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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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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기행 - 등대가는길

등대기행 20 - 묵호등대

경기병 2020. 5. 26. 11:15

얼마전까지 떠나는 주말은 기다려지는 디데이였다.

얼마전부터 떠나는 주말은 망설여지는 디데이였다.

 

금요일 퇴근후,

저녁상을 물리고 티비앞 소파에 퍼진다면 아마도 내일은 떠나지 못할 것 같아 21시20분에 집을 나섰다.

머물수는 없어 떠나는 심정이 자꾸만 발길을 붙들었지만...,

 

 

 

 등대기행 20 - 묵호등대 (2020.05.23) 

묵호 등대

 

2021.05.05

 

 

경부선 구포역을 기준 444km를 북상했다가 돌아오는 여정이다.

 

혹자들은 이동하는 밤을 1무로 나타내지만, 

이는 정확히 날짜회귀선을 역으로 가는 이민에서만 성립이 된다.

혹은 타임머신을 탔을 때나...,

 

2박1일의 여정이다.

갈 때의 1박은 철로에서, 올 때의 1박은 7번국도에서 잔다.

2박을 허비하여야 이뤄지는 1일에는 동해해양수산청이 관리하는 강원권역 4등대를 탐방하고,

아직도 끝을 못낸 해파랑길 48(남천교)~45코스(속초해변) 33km를 남하할 것이다.

 

 

 

 

 

 

수년전, 강릉의 정동진역에서 울산의 태화강역까지 열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적이 있었다.

무려 일곱시간이 소요 되었고, 지겨워서 세상을 하직할뻔 했다.

그 이후로 복수의 철로를 거치는 열차는 무조건 타지 않기로 했다.

 

이번 여정의 첫번째 탐방등대는 북상기준 맨 처음에 위치한 묵호등대다.

 

23시 부산동부터미널을 출발해 속초로 가는 심야버스가 있지만, 그걸 타면 03시쯤에 동해시에 떨궈지게 된다.

내가 미친놈도 아니고 그 시간에 동해시에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등대로 가는 지랄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아니었다.

대신에 일곱시간이 걸리지만, 날이 밝고 세상이 움직일쯤 도착을 해 지랄을 해도 해야지 싶었다.

 

 

 

도계역 부근

 

 

 

자면 일곱시간은 지나 간다.

구미까지는 자다깨다를 반복했고, 이후로는 기절을 했다.

 

분명 승객이 제법 있었는데...,

차내방송에 잠이 깨니, 열차는 운무낀 폐광지역을 통과하고 객실에는 나 혼자였다.

은하철도999호를 탔나? 싶어 뒷칸의 객실로 가니 넷다섯의 승객이 그나마 보였다.

 

06시19분, 경부선-경북선-영동선을 밤새 달린 부산발 동해행 무궁화호 열차는 종착역인 동해역에 도착을 했지만,

한대 태울 여유도 없이, 06시30분 동해에서 강릉으로 가는 열차를 또 타야만 했다.

 

 

 

 

 

06시37분,

해파랑길34코스에서 쳐다도 안본 채 지나쳤던 그 등대를 가기 위해,

해파랑길33코스의 종점인 묵호역에, 집을 나온지 10시간만에 도착이 되었다.

 

 

 

해파랑길 33코스 종점

 

 

어항이 있는 도시의 아침은 너무도 역동적이었다.

이 꼴을 보기 위해 떠도는건 아니지만...,

 

 

 

 

 

시나브로 낡고 있는 도심의 건물들과, 그 건물들을 연결한 각종 인프라선들 사이로,

밤을 밝힌 묵호등대가 보였다.

 

 

 

 

 

한번은 해파랑으로 저물녘에, 또 한번은 등대기행으로 이른 아침에...,

내 삶이 점점 미쳐간다.

 

 

 

 

 

식전 개오름이다.

식전 골목가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미안스러워 고양이 보다 더 살살 걸었다.

 

 

 

묵호항

 

 

 

열차에서 어떻게 잤는지...,

뒷통수에 형성된 새집들이 흘린 땀에 뭉게질때쯤 등대가 서 있는 고갯마루에 올라섰다.

 

 

 

묵호등대가 보는 바다 - 1

 

묵호등대가 보는 바다 -2

 

 

등대와, 그 등대가 비추는 바다가 하나로 보이지 않는 풍경은 발길을 돌리게 한다.

 

등대와, 그 등대가 보는 바다를 따로 찍고 돌아섰다.

강릉가는 기차시간도 촉박하고, 역부근에서 뭐라도 좀 사 먹을려고...,

 

 

 

 

아- 이 색히가 아침부터 D2O2를..., 당장!!

 

 

 

 

고기를 잡아 항으로 돌아온 배,

배들이 잡아 온 고기들을 중심에 놓고 모여든 사람들의 바쁜 손가락질,

삶의 파노라마가 한창인 부둣가를 지나 묵호역으로 돌아오니 07시20분이었다.

 

삼십여분의 여유가 생겼지만 마땅히 들어 갈 식당이 없어, 아침밥 대신 세수를 하고 강릉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