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68 - 둔치도 본문
작년 6월이었다.
나는 이순신트레일 35회차를 끝내고, 해남터미널에서 순천으로 가는 버스의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양장 차림의 제법 아름다운 여인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오전내내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은 씻지도 않은 채 퍼마신 술에 쩔어 있어, 여인이 다가 옴에 자동으로 비켜섰다.
근데, 여인은 자꾸만 내게로 다가왔다.
예수님 믿고 천국에 같이 가잔다.
난 지은 죄가 태산이라 이미 늦었다고 하니, 예수님은 용서를 해 주신단다.
이제부터 예수님을 믿으면 죄를 사해주실거고 천국으로 인도도 해 주신다고 했다.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천국에 못가냐고 물었다.
하느님 나라에는 하느님을 믿은 사람만이 갈 수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 믿지 않은 사람은 어디로 가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아마도 지옥에 가실거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옥 갈 준비중이라, 그동안 준비한게 아까워 그럴수는 없다고 했다.
여인은 웃으며 돌아서고, 나는 버스시간이 되어 승강장으로 돌아섰다.
지 믿으면 천국이고, 지 안맏으면 지옥이냐?
그건 신도 아니다.
아 장난하냐..., 싶었다.
covid-19는 천국행 급행이다. 꼭 타시길 응원한다.
아리랑길 068 - 둔치도 (2020.03.22)
14시, 중사도를 나와 8km쯤 하류에 있는 둔치도로 간다.
흐르는 것은 세월과 강물뿐이고,
그 흐름속에서 살아가는 모든것들이 가여워진 날들이다.
봄은 이렇게 와 있는데..., 말이다.
3km 남짓 걸어, 김해지역 학교들의 주요 소풍지였던 오봉산이 보이는 '오봉삼거리에 닿았다.
이제 서낙동강의 시원한 흐름을 만난다.
그 흐름을 보며 배낭에서 맥주를 꺼내 괄괄괄 마셔야지~
나는 부산시 남구 용호동에서 태어났지만,
내가 유년시절을 보낸 곳은 서낙동강 서편에 위치한 김해로,
지금 둔치도로 가다가 멈춰 앉은 현재의 부산시 강서구 가락동 역시도 그러했던 곳이다.
집에 있기 싫어 나온 나는,
2020년3월22일 일요일 오후, 한적함만이 움직이는듯한 서낙동강 그 강변가에 앉아 흐르는 세월을 강물에서 본다.
좋더라~
때론 사람들이 묻는다.
걷는게 좋냐고? 혼자 걸으면 심심하지 않냐고?? 왜 길 같지 않은 길도 걷냐고???
걸어 봐라~
이제 맞추고 기다려주고 하며 걷는 짓은 못하겠다~
설정된 길 보다는 설정 없는 길을, 걸어라고 만들어진 길 보다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더 좋더라~
여가 해포쯤인가? 싶었다.
해포가 고향인 k주무관은 지금 뭐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전화를 했다.
같이 있다. 끊어라~
이런~
지가 졸업한 학교의 사진을 톡으로 보냈다.
곧 바로 전화가 왔다.
걷고 있다. 끊어랏!
15시41분, 8km여를 남진하여 둔치도입구에 왔다.
다리의 입구에 앉아 파워에이드를 쭉 빨고, 한대 물고 잠시 넋을 잃었다.
1km 남짓이었지만 차들만 다니는 신항의 배후도로는 생생 달리는 트레일러들이 성가셨고,
사람의 집들이 있는 길에서는 마스크를 쓰야 했고, 줄서기 싫어 3주째 교체를 않은 마스크에 베인 내입냄새에 도는줄 알았다.
마스크도 하나 못사오냐며, 구박을 듣지만...,
그거 하나 사겠다고 약국마다 줄지어선 행렬을 보면, 인간의 삶이 참 구차스럽게만 보여진다.
줄을 서느니 차라리 디지겠다!
15시45분,
쑥 캐고 낚시하는 사람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내 입냄새에 쩔은 마스크를 끼고 둔치도에 들어 섰다.
중사도는 반시계방향으로 돌았기에, 둔치도는 시계방행으로 돌려다가 그냥 반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왜냐? 반시계방향의 길에는 사람들이 없어 마스크를 떼도 됐거등!!
간염도 눈치를 보며 안결려야 하는 삶, 이게 다 박쥐를 쳐먹은 짱개들 때문이다.
시발 짱개 개쉐이들, 축구도 맨날 대한민국에 쳐지는 멍충이들~ 에이 시발 짱개 재수 없다!
떨어진 벚꽃잎이 강물에 휘날리는 몇주뒤의 엔딩이 더 없이 좋을 것 같은 둔치도 일주길이다.
비록 집으로 돌아가 자고나면 월요일 아침이 될 일요일 오후의 트레킹이지만,
강물 따라 걷을때는 일요일 오후가 적정시간임을 알았다.
둔치도 역시도 섬의 통계나 자료들이 검색에 노출이 없는 섬이다.
동측의 강물은 김해평야를 둘러나온 조만강이고, 우측의 강물이 서낙동강이다.
조만강과 서낙동강이 만나는 곳을 사람들은 '조마이포라고 불렀고, 정식 지명은 '조만포이다.
생각을 않으려해도 자꾸만 생각이 났다.
그럴수록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빠르게 걷는다.
동부 강변길이 끝나니 섬의 최북단이었고, 그 정점을 돌아서니 둔치교가 보였다.
16시55분, 6.5km 둔치도 가장자리만으로 난 일주길 전부를 돌아 나왔다.
섬으로 들어가기전 넋을 잃었던 그 자리에 다시 앉아, 남은 파워에이드를 다 빨고 1시간10분만에 또 한대를 피웠다.
해 지는 봉화산을 물끄럼히 바라보는데, 69번 지방도로 타고 나가고자 한 1005번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런 니미럴~ 한참을 기다려야 다음 버스를 탈 수 있겠구나! 싶었다.
거제로 갈 때, 수 없이 지나쳐 간 길이지만...,
부산이지만...,
조금은 낯선 길가에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심정이 괴로바질라할때, 생각지도 않게 구포로 나가는 7-2번이 왔다.
득분에 오늘 걸은 길들이 차창밖에서 되감겼지만, 집에 드갈때 닭이나 한마리 튀기가 가야지~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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