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등대기행 22- 대진등대 본문
북위 39도30분에 서 있는,
대한민국 최북단 등대로 가기 위해 10시22분 속초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등대기행이 아니어도, 해파랑길 이음이 아니어도, 꼭 한번 더 그 곳에 가고 싶었다.
그 곳으로 간다.
11시30분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했고,
부산행 막차 티켓팅후, 건너편 버스정류소에서 5분여를 기다려 마차진으로 가는 1-1번을 탔다.
1시간40분을 북상한 버스는,
13시30분 대한민국 최북단 버스정류소에서 시동을 껐다.
2017년10월28일, 나는 이 길을 걸어 통일전망대로 갔다.
딱히 이렇다 할 소회는 들지 않았지만,
의지 박약형인 내가 오늘 최북단의 대진등대 탐방을 실천함에는, 이 곳에 다시 한번 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날에 비춰진 접경지역의 애잔한 풍경도, 느껴진 설레임도, 그 날 처럼은 아니었지만...,
이 곳에 다시 와 있는 나는 뭔가 시렸다.
등대기행 22 - 대진등대 (2020.05.23)
버스에서 내리니 등대가 보였다.
그 날 걷지 않은 해변길을 따라 등대로 가는 길은 좋더라~
해변가에 몇 호의 집들만 있을뿐, 식당이나 가게는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배낭에 캔맥주도 없다.
이런 바다에서 한잔하면, 그게 내게는 보약인데...,
2020년5월23일 13시18분,
대한민국 최북단에 서 있는 대진등대에 들어섰다.
등대 탐방을 목적으로 한 여정으로 왔기에, 나름 의미가 짙어졌다.
여타의 길들도 그랬지만...,
막상 등대가 서 있는 곳에 닿고나면, 더 이상 할 일은 없다.
440km를 북상해 목표로한 최북단의 등대로 왔지만, 등대를 보고나니 끝이었다.
등탑을 오르고, 내부를 촬영하고, 인증을 하고..., 그런 부수적 행위들을 나는 하지 않는다.
대진항으로 내려섰다.
배도 고팠지만, 소주 한잔이 몹시도 마시고 싶었다.
혼자 들어서도 무방한 그런 식당을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어 너무도 아쉽더라~
먼 훗날에 다시 이 곳에 와 있는 나이기를 바랬고,
오늘처럼 남겨둔 무엇인가 있어 다시 오게 되면 좋을텐데..., 남겨둘게 아무것도 없다.
오늘은 당췌 정류소에만 가면,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는 버스가 바로 나타난다.
남겨두고 말고도 없이 버스를 타야만 했다.
앗! 이 곳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 마시러 다시 와야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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