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02 - 가덕도(2) 본문
14시12분, 눌차도를 빠져나오며 다시 트랙온을 시키고 가덕도 서부해안길로 접어 들었다.
하늘은 더욱 흐려졌고, 기온은 더 추워졌다.
이거 이거 잘하다가는 눈이 내릴수도 있겠다는 부질 없는 기대를 부풀리며...,
아리랑길 002 - 가덕도2 (2019.12.21)
그 날, 동부해안의 산기슭 해안길을 걷다가 산불감시원 어르신께,
여기가 '숭어떼다 투망'이라고 고함을 치는 곳이냐고 여쭤보니, '거는 외양포라고 하셨다.
돌아 와 지도를 보니,
가덕도 남부 대항마을에서 세바지로 넘어가는 길에서 남쪽으로 분기된 길의 끝에 작은 포구 하나가 있었다.
외양포(外洋浦)였다.
돌아나와야 했기에, 그 닐은 가자고 했다해도 가지 않았을 곳을 오늘 간다.
가덕도 최북단 선창에서 서부해안길을 따라 최남단 외양포로...,
[선창마을 나오는 길]
그 날처럼, 오늘도 굴이 제철이다.
선창에서 섬의 서부해안길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나오는 길가에 구닥다리 굴 가게들이 즐비하다.
만원짜리 한접시 시켜 소주 몇 잔 적막한 가슴에 넘기고 싶었지만...,
혼자 들어설 염치가 내게는 없었다.
진해의 천가도는 부산의 가덕도가 되었다.
부산의 가덕도가 된 섬은, 생몸살을 앓고 있다.
섬의 지정학적 정의는 북부해안을 잠식한 신항의 개발로 소멸된지 오래이고,
최근에는 남동부해안마저 신공항후보지로 언제 뭉게질지 모를 위기에 처해 있다.
신항 확장공사 가림막이 해안을 차단한 길을 따라 장항마을에 닿았다.
이제부터 고갯길이 시작되지만,
고개를 넘어서야 가덕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에 부지런히 걷는다.
30여분, 신나게 장항고개를 넘었다.
흐린 하늘밑,
두문마을앞 반원의 해안선과 거제도로 가는 바닷길이, 겨울 그 쓰라림속에 있었다.
[두문마을]
머물고 싶은 풍경속에 들게되면 넋을 놓아야 한다.
해안도로에서 바다로 내려가는 작은 콘크리트계단에 주저 앉았다.
나이가 들수록...,
마지막 장의 달력을 찢을 때, 가슴도 찢어지는 기분이다.
맨날 쳐뜨고 지는 해를 가지고...,
언놈이 달력을 쳐만들어 사람에게 누적의 숫자를 부여시키는 우매한 짓을 해놨는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다 건너 무심히 보이는 거제도이지만...,
그 속에도 도심은 있고, 오늘 같은 기분이 들때면 그 도심속에서 밤을 맞고픈 생각도 들었다.
멍청하게 우두커니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
또 실실 온갖 상념들이 쳐들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15시30분이다.
아무리 연륙화가 된 섬이지만, 섬은 섬이고, 외양포까지는 온 만큼은 더 가야한다.
일나자~ 훌훌털고~~
[두문마을앞 해안도로]
[두문마을에서 천성마을로 가는 길]
해발459m 연대봉에 가장 근접한 초입부는, 해발150m에 위치한 지양곡이다.
해발5m 천성마을 해안도로에서 지양곡을 쳐다본다.
언제 저까지 쳐올라가노~
[천성마을에서 지양곡으로 오르는 길-1]
[천성마을에서 지양곡으로 오르는 길-2]
[천성마을 전경]
[천성마을에서 지양곡으로 오르는 길-3]
[지양곡 쉼터]
16시28분, 곡소리는 났지만 한번도 쉬지 않고 지양곡 고개마루에 섰다.
외양포란 지명이 주는 끌림만 아니었다면,
때마침 오고 있는 하단으로 나가는 버스를 탔지 않았을까...,
서부해안을 일주하여 형성된 트랙이, 이순신트레일 제2회차1일째 트랙과 붙었다.
하지만, 외양포에는 꼭 한번 가 보고 싶다.
시간과 의지에 따라서는 섬의 진짜 최남단에 위치한 가덕도등대까지도 가고 싶었다.
미쳤나~
[같은 길을 3번이나 쳐걷고 있다]
지양곡에서 터벅터벅 그냥 걷는 사람처럼 내려오니 가덕도 최고의 조망터 대항전망대가 나왔다.
하늘만 맑았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흐린날의 바다 봄도 좋네~" 내가 내게 가식의 위로를 했다.
배낭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는데, 누군가 옆으로 와 말을 건다.
한 모금 주고 싶어도 잔이 없다.
"총이라도 한방 쏠랍니까?"하니 빙긋 웃고는 그제서야 멀어져가더라~
[대항전망대]
[대항마을]
차도를 따라 외양포로 갈까?도 싶었지만,
두 번이나 쳐걸은 길이어서 대항마을로 내려 가, 옛길을 취하기로 했다.
그래봤자, 오늘 마지막 오름길이니까...,
[외양포]
17시15분, 지명이 주는 끌림으로 걸어 간 나는,
가덕도 최남단에 사는 사람의 집들이 불을 밝히는 외양포에 닿았다.
어둑어둑해졌고 버스를 타고 섬을 나가야하기에,
진짜 최남단에 위치한 등대로 가는 길은 또 훗날의 길로 남겨 뒀다.
날은 저무는데...,
휴일에만 운행을 한다는 버스는 쉽사리 오질 않는다.
시간은 채 18시도 안되었지만...,
왜 그리도 뭣모를 안타까움이 마음에서 이는지? 모르겠더라~
520번은 기대를 저버리고 용원으로 갔고,
용원에서 탄 58-2번은 신호신도시와 명지국제신도시를 아주 순회를 하였다.
노포동 공용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집으로 오니 21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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