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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49 - 을숙도 본문

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아리랑길 049 - 을숙도

경기병 2019. 11. 12. 09:26

섬으로 가는 뱃길은 설레이지만,

그 배를 타기 위해 항이나 포구의 선착장으로 가는 육지길은 이제 너무도 지겹다.

 

통영 가는 길, 생각만 해도 뇌에 쥐가 내리고,

그 길의 반을 같은 길로 가야하는 사천, 여수로의 나아감에도 지겨움은 벌써 묻어 있다.

 

 

하여, 우째던간에...,

 

만조시 수면에 둘러싸이는 육지가 섬이다는 명제하에,

그 조건을 충족 시키는 육지는 꼭 바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강에도 섬은 있다.

운전을 해 가야 하는 육짓길 여정이 싫어, 강에 있는 섬으로 간다.

 

 

 

 아리랑길 049 - 을숙도 (2019.11.09)  

을숙도 최남단 갈대군락지

 

낙동강 하구에는, 그 강이 만든 섬이 있다.

 

삼각주, 하중도, 사주군, 이런 지리지형학적 설명은 인간이 만든 나발이고,

을숙도는 낙동강이 만든 섬이다.

 

 

 

 

 

나는 평일 아침에는 일어나기가 정말 싫은 인간이다.

월요일에서 수요일까지는 알람이고 나발이고는 모르겠고 무조건 8시를 조금 넘겨 일어나지만,

주말이 가까워지는 목요일부터는 차츰차츰 기상 시간이 빨라지다가, 정점인 토요일이 되면 06시에 일어나진다.

 

06시10분, 세수 같은 행위는 생략을 하고 집구석을 기나왔다.

세번의 버스를 갈아타고 07시50분 을숙도 낙동강문화관앞 정류소에 내렸다.

 

이순신트레일 2회차 제2일째에 지났던 길이고,

해당 회차에 결장을 한, 사람들을 데리고 또 한번 지났던 길이지만, 섬의 동서를 횡단했을 뿐, 일주는 하지 않았다.

 

일단 한대 태우고, 

EV를 타면 같이 한 형님누님들이 생각날 것 같아, 계단을 오르내려 길을 건넜다.

 

 

 

 

 

[명지방향 (낙동남로)]

 

[하단방향(낙동강하구둑)]

 

 

을숙도는,

1987년 섬의 중앙부 동서를 기준으로, 동측은 하구둑을 축조 해 하단과 서측은 교량을 놓아 명지와 연결이 되었다.

 

을숙도는,

섬의 중앙부를 동서로 관통하는 낙동남로를 기준으로, 북부는 낙동강을 남부는 남해를 수역으로 가진 혼수의 섬이다.

 

북측의 낙동강수역에 접한 강안지선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돌고자, 07시55분 트랙을 켰다.

 

 

 

[북측 강변으로 가는 길-1]

 

[북측 강변으로 가는 길-2]

 

[북측 강변으로 가는 길-3]

 

 

 

 

 

 

 

 

하구둑이 축조되기전까지 을숙도는,

대파와 땅콩 농사를 짓는 순박한 사람들과, 철이면 날아오는 새들이 서로 무심히 공존한 섬이었다.

그게 천혜의 생태였는데...,

 

천혜의 생태는 갈아엎고, 인위적 생태로 떡칠을 해 놓았다.

 

 

 

 

 

 

 

가을 걷이가 사라진 섬에, 새들이 올리는 만무하고...,

새 대신 토요일이면 일찍 일어나지는 인간이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섬을 돌고 있다.

 

 

 

 

 

[낙동강 하구둑]

 

 

 



섬의 북단으로 가는 길, 하구의 모래섬에도 가을은 한창이다.
하구둑 득분인지는 몰라도 늘 그 수위를 유지 시키는 강물에 마저 가을이 녹아 있다.

 

가을인데...,

바삐 걸을 이유는 없었다.

오늘은 흐르는 강물처럼 걸을 것이다.


 

 

 

 

 

 

 

 


[을숙도 최북단]

 



흐르는 강물처럼 걸어, 08시20분 섬의 최북단에 닿았다.
좌측으로는 아버지의 고향 구.김해군 대저읍(현.부산시 강서구)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엄마가 유년시절에 쑥을 캐러 다닌 수정동 뒷산인 엄광산이 보인다.


흐르는 것은 세월과 강물뿐인것 같다.
더 머물다가는 철이 들것 같아서, 냉큼 섬의 서부해안길로 발길을 돌렸다.




[을숙도 북부 서부강변길과, 강 건너 명지국제신도시]

 

 

 


[을숙도 서단과 명지를 연결시키는 낙동남로내 수량조절보]

 


[섬의 북부권역(낙동강수역)에서 남부권역(남해수역)으로 넘어가는 고가교]

 



08시43분, 3.9km를 걸어 섬의 남부에 들어섰다.
남부권역은 강물이 들어와 형성된 습지들이 많아 일주길은 동부해안에만 조성이 되어 있다.

 

철새보호를 위한 을숙도 생태공원은,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이 되어 있기에 탐방로를 이탈하지 않아야 한다.



 

 

 

 

 

 

 

을숙도는,

새들의 섬이었고, 철이 바뀔 때 마다 날아오는 새들의 터전이었다.

 

허나 섬의 남동부 지역은 부산시의 쓰레기매립장이기도 했다.

 

 

 

[아따~ 참, 새 많다~]

 

 

 

 

섬의 중앙부에 조성된 피크닉광장과 에코센터를 가로질러, 섬의 최남단으로 가는 남동부해안길에 들어섰다. 

 

이제 물은 바닷물이라 해도 된다.

이제 길은 강변길에서 해안길로 바뀌었다고 해도 된다.

 

 

  

 

 

 

 

섬의 최남단으로 가는 길,

하늘도 맑았고, 강물과 바닷물이 썩이는 수역은 샛바람에 이는 너울이 장관이다.

 

길 마저 비워져 있어, 기분 좋은 아침길이다.

 

 

그렇게 최남단으로 향하는데,

사내 둘이 어정쩡하게 길을 서성이고 있다가 나를 보며 갈대가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아웃도어나 나들이 복장도 아니고, 여자들과 동행을 한 분위기도 아니고...,

그냥 자다가 일어나 아무 옷이나 줘입고 갈대를 보러 왔나? 싶었다.

 

 

 

[그들이 본 을숙도 갈대밭]

 

 

 

 

[을숙도대교]

 

 

 

 

이순신트레일에서,

자동차전용도로라서,

그 강을 건너기 위해 낙동남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한 을숙도대교 하부를 지났다.

 

 

 

[하구 건너, 다대포와 몰운대]

 

 

 

 

[을숙도 최남단]

 

 

 

 

오늘 홉포인트는,

갈 수 없는 을숙도 최남단 갈대군락지가 보이는 낙동강하구탐방체험장 뒤편 정원이다.

 

근데 오스트리아산 맥주에서 스킨향이 난다.

에라이~ 몇모금 쳐마시다가 잔디에게 줘 버렸다.

맥주는 독일과 베네룩스삼국이 제조를 잘 하는 것 같고, 왜구들 또한 잘 만드는 것 같다.

 

10여분 낙동강하구를 쳐보며, 멍을 때리다가 다시 배낭을 등짝에 붙혔다.

 

 

 

 

 

 

 

[지를 숨기고, 철새를 보는 비열한 창]

 

 

 

 

 

 

섬의 중앙부 출발지점으로 간다.

 

사람은 고사하고 새도 보이지 않는다.

탐방로변에 심어진 사철나무에 줄을 친 무당거미만이 여기가 생태공원임을 알리고 있다.

 

 

벌교천 하류,

그 무성했던 갈대밭길에서 나는 길가 벤치에 누워 열나게 퍼질러 잤다.

서나대원의 전화에 일어나니 보성만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벌교읍으로 뚜벅뚜벅 걸어 간 길,

나부끼는 갈대들을 보니 문득 그 날 내 행로가 회상이 된다.

 

 

 

 

 

 

 

 

 

 

 

 

 

 

 

10시09분, 2시간10여분 10.6km 을숙도 탐방을 끝내고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무당거미를 괴롭힌 손에 거미줄과 먼지가 묻어 있어 손도 씻고 세수도 할겸 문화관으로 갔다.

화장실을 나오는데, 남해안길종주대가 단체샷을 찍은 그 탑이 보인다.

 

철새처럼 그들은 떠났지만, 나는 텃새라서 다시 이 곳에 와 있었다.

 

 

 

 

 

내 삶의 지금 쟝르는 길이다.

 

해파랑길이 1막이었고, 이순신길은 2막이었고, 3막은 아리랑길이다.

그 3막의 16장은 을숙도인가라~ 이러고 있는데, 하단으로 나가는 버스가 섰다.

 

비록 정오도 지나지 않은 시간이지만, 빨리 저녁이 왔음 좋겠다.

 

어둠이 내리면 도심의 한가운데로 가,

오늘 아침에 행한 내 아리랑길 3막16장에 관하여 누군가에게 열나게 말하고 싶어지더라~

 

 

 

[내 인생, 3막16장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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