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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53 - 두미도 본문

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아리랑길 053 - 두미도

경기병 2019. 12. 17. 15:20

거금대교가 보이는 은전마을 선착장 끝으로 가 점심을 먹고나니,

그 때부터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소록대교가 보이는 녹동항에 닿으니,

흩날리는 진눈깨비에 처음 온 낯선 곳 풍경이 왠지 짠했다.

 

허나, 마음의 동요(動搖)는 일지 않았다.

같이 왔기에...,

 

그 날 저녁 녹동항과 소록도 사이 해협에 조성된 인공섬에서 마신 그 소맥 한 잔이,

고금의 내 생에 최고의 한 잔이 될 줄은 그 때는 몰랐다.

 

 

 

 

 

노력도로 들어가는 회진대교를 건너는데, 약산도쪽으로 해가 진다.

섬을 나와 장흥반도가 보성만에 숨겨 놓은 회진항을 찾아 가는데, 어둠이 짙어져 홀로 걷는 심로가 서글펐다.

 

회진항, 그 낯선 밤거리를 서성이는데 누군가 내곁으로 오더니 팔짱을 낀다.

먼저 와 있은 해미누나였다.

 

 

 

 

 

길에도 순정은 있다.

 

년말이 되니,

녹동항에서...,

회진항에서...,

같이 한 사람들에 순정이 인다.

사람들은 년말이 되면, 자신과 얽혀진 인연들에서 약수가 되어 공약수로 모이는 습성이 있다.

 

2019년 마지막 한 장의 력을 보면서, 내가 약수가 되어야 할 공약수 집단들을 생각 해 보았다.

1년8개월, 2100km도 공약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게 먼저이지 않나 생각이 되었다.

길에도 순정은 있다.

 

2019년12월14일,

2100km 공약수들과, 2100km 그 선의 수역에 자리한 섬으로 간다.

 

 

 

[북통영 죽림만매립지 (이순신트레일 5회차제1일째 종점)]

 

 

 

 

 

 

 

 

 

 

 

 

[두미도 남구항]

 

 

[두미도 북구항]

 

 

대한민국 최고의 트레커 『해미』누나,

대한민국 산해의 모든 길들을 섭렵중인 『해리랑』형님,

대한민국 동해안길에서 피어나 남해안길에서는 제2의 해미가 될 자질을 보여준 『서나』대원,

그리고, 공약수 됨을 져버린 약수들에게 생지랄을 퍼붓은 『나』

 

이렇게 넷이 「2019 남해안길종주대 송년 트레킹 - 두미도」를 진행한다.

 

속이 다 시원하다.

남해안길 최정예 대원들만이 참석을 했기에, 기분이 째진다.

 

 

 

 

 아리랑길 053 - 두미도 (2019.12.14)

통영반도 최고봉 두미도 천황산 정상에 선 서나대원의 미소

 

 

04시18분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서 조우를 해,

서호시장내 원조시락국밥집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통영항여객선터미널 뜰에서 막걸리와 에델바이스캐그를 따 마셨다.

 

07시 통영항여객선터미널을 출발한 두미도행 바다누리호는,

삼천포장날을 맞이하여 평소의 항로를 역으로 돌며,

상·하노대도의 3항과 두미도 남구항을 거쳐 09시 두미도 북구항에 닿았다.

 

 

 

 

 

길 잃은 양과,

두미도로 오는 배에서 만난, 홀로 대한민국 곳곳을 탐방하신다는 류선생님도 우리의 동행 제안을 수락하셨다.

 

그래서 최고의 대열이 되었고, 1박2일 두미도는 훌륭해졌다.

 

# 주로 내 사진들이지만..., 평소 게시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명작들은 류선생님과 해미누나가 촬영하였음을 밝힌다.

 

 

 

중국집이 없는 곳,

특히 섬에서 먹는 짜장면은 아주 맛있음을 나는 익히 알고 있었다.

 

민박집 문을 따자마자 버너에 냄비를 올리고 물을 끓였다.

그 맛이 아주 황홀했다.

 

그리고, 입가에 묻은 춘장을 닦고...,

「2019 남해안길종주대 송년 트레킹 -두미도」를 시행하고자 민박집을 나섰다.

 

 

 

[북구마을]

 

[남구로 넘어가는 일주길]

 

[남구마을]

 

 

 

 

나는 2013년에 두미도를 오늘처럼 탐방 하였다.

 

세월은 흘렀지만 섬에서 본 풍경과,

섬에서 가진 기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와 좋은 인연이 된다면, 그 인연이 된 상대들과 같이 꼭 한번은 더 이 섬으로 오고 싶어 했다.
그 날이 오늘이고, 그 인연이 해미누나, 해리랑형님, 서나대원이다.


 

[남구에서 일주길로 오르는 길]

 

[천황산초입 전망대]

 

 

남구마을을 지나 천황산 오름길 초입에 도착을 했다.

 

미세먼지인지? 해무인지?가 조금은 시야를 가려 인근의 섬들이 뚜렷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 없다.

 

맑은 하늘, 푸른 바다, 좋은 사람들, 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13시 정각, 해발468m 통영권역 반도와 섬들에서 가장 높은 천황산 정상에 올랐다.

 

모두들 오랫만의 산행이라 힘은 들었지만,

동뫼섬을 위시한 남쪽바다 풍광에 압도를 당하고 있다.

 

연화도-욕지도-노대도-수우도-사랑도-추도가 시계방향으로 떠 있는 쪽빛바다는 첫사랑이었다.

 

 

 

 

 

 

 

  

[동뫼섬]

 

 

 

 

 

 

서 봐야 안다!

 

아쉽지만, 다시 섬의 일주길로 내려왔다.

청석, 설풍, 고운마을을 지나 북구마을로 가면 2019년12월14일의 행복한 토요일 1부는 끝이 난다.

 

 

 

[청석마을에서 고운마을로 가는 일주길]

 

 

 

 

 

 

15시32분, 모두들 완벽한 두미도 정복과 일주의 트랙을 가지며 북구마을로 돌아왔다.

1946년에 태어나신 류선생님 또한...,

 

트랙을 껐다.

2013년에 입도를 하고도 가지지 못한 소중한 트랙을, 6년이 지나고서야 가지게 되었다.

 

 

 

 

 

13시30분까지 돌아올테니, 점심상을 봐 달라고 부탁을 하고...,

나간 양반들이 15시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민박집 할머니께서는 집을 나가셨나보다.


점심상을 저녁상으로 돌리고,

그 때부터 2019년12월14일의 행복한 토요일 2부를 시작했다.

 

 

 

 

 

 

 

2,100km의 인연은,

그 인연을 이어준 바다에 떠 있는 고귀한 섬에서, 그 인연의 가치를 더 고귀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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