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영일만 본문
주말마다 꼭 하루는 비가 내렸다.
그러다가 이번 주말은 이틀내내 비가 내린다고 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비가 내린다고 밝힌 곳은 대한민국 기상청이었고,
일어난 토요일 아침 하늘을 보니 비는 내릴라말라의 징후조차도 형성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친구는 없지만, 영일만이나 갔다오면 딱이겠다! 싶었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영일만 (2021.04.03)
동해고속도로 울산~포항간 구간이 개통되면서 영일만은 1시간 거리에 있는 바다가 되었다.
그래서 툭하면 그 곳으로 간다.
제철소, 죽도시장, 동해남부선, 이명박...,
이런 것들만의 포항은 아니다.
영일만, 호미곶, 양포항, 포항여고...,
이런 곳이 있어 포항이다.
남포항ic를 빠져나와 31번국도를 타고 영일만을 형성시킨 호미반도의 해안지선에 도착을 했다.
바다가 너무도 잔잔해 보는 재미가 없다고 했다.
영일만은 석양이 지는 시각에 호미곶에서 도구쪽으로 향할 때가 제일인데..., 말이다.
해파랑길 15~17코스는 영일만을 둘러나오는 길이다.
그 때의 15~16코스는 무슨 연유에서 그러했는지는 몰라도,
실질적 호미곶(독수리바위 부근)이 위치한 해안도로를 외면한 채 호미반도를 횡단하는 산길이었다.
지가 걷는 길의 자아 대신 남이 그은 선의 인증에 고무된 이들은 그 산길로 갔지만,
나는 영일만 해안지선만을 따라 갔다.
그리고 오늘,
그 때는 보이지 않았던 해파랑의 표식들이 이착되어 있음을 본다.
영일만에 오면 이유도 없이 항시 그 곳으로 간다.
그 항과 그 등대와 그 손모가지를 보아야만이 영일만 탐방이 완성되는 기분이다.
집에서 막힘 없이 104km를 달려가면,
이런 항과 이런 등대와 이런 손모가지가 있는 바다에 닿을 수 있음은 생의 운이다.
14시가 넘었지만 아직도 비는 내리지 않았고,
팔순을 넘긴 엄마가 해맞이광장을 산책하며 사다준 쥐포 먹음은 생의 기쁨이다.
구룡포로 가야한다.
그래야만이 호미반도를 다 돌기에...,
먼저 일어나 식당을 나오니 그제서야 빗방울이 떨어진다.
"엄마 비 온다"
"집에 가자"
단조로운 융기해안인 동해안에 형성된 유일한 만의 지형이지만,
영일만(迎日灣)은 결코 정의된 만의 지정학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바다이다.
북동쪽으로 튀어나간 반도의 끝인 장기곶과,
지금의 포항영일만항이 자리한 달만말을 연결한 선의 안쪽 바다를 우리는 영일만이라 칭한다.
그래, 영일만까지는 백 번 양보를 해 영일만으로 치부를 한다.
장기곶을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호미곶이라 불렀다.
장기곶이 위치한 대보면이 언제부터인가 호미곶면으로 바뀌었다.
한반도가 호랑이를 닮았다는 주장은 역사가 부정을 한다.
비록 기형이지만 그래도 호랑이인데..., 호랑이는 시도때도 없이 주변국으로부터 숱한 침략만을 당하며 살았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 할 우리끼리의 억지에서도 그 자리를 찾지 못하는 꼬리,
그 꼬리라고 우기는 해안을 수십 번도 넘게 헤매였지만, 오늘도 끝내 그 꼬리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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