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등대기행 09 - 영도등대 본문
나는 투표를 하지 않는다.
내가 선출한 사람들은 다 감옥으로 갔고 심지어 자살까지 했다.
그들의 편안한 앞날의 삶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투표는 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이 부가한 세금은 납부를 하지만, 참정권은 행사하지 않는 아나키스트이다.
똑똑한 개를 키워, 다음번 선거에는 개를 내보내겠다.
지난주 마라도 동부해안에서 맞닥뜨린 등대.
동중국해 망망대해를 무심히 바라보고 서 있던 등대는 기다림이었고, 내게는 그리움이었다.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것들은 만나야 한다.
등대기행 09 - 영도등대 (2020.04.15)
투표를 핑계 삼아 10시쯤 집을 나섰다.
세번의 대중교통을 환승해 영도등대가 있는 태종대에 도착을 하니 12시05분이었다.
이순신트레일 1회차제1일째에 형성시킨 트랙을 따라, 내 등대기행의 실질적 첫 등대가 될 '영도등대를 찾아 간다.
그 간의 바닷길에서 해상교량들을 건널때가 제일 좋았다.
그 간의 바닷길에서 숱하게 많은 등대들이 있었지만, 나는 무심히 지나쳐 버렸다.
그 때는 왜 몰랐을까...,
바닷가에는 등대가 있었다.
한반도 해안과 대한민국령 섬들 곳곳에 세워진 하얀색 탑들, 그 탑들이 밝히는 불빛을 찾아 갈 것이다.
나는 내 태어난 곳에서, 아직도 엄마의 슬하에서 살고 있음이 너무도 좋다.
그리고, 부산!
오늘 모처럼 부산의 바닷길을 걸어, 내 해안트레킹 4막의 1장이 될 영도등대로 간다.
이십여분을 걸어 태종대전망대에 도착을 했고, 그 날 본 바다를 다시 본다.
회상속에서 다시 회상을 만들순 없어 이내 일어섰다.
풍경은 길에서 볼때가 가장 풍경다웠고, 세상은 길에서 만날때가 가장 세상다웠다.
세상이 아프니, 풍경도 시들어있다.
그러니 바다도 무심해졌다.
13시05분, 3km를 걸어 영도 동남부해안 끝에 자리한 '영도항로표지관리소에 도착을 했다.
항로표지관리소(航路標識管理所)
등대를 달리 이르는 말, 혹자들은 유인등대를 칭한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보인다.
등대(燈臺)
해안이나 섬, 방파제 같은 곳에 높게 새워 밤중에 항로의 위험한 곳을 표시해 주는 탑 모양의 구조물
Lighthouse is a longing
또 하나의 길에 미쳐 버리면 안되는데...,
또 하나의 카테고리를 만들면 안되는데...,
Anarchists is free
선장 잃은 선원의 무리를 아나키스트라 했지만...,
바다에서 자유를 보고자 아나키스트가 되었다.
국가적 사회적 지배를 반대하는 무정부주의자를 아나키스트라 했지만...,
국가와 사회를 더 이상은 미워하지 않기 위해 아나키스트가 되었다.
신은 바다를 만들었고, 인간은 그 바다에 등대를 세웠다.
바다가 있어 등대가 있다.
등대에 오니, 등대가 있어 쓸쓸하지 않았다.
필요치 않은 것들은 남겨두고, 거추장스런 것들은 떼버리고, 그러고나니 홀가분해졌다.
오롯이...,
등대 가는 길, 역시도 오롯이 갈 것이다.
"깜빡했다"고 하면 "니가 등대가" 한, 내 말이 얼마나 상대를 아름답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등대는 낮엔 자더라~
깨어 있는 등대를 만날려면, 밤에 찾아 가야하는데..., 그게 심히 안타까운 등대기행의 첫 회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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