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등대기행 38 - 두도등대 본문
정의(正義)는, 인간은 절대 근접할 수 없는 옳음이다.
정의를 내세우고 사는 삶이 얼마나 피곤한지를 안다.
정의롭지 못했던 일부가 세상에 들춰지는 날, 비는 내렸고 설 곳을 잃은 이는 세상을 떠났다.
정의는 인간에게 허구일뿐이다.
정의는 흉내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정의는 위선을 숨기는 허울이고, 그 허울을 걷어내면 자신에게만은 정의로워진다.
정의롭게 살지도 않았고, 정의롭지 못함을 감추지도 않았다.
대신에 인간이 만든 가장 정의로운 조형물인 등대나 위선으로 찾아 다니며 살란다.
등대기행 38의 등대는,
감천항 앞바다 작은 바위섬에 서서 오가는 배들을 무심히 바라보는 두도등대다.
등대기행 38 - 두도등대 (2020.7.11)
한반도 서남부해안의 섬과 등대 그리고 해안길이, 드디어 탐방의 주체가 되었지만,
생이 만난 연의 대소사가 떠남을 막았다.
누군가의 드론뷰에서 등대 하나를 보았고,
떠날 수 없는 주말의 답답함을 그 등대에서 떨쳐내고자 감천만으로 갔다.
하단을 중심으로 한, 사하구지역을 차로 올 때마다 욕이 나온다.
도로가 아니라 주차장이다.
어쩔 수 없이 부산 연안의 방파제들에 올 때마다 욕이 나온다.
방파제가 아니라 낚시터다.
2017년11월5일,
나는 이순신트레일 1회차제2일째 루트에서 암남반도 최남단을 통과하며 두도를 보았다.
허나 감천만을 돌아 두송반도로 이어지는 걸음은 두도에 서 있던 등대를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치고 말았다.
내 등대기행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선 등대를,
요란한 세상속으로 끌어들이는 우매한 짓이 아닐까? 싶어 매번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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