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갈바람길 01 - 변산반도(1) 본문
한 면이 육지에 붙은 섬의 지형이 반도(半島)이다.
북서쪽 면을 유라시아대륙에 붙히고 바다로 돌출된 한반도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삼면이 크게는 태평양 연안의 일부를 형성한다.
세계수로기구가 정의 한 한반도를 감싼 바다는,
황해(Yellow Sea), 동중국해(East China Sea), 동해(East Sea or Sea of Japan)로 구분 되고,
제주도를 기준으로 북서쪽은 황해, 북동쪽은 동해, 제주도 남쪽은 동중국해로 본다.
타국을 상대로 한 기득권 확보에는 제 목소리를 못 내다가도,
우리끼리 우리 것을 말 할 때에는 목에서 피를 토하는..., 우리가 우리끼리만 처시부려쌋는,
한반도 남쪽에 있어 남해, 서쪽에 있어 서해라 칭하는 바다는 국제적 인지감이 전혀 없는 바다이고,
한반도 동쪽에 있어 동해는, 그 명칭을 먼저 국제화 시킨 일본해에 붙혀 달라고 애걸복걸을 처하고 있다.
삼면의 바다는 그 범위 또한 아직 확정·고시가 안된 상태이고,
바다의 범위에 따라 나눠져야 할 해안지선의 끝과 끝 역시도 현재로서는 그 기준점이 없다.
1.선의 끝
바다의 범위 나눔에는 나 역시도 이렇다 할 답을 아직 구하지 못 했다.
다만, 내가 잇고 이어 갈 해안지선의 시작과 끝은 정하고 걷자는 심정으로 나름의 경계를 정했다.
두 점만을 아니, 한 점만을 찾아내면 그만이었다.
이미 취한 한 점은,
그 곳에서 동해안을 따라 북진을 했고, 남해안을 따라 서진을 했기에,
찾음의 여지 없이 오륙도앞 "승두말"에 설치된 표지석이 동·남해안지선의 경계가 되었다.
고심 끝에 찾은 나머지 한 점은,
명량(울돌목)에 놓여진 화원반도측 진도1,2대교 사이를 남·서해안지선의 경계로 삼았다.
그 결과,
승두말에서 명량까지의 해안지선이 남해안이 되었고,
명량에서 보구곶까지의 해안지선이 통일 전 서해안이 되었고,
승두말에서 말무리반도까지의 해안지선이 통일 전 동해안이 되었다.
제주의 차귀도 최서단에서 진도의 최서단을 직선으로 이었을 때,
그 선을 기준으로 좌측부 해역은 서해로, 우측부 해역은 남해로 구분된다.
진도의 해안지선은 한반도의 해안지선과는 차별이 되기에,
진도의 해안지선이 명량(울돌목)의 가장 협소한 해협부를 건너 만나는 화원반도측 해안지선부가,
남·서해안지선의 경계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흔히들 한반도의 최남단이자 해남반도의 최남단인 땅끝을 남·서해안지선의 경계로 취하지만,
해남반도를 감싼 해역은 분명 남해이다.
2. 선의 명칭
승두말에서 말무리반도로 이어지는 동해바닷길은 해파랑길이라 함이 맞다.
승두말에서 명량으로 이어지는 남해바닷길은 단언코 이순신길이라 함이 옳다.
명량에서 보구곶으로 이어지는 서해바닷길은 바람처럼 떠돌고 싶어 갈바람길이라 했다.
한반도해안지선트레일 제5막의 바닷길은 서해안이다.
이음의 원칙은 선의 연속된 늘림 보다는 마디의 분포를 통한 연결로 하고,
처음 분포시킬 마디를 선의 가운데에 두고자 2020년 10월 17일 그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
운수사측에서 밝힌 도착시간은 09시30분,
전주고속버스터미널 도착후 300m 가량 떨어진 시외버스터미널로 잽싸게 뛰어가면,
09시40분 곰소로 가는 버스는 충분히 탈 수 있을듯 싶었다.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리니 09시38분이었다.
외모처럼 준법운행을 한 기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각각의 터미널, 무엇보다 재수 없는 내 생이 문제였다.
서해바닷길 첫 시작인데...,
곰소항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그들을 기다리고 싶었는데...,
우째된 생이 꼭 중요한 대사에는 순조롭게 흘러가는 꼴이 없냐~
11시10분에서야 곰소로 가는 버스를 탔고,
줄포만이 끝나고 변산반도 해안지선이 시작되는 곰소항에 도착을 하니 12시50분이었다.
누나가 형님이, 이 곳까지 길을 이어 놓았기에 이 곳으로 올 수 있었다.
한반도의 한 면을, 한 선으로 잇는다는 것은 지독한 고행이다.
고행으로 만든 선의 중간에 끼어 듦이 조금은 비열했다.
하지만, 난 끊어질 선은 잇지 않는다.
2020년 10월 17일 13시17분,
갈바람길이라 명명한 서해바닷길, 그 첫 걸음을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곰소항에서 내딛었다.
갈바람길 01 - 변산반도1 (2020.10.17)
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된 반도,
오늘 내일 양일간 '부안변산마실길로도 설정이 된, 서해안의 아름다운 반도를 헤매일것이다.
이제 걷는다는 것에 가치는 두지 않는다.
떠돌고 싶어 걷는 것이고, 떠돎에 정처를 이을뿐이다.
그 이음에서 보는 세상이 풍경이고, 나는 그 풍경속을 서성이며 살고 싶을뿐이다.
13시25분, 6.5km를 걸어가니 왕포항이 나왔다.
다시 무거워진 배낭의 무게를 들어내고자, 한 시간전에 밥을 먹은 이들에게 떡을 돌렸다.
목도 마르지 않았는데, 물 500ml를 억지로 다 마셔야했다.
언제부터인가 설정이 된 길은 나아가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길에 분포 한 요지들을 둘러가는 선형 보다는, 발길 가는대로 가는 미지의 길이 더 좋았다.
변산반도의 점령자는 부안군이다.
부안군은, 반도의 둘레에 존치된 옛길과 해안초소 연락길들을 이어 붙혀 '부안마실길을 만들었다.
전북천리길인 동시에 서해랑길이기도 했다.
실컷 올라갔다가 오른 만큼 내려서야 하는 연속된 수직굴곡의 반복이다.
만들지 말았어야 할 길을 만든 작자들 때문에...,
설정된 길에서는 1%의 이탈도 하지 않는 누나와 같이 걷기에...,
닥치고 해안산기슭을 돌고도니 국립변산자연휴양림앞 한적한 해변에 닿을 수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에서의 트레킹코스 발굴은 없어져야 한다!
언 놈들이 무슨 이유로 숨어 있어야 할 길을 찾아내, 이토록 사람을 시작부터 반쯤 죽여놓는지?
그 진의가 궁금했다.
지는 걷지도 않으면서...,
한 대 물고 바라보는 바다가, 그런 나를 비웃고 있었다.
해는 저문는데...,
오늘 걸음을 여기까지만 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데...,
모항해변은 베이스캠프로는 모든 여건이 부족했다.
할 수 없이 다시 배낭을 매고 당초 목적지로 정한 상록해변을 찾아 황혼이 물들기 시작하는 반도의 길을 잇는다.
18시40분, 어둠에 감춰진 상록해변에 도착을 했다.
먹을거 잘거 다 가져와 쓰레기만 남기고 떠나는 야영객들 때문에,
서해안에 산재한 식당과 숙박시설들은 휴업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고, 상록해변 역시도 그러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방치된 방 두 칸에 십오만원을 흥정해옴은, 공정여행을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택시를 불러 격포로 나갔다.
오랫만에 조우한 형님,누님들과 진탕 술을 마시고..., 잡아 둔 숙소에서 그대로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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