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목포항에서 안좌도 복호항 본문
일어나니 2020년12월31이 2021년1월1일로 바뀌어져 있었다.
맨날 쳐뜨는 해에게 인간이 부여하는 일련번호가 또 하나 생성되었을뿐! 달갑지는 않았다.
달력을 뜯는다.
뜯어낸 세월은 곧장 폐지상자로 들어갔다.
한국뱃길 - 목포항에서 안좌도 복호항 (2021.01.01)
새해 첫 날인데..., 우짜고 저짜고~
안돼! 이순신트레일에서 내가 본 바다는 엄마도 무조건 다 보아야한다.
07시로 출발 시간을 정했다.
가자고 할 때는 시무룩하더니..., 06시에 일어나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나를 깨운다.
진도 망금산 정상 '명량대첩승전광장'에서 울돌목을 내려다 보고,
화원반도를 북상하여 목포 구.도심을 구경한 다음, 철부선을 타고 다이아몬드제도로 갈 것이다.
해남산 농산물이 좋다고 해 진도로 가는 길에서 잠시 해남매일시장에 들렸다.
시장은 얼어있었다.
11시경, 진도대교를 건너 그토록 보여주고 싶었던 명량대첩승전광장에 올랐다.
두 번을 왔기에 감동은 두 배였다.
저서 일본놈 배133척이 오고, 저서 이순신함대 13척이 일자로...,
보이는 명량(울돌목)의 장관에 친절한 부연설명 따위는 들릴리 만무했다.
에라이~ 목포로 간다.
서울로 간 몇몇 배신자들을 제외한 일가친척들은 모조리 다 주구장창 부산에 살고 있기에,
영원한 부산사람 엄마가 부산을 벗어나는 경우는 오직 여행으로만 성립이 된다.
엄마의 전라남도는 그 간에 몇 번을 간 여수가 전부였고,
일전에 고흥반도와 그 근해에 위치한 섬들(거금도, 소록도, 나로도, 낭도 등)을 탐방했을뿐이었다.
거기까지가 엄마의 남해안 이순신트레일이었다.
오늘 그 탐방의 선을 목포를 넘어 다이아몬드제도까지 늘린다.
근대역사관 주의를 둘러보다가 엄마를 보았다.
조금 걷다가 힘에 붙혔는지 길가 벤치에 앉아 있는 그 모습이 짠하다.
해가 바꼈음이 순간 너무도 싫었다.
근대 역사고 나발이고 밥이나 무러가자!
목포라서 백반을 먹어야하는데, 섬진강휴게소에서 맛도 없는 비빔밥을 꾸역꾸역 먹을 때 알아봤다.
섬에 갔어 물래? 하니 그라자고들 했다.
다이아몬드제도에는 내가 쫌 아는 식당이 두 곳 있다고 하니, 내심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누워서 쫌 찌지지?
조금은 추운날이었고, 그래서 근대역사관앞 벤치에 앉아 있던 그 모습이 짠했는데...,
철부선 객실의 방바닥이 따뜻해 너무도 고마웠다.
너거도 누워서 좀 쉬라!
근데 말을 듣나..., 매서운 해풍이 몰아치는 선실밖으로 나갔다.
세월은 또 지맘대로 흘러 얼마전을 작년으로 만들었다.
작년 8월3일,
나는 등대기행 41의 등대로 화원반도 최북단에 서 있는 '목포구등대'를 탐방했다.
밤이 깊어 찾아간 등대는 그 섬광만을 보여줬을뿐, 항로표지관리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등대를 담고 냉동인간이 되어 선실로 들어가니,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있기를 바랬던 엄마가 앉아서 선창밖을 보고 있었다.
"좀 누버있지..., 뭐를 그래 보고 있노?"
"니가 밖에서 뭐 하는지 봤다"
세월은 또 지맘대로 흘러 얼마전을 작년으로 만들었다.
작년 2월2일,
나는 아리랑길 61의 섬 길로 안좌도남부해안을 따라 걸었다.
그 날 길의 종착지 안좌복호여객선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바다에서 철부선 한 척이 접안을 해 왔다.
천사대교의 개통으로 목포로 나가는 시내버스가 터미널옆에 대기를 하고 있음에도 목포로 가는 철부선이라 했다.
꼭 타봐야지! 다짐에 다짐을 했다!!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차를 철부선에 싣는데,
선적하는 차량을 정리하는 직원이 다리로도 갈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 썩인 귀뜸의 말을 전한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안좌도로 간 엄마의 추억을 만들어줄라고?? 아니다!
바다에서 목포구등대를 재탐방하고, 그 날 꼭 타봐야지 했던 철부선을 탔을뿐이다.
아리랑길 59의 섬 길은 자라도였다.
섬을 둘러보며 그 날 섬에 울려퍼지던 일요일 아침의 풍금소리에 대하여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아리랑길 78과 79의 섬 길은 퍼플교 건너 박지도와 반월도였다.
분명 퍼플교였지만, 나는 사람의 다리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각인까지 했다.
핀잔을 들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나는 오늘까지 합치면 이 곳 사람의다리에 네번이나 왔다"고 실토를 했다.
"네번이나 오고서도 퍼플이 뭔지 모르나? 나는 한 번 왔는데 왜 퍼플인지 알겠다"고 했다.
사상 최악의 멘붕이었다.
에라이~ 밥이나 무로가자!
섬들의 밀집 형태가 다이아몬드를 닮아...,
원래는 1,004였는데, 지금은 섬 간 간척으로...,
아이구마 그만 좀 해라! 이런~
녹지 않은 눈 때문에 낯선 풍경이 더 낯설게 보인다고 했다.
내가 부산에 사는데,
우리 엄마한테 신안 낙지 맛을 보여줄라고 이 집에 두 번째 왔다고 하니, 플러스가 제법 있었다.
장뜰삼거리 직전에 있던 호떡집이 장사를 안해 아쉬웠다.
그 호떡을 각자 하나씩 물고 다이아몬드제도를 빠져나가고 싶었는데...,
"1시간 정도 가면 증도라고 있는데, 거 가서 1박하고 내일 선운사나 구경하고 집에 가까?"
"아이구 마- 됐다~ 집에 가자"
시계를 보니 17시20분, 네이비를 보니 373km...,
혹들은 피곤했는지 천사대교 중간쯤에서 잠에 빠져들었고,
나는 영암부근 졸음쉼터에서 찬물로 세수를 한 다음 줄기차게 쳐달을 해 21시 정각 집에 도착을 시켰다.
죽는줄 알았다.
다음날 아침 안방의 벽을 보니,
암태도 식당에서 받은 그 밋밋한 달력이 원색의 사계가 담긴 기존의 달력을 대신하고 있었다.
물때를 몰라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엄마는 왜??
한국뱃길 시리즈 01 「목포항 → 안좌도 복호항」
□ 운항선사 : 남신안농협 남신안농협2호
□ 항해거리 : 14마일 / 1시간
'한국뱃길 - 섬으로간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뱃길 - 안좌도 읍동선착장에서 목포북항 (0) | 2021.12.21 |
---|---|
한국뱃길 - 자은도 고교선착장에서 증도 왕바위선착장 (0) | 2021.07.09 |
한국뱃길 - 적촌선착장에서 지도 승선장 (0) | 2021.06.11 |
한국뱃길 - 미륵도 달아항에서 만지도선착장 (0) | 2021.03.30 |
한국뱃길 - 돌산도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항 (0) | 2021.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