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청해진 본문
일어난 일요일 아침,
봄바람이 요란하게 불고 있었다.
엄마가 말했다.
오늘은 영동할매가 딸을 데리고 왔나보네...,
어제 아침의 검색기록을 더듬었다.
음력 2월은 영동달이고, 무서운 달이다.
음력 2월에 부는 바람은 하늘에 사는 영동할매가 딸을 데리고 땅으로 내려와,
딸이 차려입은 치마가 나풀대어 더 예쁘게 보이기 위해 몰고 온 바람이란다.
뭔 말 같잖은 소리를...,
"엄마 김 사러 갈래?"
"김??"
어제는 멸치를 이유로, 오늘은 김을 이유로 바람부는 바다로 갔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청해진 (2021.03.21)
오늘은 쉬자고도 했지만,
쉼은 머무는 집에 있음이 아니라, 떠나는 길을 있다.
해를 따라 서쪽으로 간다.
사실은, 그 날 그 길에서의 내가 그리워서...,
작년 4월13일,
나는 약산도 당목항에서 고금도와 신지도를 관통해 완도항까지 홀로 걸었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다음날에서야 완도의 동부해안과 달도를 거쳐 해남땅 남창으로 나왔다.
회상이 된 그 길을 다시 한번 서성이고 싶었다.
3시간여를 달려 마량으로 들어서는 23번국도에 접어들었다.
왕복 700km를 운전해 갔다오는 일요일의 여정도,
그 운행시간을 차에서 버텨야 할 가족들의 불편함도 바다를 보면 사라질 것임을 안다.
그러니까...,
오늘 포함 마량항에 총 세 번을 오게 되었다.
허나, 스치기만 했을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잠시 머물기로 한다. 이유는 밥!!
밥을 먹으며 엄마의 표정을 살핀다.
다행히 개국지처럼 끓인 우럭매운탕이 입에 맞는 듯 보였다.
식당을 나서며 엄마가 말했다.
"니 따라 다니다가 이거저거 먹다보니 집에서 먹는 밥은 이제 맛이 없어 못먹겠다"
남은 여생 삼시세끼 무조건 외식이다! 할라다가..., 참았다.
연안에 근접한 섬들의 연륙화는 이제 거침이 없다.
토목공학의 발전과 더불어 제원조달 능력까지 갖춘 대한민국의 섬들은 이제 외롭지가 않다.
1971년 거제대교의 개통으로 통영과 이어진 거제도는,
2010년 거가대교로 부산과도 이어졌지만, 차후 마산과도 이어진다.
1기의 해상교량에 의존했던 연륙화는 이제 사통팔달의 바닷길을 추구하고 있다.
오늘 완도로 들어가는 길은,
강진땅 마량에서 고금대교와 신지대교를 건너는 77번국도 바닷길이다.
오늘 완도를 나오는 길은,
완도대교와 남창교를 건너 해남땅 북평으로 나오는 이 역시도 77번국도 바닷길이다.
고금대교와 약산연도교를 건너 그 날의 시점 당목항으로 갔다.
요금 천원을 내고 강진읍에서 탄 버스는,
마량항을 지나고 고금도를 관통해 약산도 동단의 당목항까지 갔다.
보통은 버스가 종점에 도착을 하면 남은 승객은 많아야 한 두명인데, 승객 대부분이 종점인 당목항에서 내렸다.
1시간30분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그러고도 부족해 또 다시 배를 타야만이 그들의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그 날의 풍경이었다.
그 풍경속을 서성이고자 다시 당목항으로 와 있는 나를 본다.
16시쯤 완도에 들어섰고, 곧장 동망봉 완도타워에 올랐다.
이순신트레일에서 마주한 바다들에서,
꼭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두 면의 바다가 있었다.
진도의 망금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명량과,
완도의 동망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청해진이었다.
엄마는,
올해 1월1일 진도타워에서 명량을 내려다 보았고, 지금 완도타워에서 청해진을 내려다 보고 있다.
내 사는 곳에서 전라남도 서남권역은 서울 만큼이나 멀다.
멀다는 이유로 엄마가 명량과 청해진을 못 볼 이유는 없다.
오늘 떠남의 이유였던 김을 사고나니 17였다.
집으로 돌아가자니 아직도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 회상의 저편에 남겨져 있었다.
그 곳을 두고 떠날순 없었다.
17시30분쯤에 완도대교와 남창교를 건너 해남땅 북평으로 나왔지만,
집으로 가는 우회전 대신 더 멀어지는 좌회전을 했다.
여기가 한반도 남서최남단인데...,
지리지형적 상징성에 가치를 두지 혹들은 춥다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았다.
에라이~ 비워진 땅끝에서 담배 한 대를 물고 서성였을뿐이었다.
일요일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374km로 표출된다.
2019년6월1일,
나는 송지면에 저물녘을 드리우는 하늘을 보며 숙소옆 조경석에 한참을 자빠져 있었다.
씻는다고 북새통인 이들이 빨리 나오길 기다리면서...,
2021년3월21일,
나는 송지면에 저물녘이 드리우는 그 풍경속을 지난다.
자빠져 있던 조경석이 스치는 나를 물끄럼히 쳐다보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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