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아리랑길 069 - 마라도 본문
지지난주 화요일부터 왼쪽 다리의 무릅위 근육이 뭉쳐지면서 점점 아프기 시작해 금요일에는 걷기마저 힘들어졌다.
병원을 가면 절차상 무조건 엑스레이는 찍을 것이고,
증상에 대한 심도성 있는 질문을 하면, 기다렸다는듯 CT촬영까지 이어질게 뻔했다.
니 돈도 내 돈도 아닌 모두의 돈은, 빈 주사바늘을 찔러 피스톤을 땡기면 병원의 돈이 된다.
그들의 건강보험금 착복을 위해 몸에 조영제만 쳐 넣는 멍청한 공모자는 더 이상 되기가 싫었다.
조퇴를 하고,
위쎈을 사러 들린 마트에 약국이 있어 연세가 좀 있으신 여자 약사분께 증상을 말하니 제조약 두 캅셀을 준다.
4,000원이란다.
약을 먹고 한숨자고 일어나니, 어랏~ 다리가 조금 편해지면서 낫는 기분이다.
술을 먹고 약을 한번 더 먹고 또 자고 일어나니, 어랏~ 아예 다 나은듯 했다.
병원에 갔음 엑스레이에 잘하다가는 시티까지..., 쳐 염병을 했을 수도 있는데, 4,000원에 치유가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여전히 짱개세균은 기세가 등등하고,
평소 저금을 않고 산 찌질이들은 또 지문제를 사회와 국가에 징징대고,
의원 행세 한번 하겠다는 인사들은 바이러스 정국속 형용색색의 잠바를 입고 거리를 시끄럽게 할 것이다.
그 꼴들 속에 머물기는 싫어, 지겹지만 제주로 간다.
08시 제주공항에 내렸고,
청사앞 급행버스정류장에서 어디로 갈지? 주춤이다가 운진항으로 가는 151번이 오기에 타 버렸다.
오늘은 입도가 되겠지...,
세번을 오니 한번은 가지더라~
아리랑길 069 - 마라도 (2020.04.11)
09시40분 모슬포 운진항을 출발한 블루레이2호는, 10시10분 마라도 동부해역 살레덕선착장에 접안을 했다.
하늘은 흐렸지만...,
흐렸기에 섬의 운치는 더 짙어 보였다.
사람들은 섬의 중앙으로 난 길을 따라 취락지역으로 일제히 갔지만,
그로해서 비움을 유지한 동부해안은 호젓했다.
10시13분,
나는 아리랑길 38의 섬 마라도 탐방을 위해 혹은 빠삐용해안이라 칭하기도 하는 동부해안에 들어섰다.
이 섬에 오고자, 세번의 하늘길을 날았고 연계하여 제주도 남북을 가로질러야 했다.
뜻한바 이루지 못하고 돌아설때, 모슬포에서 맞은 두 번의 비는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입도가 된 오늘도 누군가 쏟아질려는 비를 억지로 막고 있는듯 했다.
국토의 최남단, 그게 내가 이 섬을 외면할 수 없었음이다.
인위적 모든 것이 싫어지는 대한민국, 하지만 그 영토가 품은 자연적 모든 것들에 아직도 가슴은 설렌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423호로 지정된 마라도는, 0.3㎢ 면적을 가진 작은 섬이다.
추정한 해안선의 길이도 4km를 넘지 않아, 일주를 해도 탐방에 불가하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등대가 보였다.
바닷길을 걷다보면, 맞닥뜨린 등대에 갑자기 마음이 순해지는 기분이 든다.
거제도 장승포의 양지암등대, 울진의 죽변등대가 내게는 그러했다.
흐린하늘과 무심한 바다가 만든 마음에서 맞닥뜨린 마라도등대,
삶은 그러했다.
그러함에 있기에 걷는다.
마라도성당이 보일때는...,
혼자 왔음이 미안해졌지만, 혼자 왔기에 행복해졌다. (미안, from 신현욱)
10시34분, 1.1km를 남진하여 섬의 최남단이자 대한민국 최남단에 닿았다.
아무도 없었다.
바다를 한참이나 바라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이제 더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보이지 않았다.
이어도에 갈 수만 있다면...,
이루지 못할 아쉬움을 안고 섬의 최남단을 돌아 서부해안길로 들어섰다.
이내 줄지어 선 짜장면집들이 보였다.
국토의 최남단과 동일시 되는 또 하나의 마라도 상징.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한 잔은 해야하기에 주인에게 면발을 뽑아라하고 나는 냉장고에서 소주 한병을 꺼냈다.
언놈이 마라도에서 짜장면을 시켰고,
언놈이 철가방을 들고 마라도로 들어와 '짜장면 시키신분~을 외쳐 생겨났다는 마라도 짜장면집들.
한 때, 국어학회에서는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끝까지 우겼다.
근데, 지들도 짜장면을 자장면이라 부르니 그 맛이 안나는기라~ 그래서 오새는 지들도 짜장면이라 부른다.
한 때, 외국인들이 BUSAN을 PUSAN이라 발음을 하니 지들이 정한 영문표기법을 무시하고 PUSA이라 우겼다.
근데, 한글의 영문표기법을 뜯어 고칠 방법이 없기에 어느날부터인가 BUSAN으로 정정을 했다.
부산은 BUSAN이고 짜장면은 짜장면이다.
아~ 근데, 뭔 짜장면이 이래 달고 맛대가리가 없냐? 에라이~ 먹다가 땔챠뿟다.
빈 속의 걸음일때가, 섬 트레킹에서는 참 좋은데...,
괜히 짜장면을 먹어 속이 쫌 니글거렸고, 짜장면으로 마신 소주는 결코 낭만적이지 못했다.
내가 길가에서 대놓고 짜장면을 먹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는다.
그들을 남겨두고, 짜장면을 남겨두고, 나는 다시 길을 잇는다.
운진항에서는 09시40분이 첫항차였고, 같이 입도를 한 이들은 서른명쯤이었다.
더하여 나는 그들과 반대방향으로 섬을 돌았기에 늘 빈풍경속으로 들어 설 수 있었다.
바이러스 때문에 쓸쓸해진 마라도,
중국인들이 없어 더 아늑해진 마라도, 그런 마라도에 있게 됨도 나쁘지 않았다.
11시15분쯤, 섬의 서북부해안에 위치한 할망당이란 곳에 닿았다.
제주의 한 식당에서, 누군가 제주도 남자들이 부지런하지 않다고 했다.
여자가 돈을 벌면 남자들은 게을러진다.
부러운 놈들...,
여자가 돈을 벌면 남자는 희바리가 없어진다.
불쌍한 놈..., 하지만, 지가 번 돈 지가 다 닦아 쓸 수는 있다.
할망당에서 해녀와 결혼을 한 남자의 생을 부러워했고,
지리산의 노고단, 금정산의 고당봉에 있는 늙은 할머니들을 그리워도 했다.
그리고, 이제 제주는 당분간 그만 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11시30분 살레덕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예쁜 드레서에 앙증맞은 마스크를 낀 다섯살쯤 된 여자아기가 선착장에서 같이 온 어른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저씨가 과자 줄까? 하니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제리를 까주니 마스크를 떼고 입안으로 넣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손에 오렌지 하나를 쥐어주니 엄마에게 쪼로로 달려가는 그 모습은 또 얼마나 예쁜지...,
딸이 없다는 것은 인생사 최대의 비극이고, 그 비극은 마라도에서도 느껴졌다.
2월부터 도합 5번 제주도로 갔고, 아리랑길에서는 필히 가야 할 마라도도 탐방을 하였다.
당분간 제주도는 가지 않을 것이다.
잇고자 한 제주해안길은 너무도 지겹고,
그 지겨움을 떨쳐내지 못한 채 걷는 걸음은 이어야 할 명분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지겨운데 왜 가?
그래서 이제 더는 안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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