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이순신길 21 - 여자만(2) 본문
해를 따라 서쪽으로 간다.
불멸의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1545~1998)장군께서 살다가신 그 바닷길을 잇는다.
새벽 01시부터 걷기 시작해, 54.1km를 주파한 날이 있었다.
다음 날 종주대는 고흥반도로 들어갔지만,
회식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과는 걷기가 싫어진 나는 발바닥 물집을 핑계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절뚝이는 걸음으로 벌교터미널로 가 집으로 돌아왔다.
세월은 흐르고, 서진은 계속 되었지만...,
여자만 벌교뻘 깊숙이 쳐박아둔 채, 빼내지 못한 선에 대한 연민은 늘 마음 한구석을 저미었다.
그 곳으로 간다.
그 곳에 쳐박아둔 선을 바다로 끄집어 내려...,
이순신길 21 - 벌교역에서 남양면 (2019.03.23)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거금도에서 수줍게 핀 매화를 보았고,
몇일전에는 시청울타리에 소리 없이 앉아있는 병아리 떼를 만났고,
어제 아침 출근길에는 가로수마다 열나게 튀겨지고 있는 팝콘들에 생맥주가 생각났다.
길에 미쳐, 봄이야 오든말든...,
오랫만에 경전선을 탔다.
삼랑진에서 철로를 바꾼 06시14분 부전발 목포행 무궁화호는,
마산, 함안, 진주, 하동, 순천을 거쳐 10시05분 그 곳에 박혀 있는 선의 끝에 도착을 했다.
[이순신트레일 31회차-시점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
한동안은 따뜻했는데,
꽃샘 추위에 차가운 바람마저 부는 그래서 차가운 날이다.
빠리빵집에서 단팥빵과 소보로빵 하나씩을 배낭에 담고 곧장 길로 나섰다.
[경전선 지하통로]
당췌 그 어떤 이유가 나를 이 길에, 이토록 집중을 하게 하는지?
끊어진 선을 잇지 않고서는 이 길의 끝에 닿을 수는 없다.
이유는 그러했다.
뻘엔 무성한 갈대가 피어있었지만,
길엔 오는 이도, 가는 이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하기싸, 하늘만 맑았지 이 똥바람부는 지랄 같은 날, 누가 이 못난 길을 걷겠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