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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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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뱃길 - 섬으로간길

한국뱃길 - 목포항에서 안좌도 복호항

경기병 2021. 1. 4. 18:00

일어나니 2020년12월31이 2021년1월1일로 바뀌어져 있었다.

맨날 쳐뜨는 해에게 인간이 부여하는 일련번호가 또 하나 생성되었을뿐! 달갑지는 않았다.

 

달력을 뜯는다.

뜯어낸 세월은 곧장 폐지상자로 들어갔다.

 

 

 

한국뱃길 - 목포항에서 안좌도 복호항 (2021.01.01) 

다이아몬드제도(안좌도-복호)로 가는 철부선에서 바라 본 목포 앞바다

 

 

새해 첫 날인데..., 우짜고 저짜고~

안돼! 이순신트레일에서 내가 본 바다는 엄마도 무조건 다 보아야한다.

 

07시로 출발 시간을 정했다.

가자고 할 때는 시무룩하더니..., 06시에 일어나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나를 깨운다.

 

 

 

 

 

진도 망금산 정상 '명량대첩승전광장'에서 울돌목을 내려다 보고,

화원반도를 북상하여 목포 구.도심을 구경한 다음, 철부선을 타고 다이아몬드제도로 갈 것이다. 

 

 

 

진도대교

 

 

해남산 농산물이 좋다고 해 진도로 가는 길에서 잠시 해남매일시장에 들렸다.

시장은 얼어있었다.

 

11시경, 진도대교를 건너 그토록 보여주고 싶었던 명량대첩승전광장에 올랐다.

 

 

 

울돌목과 진도대교

 

명량대첩승전광장내 조형물

 

울돌목해양에너지공원내 이순신장군

 

 

두 번을 왔기에 감동은 두 배였다.

 

저서 일본놈 배133척이 오고, 저서 이순신함대 13척이 일자로...,

보이는 명량(울돌목)의 장관에 친절한 부연설명 따위는 들릴리 만무했다.

 

에라이~ 목포로 간다.

 

 

 

목포대교

 

 

서울로 간 몇몇 배신자들을 제외한 일가친척들은 모조리 다 주구장창 부산에 살고 있기에,

영원한 부산사람 엄마가 부산을 벗어나는 경우는 오직 여행으로만 성립이 된다. 

 

엄마의 전라남도는 그 간에 몇 번을 간 여수가 전부였고,

일전에 고흥반도와 그 근해에 위치한 섬들(거금도, 소록도, 나로도, 낭도 등)을 탐방했을뿐이었다.

거기까지가 엄마의 남해안 이순신트레일이었다.

 

오늘 그 탐방의 선을 목포를 넘어 다이아몬드제도까지 늘린다.

 

 

 

목포근대화역사관 1관

 

목포발 서울(1)과 부산(2)으로 연결되는 국도원표

 

 

근대역사관 주의를 둘러보다가 엄마를 보았다.

조금 걷다가 힘에 붙혔는지 길가 벤치에 앉아 있는 그 모습이 짠하다.

해가 바꼈음이 순간 너무도 싫었다.

 

근대 역사고 나발이고 밥이나 무러가자!

목포라서 백반을 먹어야하는데, 섬진강휴게소에서 맛도 없는 비빔밥을 꾸역꾸역 먹을 때 알아봤다.

 

섬에 갔어 물래? 하니 그라자고들 했다.

다이아몬드제도에는 내가 쫌 아는 식당이 두 곳 있다고 하니, 내심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목포~하의도간을 운항하는 남신안농협2호

 

 

누워서 쫌 찌지지?

조금은 추운날이었고, 그래서 근대역사관앞 벤치에 앉아 있던 그 모습이 짠했는데...,

철부선 객실의 방바닥이 따뜻해 너무도 고마웠다.

 

너거도 누워서 좀 쉬라!

근데 말을 듣나..., 매서운 해풍이 몰아치는 선실밖으로 나갔다. 

 

 

 

유달산 기슭에 다닥다닥 지어진 집들을 보며, 엄마는 꼭 70년대 부산의 수정동 같다고 했다.

 

 

 

 

 

 

 

 

 

세월은 또 지맘대로 흘러 얼마전을 작년으로 만들었다.

 

작년 8월3일,

나는 등대기행 41의 등대로 화원반도 최북단에 서 있는 '목포구등대'를 탐방했다.

밤이 깊어 찾아간 등대는 그 섬광만을 보여줬을뿐, 항로표지관리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목포구등대(1)

 

목포구등대(2)

 

 

등대를 담고 냉동인간이 되어 선실로 들어가니,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있기를 바랬던 엄마가 앉아서 선창밖을 보고 있었다.

 

"좀 누버있지..., 뭐를 그래 보고 있노?"

"니가 밖에서 뭐 하는지 봤다"

 

 

 

자라대교 하부를 향하는 남신안농협2호

 

안좌복호여객선터미널에 접안하는 남신안농협2호

 

 

세월은 또 지맘대로 흘러 얼마전을 작년으로 만들었다.

 

작년 2월2일,

나는 아리랑길 61의 섬 길로 안좌도남부해안을 따라 걸었다.

 

그 날 길의 종착지 안좌복호여객선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바다에서 철부선 한 척이 접안을 해 왔다.

천사대교의 개통으로 목포로 나가는 시내버스가 터미널옆에 대기를 하고 있음에도 목포로 가는 철부선이라 했다.

 

꼭 타봐야지! 다짐에 다짐을 했다!!

 

 

 

2021년1월1일에 안좌도 복호로 타고 온 철부선

 

2020년2월2일에 안좌도 복호에서 바라 본 철부선

 

 

목포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차를 철부선에 싣는데,

선적하는 차량을 정리하는 직원이 다리로도 갈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 썩인 귀뜸의 말을 전한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안좌도로 간 엄마의 추억을 만들어줄라고?? 아니다!

바다에서 목포구등대를 재탐방하고, 그 날 꼭 타봐야지 했던 철부선을 탔을뿐이다.

 

 

 

자라대교

 

두리~박지도간 퍼플교

 

 

아리랑길 59의 섬 길은 자라도였다.

섬을 둘러보며 그 날 섬에 울려퍼지던 일요일 아침의 풍금소리에 대하여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아리랑길 78과 79의 섬 길은 퍼플교 건너 박지도와 반월도였다.

분명 퍼플교였지만, 나는 사람의 다리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각인까지 했다.

핀잔을 들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나는 오늘까지 합치면 이 곳 사람의다리에 네번이나 왔다"고 실토를 했다.

"네번이나 오고서도 퍼플이 뭔지 모르나? 나는 한 번 왔는데 왜 퍼플인지 알겠다"고 했다.

사상 최악의 멘붕이었다.

 

에라이~ 밥이나 무로가자!

 

 

 

두 번의 베이스캠프였던 정원장앞을 지난다.

 

신안1교 (안좌도~팔금도)

 

중앙대교 (팔금도~암태도)

 

 

섬들의 밀집 형태가 다이아몬드를 닮아...,

원래는 1,004였는데, 지금은 섬 간 간척으로...,

아이구마 그만 좀 해라! 이런~

 

녹지 않은 눈 때문에 낯선 풍경이 더 낯설게 보인다고 했다.

 

 

 

 

 

 

 

내가 부산에 사는데,

우리 엄마한테 신안 낙지 맛을 보여줄라고 이 집에 두 번째 왔다고 하니, 플러스가 제법 있었다.

 

 

 

천사대교와 동일시 되는 다이아몬드제도 인증샷

 

 

장뜰삼거리 직전에 있던 호떡집이 장사를 안해 아쉬웠다.

그 호떡을 각자 하나씩 물고 다이아몬드제도를 빠져나가고 싶었는데...,

 

"1시간 정도 가면 증도라고 있는데, 거 가서 1박하고 내일 선운사나 구경하고 집에 가까?"

"아이구 마- 됐다~ 집에 가자"

 

시계를 보니 17시20분, 네이비를 보니 373km...,

 

혹들은 피곤했는지 천사대교 중간쯤에서 잠에 빠져들었고,

나는 영암부근 졸음쉼터에서 찬물로 세수를 한 다음 줄기차게 쳐달을 해 21시 정각 집에 도착을 시켰다.

죽는줄 알았다.

 

 

 

천사대교 - 당분간 건너지 않는다.

 

압해대교 - 역시 당분간 건너지 않는다.

 

 

다음날 아침 안방의 벽을 보니,

암태도 식당에서 받은 그 밋밋한 달력이 원색의 사계가 담긴 기존의 달력을 대신하고 있었다.

 

물때를 몰라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엄마는 왜??

 

 

 

 

한국뱃길 시리즈 01 「목포항 → 안좌도 복호항」

□ 운항선사 : 남신안농협 남신안농협2호

□ 항해거리 : 14마일 / 1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