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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48 - 비진도 본문

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아리랑길 048 - 비진도

경기병 2019. 11. 5. 10:23

토요일 뷔폐밥도 먹어러 가야했고,

자질구레한 업무도 정리를 해둬야 다음주가 편할 것 같아서 섬으로 가지 못했다.

 

일요일 잠질에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나니 이후로 도통 잠이 오질 않았고,

불현듯 섬으로 갈까? 싶어졌다.

 

 

05시05분 세수 같은 행위는 생략을 한 채, 집구석을 탈출해 또 통영으로 무작정 차를 몰았다.

어느 섬으로 갈지?는 가면서 생각을 해도 되니까...,

 

06시32 졸라게 쳐달려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터미널 벼락박에 붙어 있는 섬들과, 그 섬들로 가는 배시간을 견주어 보았다.

 

 

나는 최소한 올림픽에 참가가 되는 국가들은 모조리 다 외운다.

나는 아직은 외국보다는 내국이 더 좋지만, 200여 국명중 그 지명에 꽂혀 이유 없이 동경의 대상이 된 나라들이 있다.

특히 카리브해에 산재한 섬나라들, 그 중 미국령과 영국령으로 나뉜 버진아일랜드!

 

터미널 벼락박에 나열된 섬들에서 일순간, 한 섬의 지명이 눈에 확 들어왔다.

더불어 그 섬으로 가는 배가 곧 출항을 한단다.

 

한국령비진아일랜드!!

 

 

 

 

 

 

 

 

 

 

 

06시50분 통영항을 출발해 매물열도로 가는 한솔호는,

뜨뜨한 선신 방바닥에서 열라게 퍼자고 있으니, 07시28분 비진도 내항항에 닿았다.

 

 

 

 아리랑길 048 - 비진도 (2019.11.03)  

 

 

비진도는 일주길이 없는 작은 섬이지만,

견줄 수 없는 보석 같은 섬이란 스스로의 지명처럼 찾는이가 많은 유명섬이다.

 

통영권역에 산재한 섬들의 지형적 특징중 대표적인 하나는, 섬의 중앙부를 짤룩하게 형성시킨 지협부다.

가조도, 추봉도, 용초도가 그러했고,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지협부를 가진 섬은 단연 비진도다.

그러했기에 섬의 선유봉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그 풍경은 무엇에도 견줄수가 없었나 보다.

 

또한 지협부 기준, 

섬의 남측부에 우뚝 선 선유봉(312m)을 돌아 오르는 섬 길은,

한려해상국립공원내 바다백리길 제3구간 '비진도 산호길'로 명명이 되었다.

 

 

 

[내항방파제]

 

[내항마을]

 

 

 

 

섬에 들어 온 시간은 07시28분이고, 섬을 나가기로한 시간은 12정각이다.

그에 반해 섬에 나있는 길들의 추정 연장치는 7km 남짓이다.

 

나는 인생사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싫다.

선유봉 오름의 길이 있다지만, 작심을 하고 주파를 한다면 7km는 1시간30분 게임이다.

 

그래서 오늘은, 최저 시속에 도전을 한다는 심정으로 섬을 탐방하기로 했다.

 

 

 

[내항에서 외항으로 가는 길-1]

 

[내항에서 외항으로 가는 길-2]

 

[내항마을 전경]

 

 

배에서 내리려할 때, 같이 내리는 주민분이 여기는 내항이고 다음이 외항이라고 했다.

섬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외항에서 내리는 것 같았다.

 

날씨가 흐려, 섬마을의 풍경은 더 섬마을 같아 보였다.

갈매기가 끼룩끼룩 울지 않아 다행이었다.

 

 

 

[내항에서 외항으로 가는 길-3]

 

[내항에서 외항으로 가는 길-4]

 

[내항에서 외항으로 가는 길-5]

 

[충복도(전)와 오곡도(후)]

 

 

외항으로 넘어가는 길,

일요일 이른 아침이어서 좋았고, 아무도 없는 길이라서 더 좋았다.

 

08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

분명 집에 머물러 있었다면, 나는 지금쯤 섬으로 가지 않음을 후회하였을 것이고, 오늘 뭐하나 싶었을 것이다.

 

 

 

[외항마을과 비진도 지협부, 그리고 선유봉]

 

 

08시05분, 외항마을에 도착을 했다.

같이 배를 타고 온 사람들이 덤성덤성 마을 어귀를 서성이고, 일부는 선유봉으로 향하고 있었다.

 

서측해변은 몽돌이고 동측해변은 모래사장인 지협부 길을 지나, 섬백리길 제3구간 '비진도 산호길' 초입으로 간다. 

 

 

 

 

[외부지도와 내부지도] 

 

 

 

 

 

 



최대한 늦게 걸어야 하는데...,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산호길 초입까지 와 버렸다.



 

[산호길 초입]

 

 

 

[뒤돌아 본 외항마을]

 

 

지금까지는, 섬 트레킹을 토요일에만 해 왔다.

안그래도 일어나기부터가 딱 싫은 월요일인데..., 그 전날인 일요일에 트레킹을 하기는 싫었다.

 

오늘은 우째하다보니 일요일에 섬으로 왔지만...,

섬 트레킹은 좌우지간 토요일에 해줘야 생의 리듬이 순탄하게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비진도는 작은 섬이기에,

나는 12시 배로 섬을 나갈 것이고, 15시쯤에는 집에 있게 될 것임에 생의 리듬은 그다지 흐트러지지 않는다.

 

 

 

 

 

 

 

 

 

 

 

 

 

어떤 길이 어떤 길을 닮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비진도 산호길에서, 작년 여름에 걸었던 남해도 바래길이 참 많이도 생각이 났다.

 

섬마을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 다녔던 길!

오늘 그 삶의 길을 비진도에서 또 한번 느끼며 걷게 되었다.

절대 함부러 걷지 않을 것이다.

 

 

 

 

 

 

비진암 부근까지 오니, 좀 전에 든 내 생각이 맞았다는 확신이 선다.

 

조용히 숨어 있는 참선수행도량도 있었지만, 그 주변으로 몇 호의 집들 또한 애처롭게 낡아 있었다.

수포마을이라고 했다.

 

이 척박한 터에서도 집을 짓고 살아 간 사람들...,

그들이 살기 위해 다녔던 길, 그 길이 산호길이었다.

 

 

 

 

 

 

 

 

 

08시35분, 슬핑이치라 불리우는 섬의 최서단 곶에 도착을 했다.

 

해무낀 바다 건너, 칠성사이다 섬으로 지칭되기도 하는 소지도가 희밋하게 보였고,

해안직벽 밑 작은 암초에서 밤을 지샌 조사들이 너울에 기대어 있는 모습,

물살을 가르며 고기잡이 하러 나가는 배...,

 

어쩔 수 없이 배낭에서 캔맥주를 꺼냈다.

이럴 때, 쳐마실라고 가지고 다니는거니까~

 

 

 

 

 

 

 

 

 


[소지도]

 

 

 

내가 인지를 한, 산호길은 섬의 최서단 슬핑이치에서 끝이 났다.

이제 해발 312m, 섬의 최고봉 선유봉 오름길이다.

 

나는 오름이 싫어 트레킹을 시작했고,

이왕 걷는거 바다를 따라 난 길을 걷고자 해파랑길을 걸었고,

그러다가 해미누나를 만나서 이순신길을 걸었고, 이제는 섬 길을 걷고 있다.

 

그 길들에서, 

다수의 오름이 있는 수직굴곡도 걷게 되지만, 산을 통째로 쳐올라야하는 짓꺼리는 가능한 배척을 하고 싶다.

그런데, 오늘 이 무슨 피할 수 없는 개오름 길에 들어서야 되는지..,

돌겠다.

 

 

 

[선유봉 오름길-1]

 

[선유봉 오름길-2]

 

[선유봉 오름길에서 본, 슬핑이치 해안직벽]

 

 

 

[선유봉 오름길-3]

 

 

나는, 내 생에 더 이상의 오름이 없기를 바란다.

삶에서도, 길에서도...,

 

나는, 1,915m 지리산 천왕봉을 3번 올랐고 오를 때 마다 시발시발을 연발했다. 

09시35분, 슬핑이치에서 1.2km 오름길을 30여분간 떡을 치며 올라 선유봉에 닿았다.

 

 

 

 

[아이구~ 시발, 사람 돌겠다]

 

 

사실은 오름보다 더 지겨운 것은 내림이다.

 

나는 천왕봉에서 대원사로 내려오는 성대종주 하산길에서,

걸어도 걸어도 끝이 안나는 산이 미워 스틱으로 산(나무와 바위)을 때리다가 스틱 두개를 작살내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그는 산 보다는 정신과부터 가보라고 했다.

 

 

 

[선유봉 하산길-1]  

 

[선유봉 하산길-2]

 

[선유봉 하산길-3]

 

[이 풍경을 보고자 선유봉을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카메라를 사야 하는데...,

매장에 가 보면 거의다가 일본산이라, 현 상황에서는 구매 욕구가 땡기지 않는다.

또 한가지 못사는 이유는 뭔놈의 카메라들이 크기와 무게가 상당해 나처럼 속보 트레킹을 하는 사람에게는 짐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런 카메라 한대의 값이 왠만한거는 백만원을 쳐 넘고 있었다.

백만원치 술은 쳐빨아도, 백만원짜리 카메라는 선뜻 못사겠더라~

 

오새 왠만한 폰의 카메라 기능도 상당해서, 구지 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닐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최신형 폰으로 바꾸면 또 3년 전속계약을 쳐 맺자 할테고...,

당분간은 이 모드로 풍경을 찍어, 청출어람이 어떤 것인가를 보일테다.

 

기록에 남길 사진이 선명했음 하는 바램도 있지만...,

어차피 내가 눈으로 본 풍경은 여기에 있고, 기억이 된 풍경은 회상일뿐이다.

 

 

 

 

 

 

 

 

 

 

10시15분, 이런 이런~ 배시간이 근2시간이나 쳐남았는데..., 외항마을로 내려 와 버렸다.

 

지협부 도로를 다시 건너 외항마을 해변으로 나있는 길의 끝으로 갔다가 오기로 했다.

결국 지협부 도로를 세번이나 쳐 걸었다.

 

 

 

 

 

 

 

 

 

 

 

10시30분 비진도의 모든 길들을 다 쳐 걷고,

더 쳐걸을 길이 없어 선착장앞 화장실을 감싼 데크 바닥에 뻗었다.

 

옆에서는 중년의 단체 한 팀이 삼겹살을 구워 드신다고 생난리를 피우고,

해변가에서는 대규모 떼거지 산방팀이 야단법석이다.

 

뻗어 있어니 춥고, 앉아 있자니 멍청해지고...,

배가 올라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할 수 없이 아는 이놈저놈에게 전화질을 했다.

어디고? / 비진도다!

거는 와? / 돈이 없어 걸어다닌다 임마~ (장황 설명이 귀찮을 때, 깻다리형님께서는 이렇게 응수를 하셨지~)

 

 

 

[굿바이~ 비진도!]



나름의 공정 탐방을 위해 섬의 유일한 특산품 시금치라도 살까? 싶었지만...,

아줌마들 틈에 끼여 구입하기가 뭣해 지갑을 열지 않고 섬을 나왔다.

 

빈손으로 집에 가기가 뭣해,

서호시장을 돌아봤지만 딱히 살만하게 없어 또 돈을 아꼈다.

15시쯤 집으로 돌아왔고,

2019~2020년 시즌 첫 과메기를 먹어면서,

2019~2020년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과 기업은행전을 보는데...,

 

내가 오늘 섬에 갔다왔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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