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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54 - 화태도 본문

아리랑길 - 낙도바닷길

아리랑길 054 - 화태도

경기병 2020. 1. 7. 18:36

사람들은 스스로 력(歷)을 만들어 세월을 세고, 그 세월을 따라 흘러간다.

2020년 첫 트레킹에 나선다.

 

세월이 없는 바다,

보돌바다 동북측수역에 위치한 화태도, 그 갯가길에서 세월 없는 바다나 실컷 보고자 한다.

 

 

버스가 고속도로에 올라서고,

차창밖으로 떠나는 풍경이 보이면, 이게 뭣 하는 짓꺼리인지..., 잠시 그런 마음이 든다.

 

올해 또 얼마나 많은 곳들로 떠나야할지?

 

 

 

 

 

 

 

여수종합버스터미널에서 10여분을 기다려 탄 106번 버스는 11시쯤 2주탑 사장교 화태대교를 건넜다.

 

 

 

 아리랑길 054 - 화태도 (2020.01.04)  

화태갯가길 3코스 묘두마을 가는 길

 

 

화태대교 중간지점에서 하차벨을 눌렀다.

하지만, 버스는 내가 내리고자 한 '화태대교진입부정류장을 지나 다음 정류장에 정차를 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그도 그럴것이 '화태갯가길 출발점이라 적힌 안내푯말이 떡하니 서 있다.
여수에서 아침 장을 봐, 집으로 돌아가는 어르신들 틈에 낀 나는 누가봐도 갯가길을 걷고자 온 탐방객이었고,

친절한 버스기사는 내게 무언의 길라잡이를 자청 했다.

 

루트의 계획이 본의 아니게 어긋났지만, 그 친절에 할 말은 없었다.

 

 

 

 

 

 

 

 

 

섬 사람들이 바다에 기대어 살아 간 희미한 옛길과,

지금은 가용이 없어진 해안초소들을 잇는 참호길은 누군가들에 의해 하나의 길이 되었다.


고마운 일이고, 그래서 오늘 이 길에서 보돌바다를 만난다.

 

 

 

 

 

11시15분,화태갯가길 정선형을 가급적 준수하며, 섬을 시계방향으로 일주하고자 걸음을 뗐다.

 

 

 

 

[마족항]

 

 

 

 

 

 

 

 

[대횡간도]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알아짐에 놀라고, 그래서 철듦에 서글퍼진다.

 

뻘금에서 월전으로 오는 산길에서 움추린 것들의 기다림을 보았다.

나무는 나무로만 보여야 하는데...,




[월전마을]

 

 

 

 

 

 

 

 

 

 

이순신트레일 남해도 바래길에서,

나는 자식을 키워야 하는 어머니들의 고단한 삶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음을 단언했다.


이순신트레일 제21회차 돌산도에서,

나는 그 첨예한 해안지선을 따라 나있던 여수갯가길을 걸어나가며 안해도 될 고생에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 길들을 닮은 화태갯가길은,

부디 숭고함도 회의감도 없는 길이었음 좋겠다.

 

 

 

 

 

 

 

 

 

거제권역에는 화도와 지심도를,

통영권역에는 추도와 용초도 학림도를 남겨 둔 채, 나는 오늘 여수로 와 버렸다.


바다에도 색(色)은 있다.

나는 보돌바다의 색이 제일로 좋았다.

비록 오늘 내가 온 화태도가 그 수역은 아닐지라도, 색은 색을 닮아 있다.

 

 

 

 

 

 

 

 

 

 

 


 

 

 

독정항을 지나 묘두로 가는 해안산길에 접어 들었다.

 

태양과 시선의 각도에 따라 달리 비춰지는 바다색이 경이롭고, 비워진 길의 선이 간결하다.
길과 바다에 미쳐 가는 것이 어쩌면...,

시시한 인연들과의 어울림 보다는 훨씬 더 났지 않을까? 싶다.

 

 

 

 

 

 

 

 

 

 

 

 

 

- 화태갯가길 시그널

 

 

 

 

 

 

 

 

 

 

 

 

 

 

 

 

12시53분, 7.8km를 걸어 섬의 최서단 방파제에 이르렀다.

 

제법 불어댄 바람에 미세먼지는 사라졌고, 바다의 윤슬은 찬란해졌다.

외딴집앞 길가에서 그물 손질이 한창인 할머니는 세월 따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였다.

 

 

 

 

 

 

 

 

 

 

 

 

 

 

 

섬의 서부해안에서 돌출한 묘두반도(가칭)를 돌아나오는 해안산길은 화태갯가길의 으뜸이었다.

 

묘두마을 어귀에서 만난 천안에서 온 산악회 회원들에게 꼭 둘러봐야 한다고...,

가지 않는 몇몇분에게 내가 아쉬워 읍조의 심정으로 권고까지 했다.

 

 

 

 

 

 

 

 

 

13시35분, 꽃머리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닿았다.

 

아무리 오름이 싫어도 올라야 한다.

오르면 돼잖아~ 그 심정으로...,

 

 

 

 

 

 

 

 

 

 

 

트랙(산길샘)에 표출되는 고도는 이제 믿지 않는다.

바닷물이 신발에 닿는 해안지선을 걷고 있지만, 표출되는 표고는 해발 30m였다.


꽃머리산 정상에 서니 고도가 155m로 표출이 된다.

30을 빼면..., 한 120m쯤 되겠구나~ 싶었다.
꼴랑 120을 오르면서 흘린 땀은 당췌 뭐냐??

 

 

 

 

 

 

 

 

 

밋밋한 표고였지만, 그래도 정상이라서 예의상 5분여를 머물렀다.

 

나는 오늘 화태도를 일주하고,

돌산도로 건너가 화태대교 북단에서 무슬목까지 15km쯤을 더 걸어야 한다.


화태대교를 건너는 5구간의 시점은 뻘금이고, 왔던 길을 돌아서 가야한다.

또한 화태대교 남단으로 내려서는 길목엔 출입을 통제한다는 안내문과 차단줄이 설치되어 있었다.


심한 경사였고 수북히 쌓인 낙엽들이 길을 가리고 있었지만, 권고사항일뿐!

나는 간다.

 

 

 

 

 

제주에서 부산으로 오는 하늘길 중간쯤에서 기체의 좌측창으로 해상교량 하나가 보인다.

나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그 해상교량을, 단번에 화태대교라 말했다.


이제 그 해상교량을 건너기만 하면 된다.

 

 

 

 

 

 

 

남자는 때론 그래야 한다.


작금의 대한민국 협곡들에 걸쳐지고 있는 출렁다리위에서 괴성을 지르고 오지랖을 떨지언정,

때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시퍼런 바다위 해상교량을,

겨울 찬바람이 온 몸을 강타해도 혼자서 묵묵히 건널 수 있어야 한다.

 

 

 

 

 

 

 

[화태갯가길 5구간 종점 (화태대교 북단)]

 

 

14시34분, 여수갯가길5코스로 명명된 화태갯가길1~5구간 12.7km를 걸어 섬을 빠져나왔다.

 

허나, 끝남은 끝남이 아니라서...,

채 1분도 쉬지 못하고 무슬목으로 가는 돌산도 서부해안길에 들어서야만 했다.

 

 




 

 

 

 남해안 해상교량 시리즈 51 - 화태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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