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등대기행 10 - 간절곶등대 본문
낮엔 등대가 잔다.
깨어있는 등대를 만날려면 밤에 가야하는데..., 그게 결코 만만한 여정은 아니다.
지도를 띄우고 한반도 해안지선에 분포된 '항로표지관리소들을 찾는데, 누군가 울주군청에 간다고 했다.
오호~ 잘 됐다.
서류를 뺏앗아 15시30분 회사를 탈출했다.
등대기행 10 - 간절곶등대 (2020.04.16)
17시05분,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에 도착을 했다.
저물녘까지..., 두 시간 정도는 서성여야 한다.
오랫만에 간절곶에 왔다.
간절곶 해안도로는 해파랑길 제4코스이기도 하다.
오랫만에 해파랑 맛이나 보고자 평동항까지 갔다오기로 했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청춘들이 그대와 같이 제법 많이 와 있다.
돌이켜보면 스물다섯 전후의 시절이 제일 좋았다.
바다에 와도 바다는 뒷전이었고, 설레여도 설렘은 일상으로 치부된 시절이었다.
평일날, 오십이 쳐넘어 바닷가를 서성이는 나는 설렘도 꿈도 이미 다말아 먹은지 오래였다.
가끔 목욕을 하고, 점심을 먹고자 식솔들을 데리고 가는 횟집앞에 왔다.
도다리쑥국+횟밥...,
당장 등대고 나발이고는 접고, 소주1병을 시켜 캬~하고픈 마음 간절했지만, 간절곶이라 참았다.
해파랑길이 발단의 시작이었다.
북상하는 바닷길에 미쳐 마차진리 통일전망대까지 걸어 갔고,
서진하는 동행길에 미쳐 진도의 벽파진까지 걸어 갔고,
걷지 않음 미칠것 같아 섬들을 돌고, 제주를 왔다리갔다리 하고, 지금은 해가 지기를 쳐기다리고 있다.
날이 저물기전에 등대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항로표지관리소에 서 있는 등대는 '항로표지원이 상주를 하는 유인등대이고, 그 대부분은 지역의 관광명소이다.
이 곳 간절곶등대 역시도...,
나는, 오늘 등대가 밝히는 불빛을 보고자 왔다.
근데, 시간이 너무나도 더디게 흐른다.
저물녘을 기다리다가 내가 먼저 저물겠다.
나는, 생에서 기다리는게 제일 싫다.
18시가 넘어서니, 땅거미가 지고 간절곶해안을 채운 청춘들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등대가 빛은 발산을 했지만, 세상은 어두워지지 않았고 내 기다림은 하염이 없다.
이발도 해야하고, 술도 마셔야하고, 집에도 가야하고, 바쁜데..., 뭔 날이 이리도 안저무냐??
홀로 남겨진듯한 해저문 바닷가에서 혼자 생쑈를 했지만 끝내 어둠은 쉽사리 스며들지 않았다.
18시50분, 나는 찍사가 아니고 트레커다.
대충 찍고 집에 가자!
오랫만에 찾아 간 간절곶!
산 하나를 넘어서니 집이었기에 좀 시시했지만, 나의 등대기행 10의 등대로 충분했다.
'등대기행 - 등대가는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대기행 12 - 슬도등대 (0) | 2020.05.15 |
---|---|
등대기행 11 - 울기등대 (0) | 2020.05.15 |
등대기행 09 - 영도등대 (0) | 2020.05.15 |
등대기행 08 - 마라도등대 (0) | 2020.05.15 |
등대기행 07 - 방두포등대 (0) | 2020.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