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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이순신길 19 - 보성만(2) 본문

이순신길 - 남해바닷길

이순신길 19 - 보성만(2)

경기병 2019. 3. 8. 11:02

해를 따라 서쪽으로 간다.

불멸의 삼도수군통제사 충무공 이순신(李舜臣 1545~1598)께서 살다가신 그 바닷길을 잇는다.

 

 

광주(호남)로 간다.

 

전남 고흥군 대서면 장선포를 가기 위해...,

잇지 못한 길의 선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

 

2019년 3월1일 23시, 부산발 광주행 심야버스에 올랐다.

광주 유·스퀘어에서 종주대가 도착할 때까지 1시간40분 지루한 시간과의 사투,

그리고도 모자라 벌교로 가는 05시03분 버스를 탈 때까지 또 1시간30분을 버텨야 했다.

 

06시50분 벌교공용버스터미널에 내려 아침밥을 사 먹고,

07시20분 3대의 택시에 나눠타고 시점인 고흥군 대서면 장선포로 가니 07시40분이었다.

 

집구석을 나온지 무려 10시간이 다된 시각이었다.

전기수레를 타면 천리길 한양을 두시간반만에 닿을 수 있는 세상에,

오백리 장선포를 오기 위해 빛고을까지 쳐갔다가, 다시 그 길의 반에반을 쳐돌아야 했다.

 

 

 

 이순신길 19-1 장선포에서 수문해변 (2019.03.02)  

보성만 해안을 지나는 보성군 농어촌버스

 

 

이순신트레일 제29회차는,

득량만을 빠져나와 다시 모만(母灣)인 보성만 서부해안을 따라 간다.

 

기착치는 장흥군 안양면 수문해변이고,

회차의 종점은 장흥군 관산읍 고읍천하류 죽청마을앞 해안이다.

 

 

 

[이순신트레일 29회차-시점 (전남 고흥군 대서면 안남리)]

 

 

[장선구판장]

 

 

 

나는 길의 기록에 있어,

길에서 접한 풍경외의 주제들이 내가 걸은 길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어, 가급적 언급을 하지 않는다.

특히 음식점들...,

 

나는 블로거들이 숱하게 양산하는 맛집 포스팅을 믿지 않는다.

어떤 블로그 포스팅에서는 글쓴이의 의도와는 반대로 그 집을 가지 않아야겠다는 확신마저 들었다.

맛집 포스팅을 주로 하는 이삼십대들이 과연 맛을 아는지? 그것부터가 부정적이다.

 

지난 회차,

득량만 만입의 정점, 장선포에서 회차를 마감하니, 딱 그 지점에 마을구판장이 있었다.

벌교로 나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구판장 마당에 놓인 평상에 둘러 앉아 맥주를 홀짝이는데...,

 

길은 다 걸었제,

차갑지 않은 바람은 불어오제,

미세먼지 없는 날의 오후 햇살은 따뜻하제,

인심으로 내어 주는 삶은 꼬막맛은 간질나제,

 

에라이 모르겠다~ 벌교고 나발이고 꼬막 까먹기에 모두들 정신이 팔렸다.

결국엔 벌교로 나가는 버스는 쳐다도 안본 채,

꼬막 한망을 사고 구판장 새댁에게 댓가를 지불할테니 좀 삶아주십사 애원복궐을 했다.

새댁은 마지못해 우리의 청을 수락했고, 삶은 꼬막외에도 여럿 해산물을 우리에게 내어 주었다.

 

꼬막이, 키조개관자가, 쭈꾸미대가리알이, 뭐 별거겠냐마는..., 맛은 이런것인가? 싶더라~

득량만 장선포에 가면, 운 좋겠도 구판장 새댁이 뻘로 나가지 않았다면 그 바다의 맛을 볼 수도 있다.

 

 

 

[득량만방조제-고흥군측] 

 

 

 

 

[보성군과 장흥군의 경계]

 

 

[득량만방조제-보성군측] 

 

[득량만방조제-제1수문 하류 금능방파제]

 

 

시작부터 직선의 방조제 길이다.

 

득량만방조제는 제2수문교를 중심으로 고흥군측 1.6km, 보성군측 3.0km, 도합 4.6km였다.

걷고자 온 길의 시점부라 다행이었지, 만약 지친 걸음의 종점부였다면? 아마도 그 직선에 돌아버렸을 것이다.

 

 

 

 

[구룡방파제]

 

 

 

 

구룡마을과, 비봉마을 해변을 따라 서진이라기 보다는 남진에 가까운 걸음을 이어간다.

 

바다 꼬라지는 볼 품이 없다.

하늘 꼬라지 역시도 당췌 무슨색인지 모르겠다.

 

이어걷기라서 걸어 갈 뿐!

그 목적만 아니었다면 당장에라도 걸음을 멈춰 버리고 싶었다.

 

무명초형님께서, 낙지탕탕이가 그리운 날에 가위에 썰리는 낙지를 보며...,

"이게 낙지탕탕이냐?" 푸념을 하셨다고 했다.

 

나 역시, 바다가 그리운 날에 물 빠져 말라 비틀어진 바다를 보며...,

이게 바다냐? 푸념을 했다.

 

 

 

[이게 바다냐?]

 

 

 

 

[선소방파제]

 

 

해안길 위 '보성비봉공룡공원이 입지를 해 있는지도 망각을 한 채,

해안으로 조성된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이제 길 따위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갈 수만 있다면 간다]

 

 

 

 

 

 

 

 

 

 

 

필봉이 해안을 차단 해 내륙의 길로 들어 섰다.

화죽천하류쯤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모두들 줄기차게 걷는다.

 

 

 

 

 

 

 

 

 

 

 

뻘로 형성이 된 해안으로 합류되는 하천을 만나면, 걸음이 한숨을 토해 낸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건너편으로 가야 하는데,

횡단을 위해서는 교량이 놓여져 있는 상류부까지 일정 거리를 거슬러 올라갔다와야 한다.

 

지난 회차, 고흥의 용산천에서는 무려 2.5km를 돌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 화죽천에서는 1km를 돌아야 하고...,

 

 

 

 

 

석간마을 500m전쯤 창고앞 농로,

밭 골에서 자라고 있는 쪽파를 두 뿌리 뽑아, 끓고 있는 라면에 토핑을 했다.

 

 

 

 

 

 

 

솔밭도 있고, 모래해변도 있고, 사람들도 있고, 가게도 있고...,

아 드디어 율포에 도착을 했구나 싶었다.

 

근데, 율포가 아니란다.

지도를 보니, 2km정도는 더 가야 했다.

 

 

[금강방파제] 

 

 

[율포해변]

 

 

15시 정각 기착지 수문해변을 9km 남짓 남겨둔 지점에 위치한,

보성군 회천면의 소재지 율포해변에 도착을 했다.

 

보성군이 녹차수도라고 자칭을 하지만...,

벌교에서부터 이어 온 해안지선에 다향(多香)길 푯말은 있어도 그 어떠한 내음도 맡지 못했다.

 

율포는 고운 모래해변과 제법 붐비는 항을 동시에 가진 포구였고,

항을 빠져 나오는 길목에 위치한 회센터를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었다.

 

 

 

 

 

 

 

[보성군과 장흥군의 경계부근 해안]

 

 

이순신트레일 13번째 도시, 보성군 바닷길을 끝내고,

이순신트레일 14번째 도시, 장흥군 바닷길에 들어서니 기착지 수문해변이었다.

 

주변과는 하나도 어울리지 않게 지어진 리조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방 하나에 십만원은 받아야 하는 텅 빈 팬션들,

 

아직도 수문해변은 겨울잠에 빠져 있었고, 담배 한갑 살 점방조차 없었다.

 

 

 

[수문해변]

 

 

허름한 민박집에 숙소를 정하고,

열정뿐인 청년들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종줏길이 늘어날수록 혼자 걷고픈 마음도 커진다.

 

남해안 해안지선을 상대로 한 고행의 종줏길은 그 선의 이음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

적만을 걸쳐두고 가끔식 길로 나오는 사람들, 당 회차 걸어야 할 길마저 못 잇는 사람들에 짜증이 난다.

 

그들은 왜 오고?

길을 이어야 할 사람들은 왜 그들을 챙기며 걸어야 하는지?

자신이 계획하고 추진하는 종줏길이 그들로 해서 소풍길로 전락을 하는데 해미누나는 왜 차단을 못 시키는지?

 

그 차단을 위해 내가 나서 보았지만,

그 들과의 관계만 불편해졌고, 불특정 다 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인터넷산악회에 그런 룰은 없었다.

 

 

 

 이순신길 19-2 수문해변에서 죽청마을 (2019.03.03)  

남포마을 앞 소등섬

 

 

06시 숙소를 나와 제2일차 행보가 시작되었다.

 

보이는 섬으로 들어갔다가 한발짝만 내딛고, 냉큼 나왔다.

그리고 또 시작된 지루한 방조제 하나를 따라 앞서 간 대열을 추종하며 걸음에 속도를 가한다.

 

 

 

[장재도 가는 길]

 

 

 

 

 

 

 

 

 

 

방조제가 끝나는 지점에서 대열과 200m 정도로 간격을 줄였지만,

해창마을 중앙부를 관통하는 우회 길 대신 해안 갯바위를 타기로 했다.



[디질로드]

 

 

 

 

[해창방조제 길]

 

 

 

 

 

 

해창방조제가 끝나는 지점부터 시작된,

용산면 남상천으로 파고든 바다는 3.5km 제방길을 거슬러 올라가니 그제서야 교량 하나를 내어 준다.

 

지치지도 않으신지,

무명초형님께서는 곧장 트랙을 벗어나 왕복 2km를 걸어 가, 정말 고맙게도 내가 간절하게 바라던 그 것을 사다 주셨다.

 

형님이 사 오신 막걸리는 모두에게 기폭제가 되었다.

 

 

 

 

 

 

 

 

 

 

 

 

 

풍길마을 들녁에서부터 남포까지 해안지선만을 따라 걸었다.

 

그 동안 길이 없다는 이유로 왜? 해안지선을 외면했는지...,

길의 정의가 무엇인지...,

갈 수만 있다면 그게 길인데...,

 



[소등섬]

 

 

 

 

 

[남포해안]

 

[정남진 표지석]

 

 

살면서 체험하신 것들이 해박한 깻다리형님과 주역을 공부하는 시화가,

정남진에 대하여 설명을 해 주었다.

 

광화문을 기준으로 시계방향 90‘는 정동진이고 180‘는 정남진이라고...,

알어 알어~~

 

정남진에 왔다.

그 기념으로 하루는 굴을 따고, 하루는 굴을 쪄 파는 아주머니 포차에서 굴구이를 먹었다.

 

남해안길은 공정여행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해당지역에서 지출하는 경비들이, 커피를 타는 사람들이 아닌 커피를 따는 사람들에게로 돌아가는 소비를 실천하고 있다.

 

 

 

 

 

 

 

공정 소비로 알딸딸해진 뇌를 흔들며,

득량만 해안지선을 따라 4.5km 남진을 하니 한적한 바닷가에 정자 한 채가 보였다.

 

당초 길의 종점은 1.5km를 더 간 지점에 위치한 장환도입구였지만,

관산읍으로 나가는 버스가 가끔은 그 곳을 빼 먹기도 한다는 동네 아저씨의 팁에 해미누나는 당장 트랙엔딩을 선포했다. 

 

이순신트레일 제29회차는,

봄바람 불어오는 장흥군의 한적한 어촌마을 어귀에서 그렇게 끝이 났다.

 

 

 

[이순신트레일 29회차-종점 (전남 장흥군 관산읍 죽청리)]

 

 

관산읍을 거쳐 광주로 가는 금호고속을 타고, 2019년 3월 3일 처음으로 장흥읍에 왔다.

 

닭집에서 생맥주 1,000cc 가량을 퍼마시고,

순천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발사가 하고 싶어 아주 디지는줄 알았다.

 

 

 

 

 

 

 

 아리랑길 026 - 장재도 (2019.03.03)

 

 

 

 

 남해안 해상교량 시리즈 37 - 장재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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