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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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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아리랑길 046 - 사량도 (상도)

경기병 2019. 10. 11. 14:02

13시01분, 다시 트랙온을 시키고 사량대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꼴랑 18km 때문에,

다시 가오치를 거쳐 배를 타는 리액션도 싫었지만, 간만에 장거리 트래킹을 한번 해 보고 싶어졌다.

 

 

 

 아리랑길 046 - 사량도 상도 (2019.10.09)  

수우도조망전망대에서 돈지마을로 내려 온 길

 

 

그럴일은 없겠지만,

행여 18시까지 금평항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민박을 얻어 자고 첫배로 나가면 된다.

 

만약 그리된다고 해도,

인생사 지나 갈 어느 하루에, 뭐가 문제이며~ 뉘가 뭐라하겠노~

 

 

 

 

 

[바다 건너 보이는 거류산(좌)과 벽방산(우)]

 

 

 

 

사량해협(가칭)을 건너, 다시 상도의 금평항으로 돌아왔다.

 

청아한 초가을날에 섬 산행을 마친 사람들이 식당앞 난전에 둘러 앉아 술도 마시고 밥도 먹고 있었다.

여럿이 오면 저게 좋은데...,

 

 

 

[일단 매표소에 들러 18시 배표부터 끊었다] 

 

 

[앤젤3호]

 

 



금평항을 나오는데, 반가운 배 한척을 만났다.

 

앤젤호는 추억이다.

지금은 폐선이 되어 사량도 금평항에 전시가 되어 있는 저 배는,

한 때 부산과 남해안의 주요 도시들을 오고 간 중요 연안여객선이었고, 육짓길 보다 빠른 바닷길이었다.

 

한번도 탑승은 하지 못했지만,

1993년쯤인가? 거제도 성포항에서 측량을 하고 있을 때,

렌딩기어 같은 앞발을 세우며 항으로 들어 오는 그 당찬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사량초등학교를 지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장쾌한 고갯길이 나타났다.

 

어차피 빼도박도 못하게 된 오늘이고,

오늘 걸어나 내일 걸어나 이 길은 걸어야 할 길이기에..., 고개를 푹 쑥이고 시발을 연발하며 업힐에 매진했다.

지나 가는 차, 에라이~ 더럽게 부럽더라~


 

 

 

 

대항마을과 대항해변

 

 

 

[술마마을]

 

 

 

 

 

 

가끔식 지나가는 차들,

마을 어귀 밭에서 김매는 할머니들,

짖지 않는 개에게, 아까 먹다 남은 햄버거를 먹이고..., 그렇게 상도의 북부해안길을 걸어 나갔다.

 

바다 건너 고성의 상족암과, 하이화력발전소가 보였다.

상족암에서 좋타고 생난리를 친 걸음이, 우째하다보니 발전소를 무단으로 들어가고...,ㅋㅋ

 

이런 저런 기억들에 미소도 머금어졌고, 하늘 바다 그 색속을 걷는 기분도 좋아졌다.

 

 

 

[바다 건너 보이는 고성하이화력발전소와 상족암해안]

 

 

내지마을

 

[사량도~삼천포간 배 시간]

 

[그 배(차도선)]

 

 

14시22분 내지항을 돌아 나왔다.

 

나는 이제 엿 됐다.

해발399.3m 지리산이 보인다하여 지리망산이라 불리우는 그 산의 5부능선까지 올라가야 한다.

 

H:190m / L:2,000m = S:9.5%  나는 이제 디졌다.

그게 팩트다.

 

 

 

 

 

 

 

 

 

 

 

 

 

[곡소리를 내며 올라 온 길]

 

 

14시50분,

상도 서부해안을 치고도는 그 고갯길 정상 300여m전까지 오니 정자 한채가 보였다.

언놈이 런닝 바람으로 뻗어 있어, 쉬지 못하고 계속 오름길을 이었다.

 

14시55분,

상도 서부해안을 치고도는 그 고갯길 정상 100여m전까지 오니 또 정자 한채가 보였다.

아무도 없다.

 

일단은 뻗었다.

10분뒤 일어나, 수우도를 보며 500ml 캔맥주 하나를 단숨에 쳐빨았다.

챙겨 온 사과를 반으로 쪼개다가 왼쪽가슴에 근육경련이 일어 나, 한동안 젖이 아파 죽는줄 알았다.  

 

 

 

 

[농가도 넘어 보이는 은박산이 있는 수우도]

 

 

 

 

녹지 않는 생수만을 남기고, 모든 액체는 다 빨았다.

나중에 우짤라고? 100m만 가면 오름길은 끝이고, 그 다음부터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들이 줄지어 있다.

 

 

 

[파이날 피니쉬]

 

 

 

 

내 트래킹 사상 최악의 고갯길이 끝이 났다.

이런 개시발 디질로드를 쳐봤나~~

 

 


 

 

 

[대섬 넘어 그리운 두미도]

 

 

 

 

 

[돈지항으로 가는 내림길]

 

[돈지마을]

 

 

15시40분, 11km를 걸어 돈지마을에 도착을 했다.

 

돈지마을 역시도 평온함이 가득한 곳이었고, 순박한 사람들만이 살고 있는듯 보였다.

밭에 고구마 심고, 염소 먹이고, 고기잡고..., 그렇게 사는게 어쩌면 인간 본연의 삶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 급하게 걸을 이유도 없다.

어차피 고갯길에서 지체가 되었기에 5km/hr의 속도는 물 건너 갔고,

남은 7km 떡을 치며 걸어도 18시안에는 충분히 금평항에 도착을 한다.

 

 

 

 

[이런 개시발~ 돈지마을을 지나니 또 고갯길이 나타났다]

 

[사금마을로 가는 고갯길에서 뒤돌아 본, 걸어 온 길과 돈지마을]

 

 

 

[아~ 사람 돌겠다]

 

 

"좀 있음 버스 오는데, 타고 가지~"

사금마을로 가는 고갯길 초입에서 염소를 몰고 가던 어르신이 고갯길을 오르는 내가 측은했는지..., 그렇게 말을 하셨다.

 

"이 동네 염소는 우째 이래 사람말을 잘 듣습니꺼"

그 말만을 하고 계속 해 고갯길을 올랐다. (이 고개가 오늘의 마지막 고개였음 하는 바램으로~)



 

 

 

 

 

 

 

상도 일주도로의 실질적 마지막 고개(반시계방향)라 할 수 있는, 돈지~사금간 고개를 넘었다.

 

사량해협(가칭) 북쪽 해안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의 집들이 석양에 물들기 직전이다.

부러울 것 하나 없이 사는 사람들..., 부러웠다.

 

 

 

[사금마을]

 

 

 

[옥동마을과 옥녀봉]

 

[사량대교와 하도의 칠현산]

 

[옥동 방파제]

 

[옥녀봉 출렁다리]



금평항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마지막 마을인 옥동마저 지났다.
사량도 상,하도에 나있는 일주길 전부를 다 걸었기에 나는 오늘 뜻한바를 이뤘다.

 

그 길에서 본 섬의 풍경은 너무도 평온했다.

사량도 사람들이 살듯이 모두가 그렇게 살아가면 좋을텐데...,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량해협(가칭) 사천만 방향]

 

[나는 나를 위로 한다. 수고 했다!]

 

 

 

[상도, 아니 사량도 최고 번화가]

 

 

17시18분,

사량도 상도 일주길 18km(하도 사량대교에서 금평항까지를 제외하면 17km)를 돌아 금평항으로 돌아왔다.

4시간18분이 소요 되었고, 4.77km/hr의 평균속도가 찍혔다.

 

매표소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수협매장에서 사량도산 잔멸치 힌봉지를 사고,

뭍으로 나가는 배를 기다리는데..., 내가 걸어 온 돈지쪽으로 해가 진다.


그렇게 쓸쓸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지금도 쓸쓸하지 않은데...,

왜 쓸쓸해지는지 모르겠더라~

 

 

 

 

 

 


집으로 오니 21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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