 하나 넘어에 있는,
중화항에서 12시20분 항차로 욕지도에 들고자 했다.
150km 남짓한 거리에 두 시간 반을 할당하고 달렸지만,
삶 자체가 '머피의법칙'인 팔자는 오늘도 간당간당으로 시비를 걸어왔고,
싸우기도 아니 휘말리기도 귀찮아 '내가 졌다'라 하고 삼덕항에서 시동을 꺼버렸다.
그러니 시비를 걸어온 머피의법칙은 개가 돼 바다를 쳐다보고,
촉박 대신 40여 분의 여유가 생긴 나는 바닷가에 세운 차안에서 엄마와 충무김밥을 나눠 먹었다.
메롱~


거서 가나 여서 가나...,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시비를 걸어 온 머피의법칙을 향해 '메롱'을 한 번 더 연발했다.



한산도와 사량도 그리고 욕지도는,
언제라도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떠날 수 있는 섬들이다.
한산도와 사량도에 비해 그 찾음이 다소 소홀했던 욕지도를,
이년여의 세월이 흘러 다시 엄마와 간다.



14시 욕지항으로 입도를 해,
지협부 서측,
천왕산 둘레로 난 일주도로를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욕지항으로~
욕지항 부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지협부 동측,
동탄반도(가칭) 둘레로 난 일주도로를 역시 반시계방향으로 돌아 다시 욕지항으로~
그리고 16시45분이 되면 마지막 항차로 섬을 떠날 것이다.




것도 세월이라고...,
오랫만에 욕지도 가는 뱃길에 놓여지니,
그 바다 그 섬들이 그리웠음을 비로소 알게 됐다.


통영의 바다가 이리도 좋은데,
통영의 섬들이 이리도 그리웠는데,
먹고 산다고...,
가 아니라 자연휴양림 베이스캠프화에 미쳐 한동안 통영에 오지를 못했다.





일전에 돌산도 봉황산자연휴양림의 베이스캠프화를 위해,
그 한계가 분명 전라좌수영에 머문 여수에 갔을 때,
삼도수군통제영 통영이 너무도 그리워졌다.
무엇인들 멋과 맛으로 치장을 시켜 자랑질하는 전라도라지만,
기록된 역사가 증명을 하는 사실을 아니다라 우기며,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취하고자 함에 학을 뗐다.
이미 예쁜데,
뭐가 부족해 남의 화장품까지 빼앗아 지 얼굴에 처바르려고 하는지...,
그 꼴 하도 사나워 이제 여수는 안갈란다!



바다와 섬은 여수 빼고도 얼마든지 있다.



출항 한 시간이 지난 14시,
욕지영동골드고속호는 욕지도 지협부 욕지항에 접안을 했다.




대한민국 근대 어업의 발상지,
고구마를 고메라 부르는 섬,
잘 있었제?





하선과 동시에,
섬의 서측 천왕산 둘레로 형성된 일주도로에 들어섰다.
조금의 세월은 흘렀지만,
내 기억 속 섬의 풍경은 그대로였다.


삼여도전망대 직전에서,
바다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갈도와 국도를 마주했다.
어쩌면 내 생에 한 번도 입도를 할 수 없는 섬들일 수도 있지만,
그 바다에 그 섬들이 있어 엄마를 데리고 가끔은 욕지도를 오곤 한다.


14시40분,
섬의 서측 천왕산 둘레로 난 일주도로를 돌아 욕지항으로 돌아왔다.



설을 2주 앞두고,
설을 제주도에서 보내고자 그 누구와 그 어떤 상의도 없이 독단으로 예약을 해버렸다.
무안공항 참사와 관련된 뉴스들이 잦아들면,
엄마에게 이실직고를 해야지, 하며 디데이를 기다렸다.
하지만 새옹지마는 환불수수료만을 처날리게 했다.
제주도는 못가고 온 욕지도에서,
제주도 번호판을 단 활어차를 보게 될줄이야...,


남들이 검증을 한 식당은 상 중이었고,
내가 검증을 한 식당은 수족관 청소 중이라서,
그래서 할 수 없이 들어간 식당은,
에라이~ 당장에 돈 던져주고 튀어나오고 싶은 충동마저 일었다.
어서오세요고 나발이고는 불퉁의 생략이었고,
고등어조림은 고등어기름전골이었고,
3x17,000원은 54,000원이었다.
정정 요구도 짜증스러워 달라는대로 주고 나와버렸다.
차리리 굶을 걸...,


밥은 물리고 고메도나츠를 먹고...,


15시30분쯤,
이제는 그 일주도로가 완공이 된,
섬의 동측 동탄반도(가칭) 둘레로 형성된 일주도로에 들어섰다.




아리랑길 욕지도 트랙에서는,
그 구간이 원시림이어서 빨치산으로 통과를 했고,
지난 방문에서도 아직은 미개설이었던 동탄반도(가칭) 동단을 휘감는 구간은,
완벽한 '욕지일주도로'를 구현시키고 있었다.
욕지도 화이팅~

그래 거기까지는 다 좋았는데...,
북적이는 항의 선착장 대신 한적한 해안도로에서 출항시간을 기다리고자,
아포마을 부근 길가에 차를 대다가 경고음과 동시에 앞범퍼 박살나는 소리가 들였다.
내려서 확인을 하니 어림잡아 백만 원이 찢어져 있었다.



어쩌면 속 대신 껍데기라서 다행이었다.
어쩌면 액땜이라서 고마윘다.
역시 나는...,
굳럭~



비록 찢어는 졌지만,
다행히 아구는 살아있어 끼우니 제자리 안착이 됐다.
그리고,
그 차에 엄마가 타고,
그리고,
엄마가 탄 차를 철부선에 싣고,
그리고,
16시45분 또 한참이 지나야 오게 될 욕지도를 떠났다.


을사년 설은 장장 구일간의 연휴를 주었지만,
을사년 설은 박복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그 박복한 구일에서,
하루는 박복하지를 않아 엄마를 데리고 욕지도를 올 수 있었다.




갈 때 그 배는 올 때의 그 배가 됐고,
그 배는 17시45분 저물녘이면 쓸쓸해지는 삼덕항에 접안을 했다.



거제도를 경유 명지시장으로 가 숭어회 1kg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오니 20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다.
겨울은 누가 뭐래도 숭어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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