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한국뱃길 - 돌산도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항 본문
남해안은 경이로운 리아스식해안이다.
승두말에서 울돌목까지 이어진 그 경이로운 선에서 단연 으뜸은 고돌산반도가 만든 만과, 그 만을 감싼 섬들이다.
고돌산반도를 중심으로 동측수역은 가막만, 서측수역은 여자만이다.
그리고 나로도와 낭도 백야도 개도 금오도 연도(소리도)가 감싼 남측수역이 보돌바다이다.

내가 고돌산반도를 중심으로 한 이 바다에 미친 이유는 단연 바다색 때문이었다.
내가 아는 미사구들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색이다.
오늘 그 바다색에 엄마도 미치길 바라면서,
여자만 탐방후 한달여가 지난 3월의 첫 번째 토요일, 보돌바다에 떠 있는 섬으로 간다.
한국뱃길 - 돌산도 신기항에서 금오도 여천항 (2021.3.6)

올해 또 몇 번이나 여수를 향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길을 서성였던 지난날의 나를 또 얼마나 회상할지? 모르겠다.



차를 몰고 오는 한 이제 여수로 들어서는 길은,
태인도와 금호도를 거쳐 이순신대교를 건너 여수반도 동부해안을 따라 마래2터널을 관통하는 루트가 무조건이다.


07시30분에 출발을 하자고 서로 굳게 다짐을 하고 잠이 들었지만,
08시30분에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났다.
10시30분 항차를 14시 항차로 바꿔, 돌산도 신기항에 도착을 하니 13시30분이었다.



대한민국 영해에는 3,800여 섬들이 떠 있고, 그 중 400여 섬들에만 사람이 산다.
400여 섬에 사람이 산다지만, 정기여객선이 취항하는 섬은 추정컨데 채 200여 곳에 불과하다.
200여 섬을 갈 수 있다고 해도 차도선이 투입된 항로를 가진 섬은 아마도 100여 섬 남짓으로 보인다.
이는 곧 엄마가 탐방을 할 수 있는 비연륙화 섬들의 수이다.



14시30분, 금오도 여천항에 접안이 되었다.
엄마는 내·외나로도, 낭도, 백야도에 이어 보돌바다 다섯번째 섬으로 왔다.
나는 금오도에 두 번을 오게 되었다.

여수시에는 섬으로만 구성된 3곳의 면(面)이 있다.
거문도권역의 삼산면과, 보돌바다 북측수역의 화정면, 그리고 동측수역 금오군도의 남면이다.
여수시 남면의 중심이 되는 금오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이 된 섬으로,
북서쪽 함구미에서 남동쪽 장지까지의 동부해안에는 반주도로(지방도863호선)가 개설되어 있고,
이 도로는 2010년 2월 개통한 안도대교로 연접한 안도까지 이어진다.
일주도로의 미개설 해안인,
함구미에서 장지까지의 서부해안에 자리한 두포, 직포, 학동, 심포를 잇는 옛길이 지금의 금오도비렁길이다.
나는 2019년 4월 1박2일의 일정으로,
다섯구간의 비렁길 전부와 해안도로 전부를 다 걷고도 모자라 안도의 상산둘레길까지 일주를 했다.
아주 죽는줄 알았다.


2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색은 그대로였다.
그 때의 열정이 사라지고 같이 한 인연들과도 흩어진 날에,
다시 이 곳에 와 있는 나는 회상속을 서성일뿐 아무런 할 일이 없다.
한 대 태우고..., 직포로 간다.


그 날은 볕이 참 좋았다.
두포인지? 직포인지?
예상치 못한 비렁길 험난한 수직굴곡의 해안산길을 내려서니, 볕 듦이 너무도 좋은 해안가 마을이 나타났다.
어찌나 좋던지...,
한 참을 앉아 보돌바다에 넋을 빠뜨렸다.



내게는 그런 직포였는데...,

직포는 추악한 사건의 현장으로 각인이 된 포구였다.
얼마전 재혼한 중년부부는, 접안방파제 끝에서 카섹스를 했다.
20여년 운전일을 한 남자는 기어 중립의 상태로 0º의 기온속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차에서 내렸다.
남자가 내린후 옷도 입지 못한 상태의 여자는 서서히 바다로 밀리는 차와 함께 바다로 추락 사망했다.
죽은 여자의 사망보험금 수익자는 조금전 차에서 내린 금은방털이 전과의 남자로 얼마전 변경이 되어있었다.
대한민국 형법은,
99명의 범죄자는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은 만들지 않는다는 말 같잖은 구실로,
명백한 정황·증거가 있어도 그 중 하나가 불충분하면 무조건 가해자에게 유리해지는 법이다.
이 허술한 법에, 정의는 숨기고 법의 꼬투리만을 캐는 비양심적 돈벌레 변호인들이 합세를 하면,
뻔히 가해자인줄 알면서도 그 가해자를 풀어주는..., 아주 개 같은 꼴로 형벌 대신 당당한 무죄의 면죄부가 된다.
대한민국 판사는,
사적응징을 허용하지 않는 독점적 공적응징의 권한으로,
죽은 피해자의 억울한 진실은 뒤로 물리고, 산 가해자의 뻔뻔한 거짓에 동요된 판결을 남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세계 최고의 인권국가였는지 모르겠다.
잔혹하게 연쇄살인을 해도 집행조차 하지 않는 사형은 이제 선고조차도 없다.
생명을 함부러 빼앗을 수 없고, 법과 양심에 따라 선고한다는 무기징역은 절대 종신형이 아니다.
20여년 모범적 수형의 위선을 보인 무기수에게는 가석방의 혜택이 부여된다.
범죄에 상응하는 댓가로 가해자를 응징하여야 할 법이,
죽은 피해자의 인권보다는 죽인 가해자의 인권을 더 옹호하고,
정의를 저버린 비양심적 변호인들의 고소득 창출의 소재로 악용되는 한, 대한민국에 정의는 없다.
바람이 분다.
바람에 일렁이는 바다는 그 진실에 대하여 숱하게 일러주었지만,
칠십이 된 늙고 썩은 법으로 한 없이 인자하게 내려진 판결은 아둔하게도 그 진실을 외면했다.
그래도 직포는 누군가에게는 한반도 보돌바다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포구였다.
더 열 받기전에 안도로 가자!


금오도 입도 한 시간여가 지나 안도대교를 건넜다.
금오도에 가려졌지만, 금오도보다 더 마음에 담아 둔 섬, 안도에 왔다.


그들이 직포의 접안방파제에서 추잡한 카섹스 대신에,
안도의 상산둘레길을 무심히 걸었다면 분명 그 난잡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안도 어떼?
배고프다!
그래서 안도로 왔지...,




섬에서 받은 예상외의 늦은 점심상에 포만감이 흐뭇해 보였다.
이게 흐뭇이라면, 이년전 이 섬의 이 식당에서 내가 받은 저녁상은 영원한 비밀로 덮는다.
그 날은 상상둘레길을 걸었다.
오늘은 여수에서 소리도로 가는 여객선이 취항하는 서고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가설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인도교를 건너 대부도로 향행다.
인도교 중간쯤에서 마주한 바람에 아리랑길82-대부도(여수)는 당장에 그만두었다.
계속 진행을 했다가는 바람에 날려 보돌바다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

무릅이 불편한 엄마의 바다길 탐방은 대부분이 차창밖 풍경봄이고,
오늘처럼 바람이 사나운날엔 더 더욱 그렇다.
지난주 강화3섬 바닷길에서,
그 몰골에 실망을 한 엄마는 본인이 제시를 한 섬과 바다였기에 내심 자책을 했다.
엄마는 차창으로 금오도의 풍경을 보고, 나는 룸밀러로 엄마의 표정을 본다.
그런 두 시선을 만족시키는 보돌바다가 웃는다.
17시30분 막지막 항차로 섬을 나간다.
16시40분 우선 티켓팅을 하고 섬의 서북쪽에 위치한 함구미를 갔다오기로 했다.


원래의 계획은 16시에 이 곳 함구미에서 백야도행 여객선을 타고 금오도를 나가고자 했다.
복수의 항로를 가진 섬 탐방에서 얻을 수 있는 특별함이었는데...,
그 때는 방풍나물 팔던 섬 사람들도 제법 보였는데...,
오늘은 바람 때문에 여수에서는 배가 뜨지 않았고, 백야도로 가는 마지막 여객선도 떠나고 없었다.
그러니 선창가엔 적막함뿐이었다.
풍경에 묻은 쓸쓸함이 시림으로 다가왔다.
좀 시리제?
아직은 시림을 모르는 여행자들은 50줄에 시림 타령인 나를 외면했다.


바람부는 흐린날에도 저물녘은 있더라~
엄마가 옆에 있는데도 시림은 찾아 들더라~


간염병 방지의 일환인지? 실은 차안에 머물 수 있는 뱃길이었다.
좌우현으로 기울어지는 갑판으로 파도가 쳐 차창을 때린다.
보돌바다가 걸어오는 귀여운 장난이었다.
또 오께...,
너를 안보고 우째 살겠노...,

이제 섬으로 가지 않는다면,
엄마에게 보여주는 바다는 재탕이고, 나에게는 삼사탕이다.
또 한 주가 지나면, 엄마는 어느 바다에 있게 될지?
나 역시 궁금해진다.
한국뱃길 시리즈 02 「돌산도 신기항 ↔ 금오도 여천항」

□ 운항선사 : (유)한림해운 한림페리9호
□ 항해거리 : 3.3해리 /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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