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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해파랑길 34코스 - 묵호역에서 옥계시장 본문

해파랑길 - 동해바닷길

해파랑길 34코스 - 묵호역에서 옥계시장

경기병 2017. 9. 25. 17:41

담배도끊고, 술도 좀 작작 쳐마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해파랑을 빨리 끝내고 싶다.

 

 

 

 해파랑길 34코스 - 묵호역에서 망상해변 (2017.09.23)

 

 

 

막상 끝을 내고나면 분명 서운함이 후련함보다 더 짙을테지만...,

아껴서 걸어야 하는데, 그걸 모른 채 또 한코스라도 더 걸을려고 34코스에 들어섰다.

 

 

 

[해파랑길 34코스 시점 - 강원도 동해시 발한동]

 

 

 

시각은 17시35분 남은 거리는 7.6Km,

두 시간이 소요된다 해도 19시30분 전,후로 오늘 1박의 대상지로 정한 망상해변에는 도착을 한다

 

아직 걸음도 좀 씩씩하고...,

 

 

 

[묵호항 수산시장]

 

 

 

3년전 연말여행 때,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 야영준비를 해 놓고,

둘이서 지금 내가 가야 할 길을 달려, 묵호어시장에 생선회를 사러 온 기억이 있다.

 

내 사는 곳에서 생선회를 뜨게 되면, 구입가격만 지불하면 되는데,

이 곳에서는 포 뜨는 비용을 별도로 받았고, 초장값 역시도 별도였다.

 

지금 그 길을 혼자서 걷고 있음에 약간 울컥해진다.

그리고 하늘을 보니, 또 새가 날아가고 저물녘이어서 울컥은 계속 되었다.

 

 

 

 

 

 

 

 

13시 30분이 되어서야, 오늘 걸음을 시작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 4시간 소요되는 삼척으로 오는 첫 차의 시간이 09시13분인 탓이다.

 

울산, 포항에서는 좀 더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버스들이 있는지 확인을 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14시10분경 위 사진에서 보이는 곶의 끝에서 아득하게만 보였던 이 곶까지 쉼 없이 걸어왔다.

그 결과 18시쯤 묵호등대공원에 도착을 했다.

 

배가 좀 고프다.

오는 길에 들린 칠보산휴게소에서, 뭐를 한그릇 먹었어야 했는데 쳐디비자고 일어나니 입맛이 땡기질 않았다.

후회가 밀려온다.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부지런히 망상해변으로 가자!

그러면 회덮밥에 매운탕 정도는 먹을 수 있다.

 

 

 

 

 

 

 

 

돌문어를 찍고나니,

이제 더 이상의 셧터질은 부질없는 행위임을 암시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달해변]  

 

 

 

 

 

또 집으로 불쑥 가 버릴까?도 싶었지만...,

만약, 오늘도 집으로 간다면 나는 해파랑길을 이을 의지가 없는 놈이 된다.

 

망상해변까지 4.4Km가 남았고, 해는 사라졌다.

 

 

 

 

 

 

대진항을 빠져나오니, 길가에 심어진 해바라기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무서울 정도로 한 없이 서 있는 해바라기들이,

눈 없는 얼굴로 노려보는 어두운 길을 걷고 또 걸었지만,  

길은 좀체 끝나지 않았고 해바라기들의 도열 또한 끝이 없었다.


조바심이 한계치에 이를때 쯤, 저 멀리 불빛들이 보였다.

 

 

 

[19:20 망상해변]

 

 

 

횟집의 상호를 단 식당들이 몇 있었지만,

조심스레 되냐는 여부를 물어니 저녁식사 장사는 하지 않는다고들 했다.


보이는 모텔로 들어 가,

닭이라도 좋으니 배달시킬 곳을 알려달라니, 주인이 안스러운 표정으로 없다고 했다.

 

 

 

[모텔 입방 전]

 

 

 

처참했다.


32코스 죽서루도 갔다 오지 않았고,

33코스 전천의 두 번째 다리를 건너야 함에도 첫 번째 다리를 건너 버렸고,

계획대로 30여Km를 걸은 것도 아니면서 이 꼬라지가 되어 망상해변에 도착을 했다.

 

 

 

[모텔 입방 후]

 

 

[배가 고프면 꿀맛이라고들 한다. 아니더라~]

 

 

 

양포항에서 야영으로 1박후, 두 번째로 집에 가지 않았다.

숙박업소에서의 1박은 오늘이 처음이다.

 

 

 

 

 

 해파랑길 34코스 - 망상해변에서 옥계시장 (2017.09.24) 

 

 

 

맨날 쳐 뜨는 해지만, 돋이는 쳐 볼 심산으로 06시13분 모텔을 나왔다.

 

오늘 11.3Km의 34코스 잔여구간에 이어 35코스 13Km를 걸어 정동진역까지는 가야한다.

부산으로 가는 기차가 13시35분이니 그 안에만 도착을 하면 된다.

 

 

 

[망상해변 입구]

 

 

 

바다 조망을 막은 상업시설과, 해송림 등으로, 오메가를 찍을려면 해변으로 나가야 했다.

 

해파랑길에서 부수적으로 걸어야하는 걸음은 정말 아깝다.

그래서 생략을 했다.

 

 

 

 

 

 

 

 

 

 

 

 

2017년9월24일 06시45분,

해파랑길의 아홉 번째 도시 강릉에 들어섰다.


이 기쁜 성과를 집에다 전화로 알리면 지랄만 들을테고...,

혼자서 두 주먹을 쥐고 엘보를 턱쪽으로 꺽어올리는 세레머니를 두어번 했다.
그 순간, 빵~ 하고 열차가 지나갔고 떠 오른 해가 사진의 실루엣을 조지고 있었다.

 

 

 

[돌아 본 망상해변]

 

 

[오늘 걸어 가야 할 해안지선]

 

 

 

 

 

보양온천에서 옥계역까지 통행하는 차들이 적어 다행이었다.

 

확장공사중인 길어깨조차 없는 위험한 도로를 몇 번의 횡단을 하며 걸은 다음에서야,

종점인 옥계시장으로 가는 주수천을 따라 난 제방길에 접어 들 수 있었다.

 

 

 

 

 

[해파랑길 34코스 종점 -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현래리]

 

 

 

 

 

 

 

채 08시가 지나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면소재지는 분주했다.

나는 가는 날이 무조건 장날이다.

 

뭘 좀 먹어야겠는데...,

내부에 실내등이 켜진 식당으로 들어 가 '식사 되냐고 물으니, 사람이 시내에 나가고 없단다.

그럼 '니는 뭔데?'하고 되물어려다 그냥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