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사량도 본문
일주일간 내리 퍼붓던 비가 고맙게도 토요일이 되자 그쳤다.
'흑찹쌀도 사고, 감자도 좀 사고...,'
엄마의 장에 가자는 말에 11시30분 집을 나섰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사량도 (2021.07.19)
약물에 지친 엄마는 내가 회사를 안가는 주말을 내심 기다린다.
장에 가자는 말은 (바다)바람을 쐬고 싶음이다.
차를 배에 싣고 엄마와 함께 갈 섬은,
이제 목포로 가지 않는 한 모조리 재탐방이다.
말이 목포지..., 목포는 100km/hr로 네 시간을 쳐가야 나오는 도시다.
어디로 가야할지...,
이제 갯가에서 쐬는 바다 바람은 성에 차지 않는다.
섬으로 가는 뱃전에서 쐬는 바람만이 시원하다.
일년전에도 엄마는 사량도를 탐방했다.
오늘 또 다시 사량도를 탐방함은 순전히 바람을 맡기 위해서일뿐이다.
상,하도로 구성된 사량도는 네 개의 항로를 가진 섬이다.
통영의 가오치와 미수동 그리고 고성의 용암포와 삼천포에서 각각의 차도선이 수시로 운항을 한다.
그 때는 도산반도 가오치에서 사량도를 오갔다.
오늘은 용암포에서 섬으로 들어가 미수동으로 나올 것이다.
이제 배를 타도 실린 차에서 내리질 않는다.
그러니 엄마가 '와 안가노?' 한다.
가고 있는데...,
30여분뒤, 풍양카페리는 사량도 상도의 북부해안에 위치한 내지항에 접안을 했다.
섬의 중심지 금평으로 가 점심을 먹고,
상,하도를 일주하고,
통영으로 나가자!
그게 계획이다.
약 때문에 입맛도 없고 잇몸도 부었다고 했다.
지인이 추전한 식당으로 갔다.
부디 그 맛이 엄마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이 되었음 좋겠다는 바램으로...,
아~ 친절도하고 참 잘 하더라!
섬에도 이런 식당이 있구나..., 싶었다.
혹시나 싶어 미수동으로 나가는 배표부터 끊었다.
한 번 온 섬,
한 번 본 풍경,
스치는 섬의 풍경에 내재된 것들에 딱 1년의 세월이 흘러 있었다.
섬의 촌락들을 지날때,
마을 쉼터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민(노인)들과 마주친다.
뭍으로 떠나버린 아이들,
남겨진 섬에는 남은 시간만이 한껏 있는 듯 했다.
삶은 순응이었고, 순응은 세월이었다.
엄마한테 가라고...,
통영에서, 고성에서, 삼천포에서 하루 수차례 섬을 오가는 배들이 있는데...,
하도에 이어 상도까지 일주를 하고나니 17시였다.
30분만 기다리면 배가 온다.
뱃전에서 보는 바다,
뱃전에서 맡는 바람 때문에 다시 찾은 섬이었다.
18시20분, 통영으로 나왔다.
미륵도 북부 미수동을 배로 오니 조금은 특별한 기분이었다.
장을 보는 사이에 나는 강구안을 서성였다.
통영으로 여행을 온 사람들의 저물녘에 묻은 설레임을 본다.
나도 저런 떠남속에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살짝 그런 그리움이 들었다.
허나,
삶은 순응이고,
순응은 내가 지키고 보우해야 할 그 모두를 져버리지 못하게 하는 굴레임을 안다.
사실은, 엄마와의 세상 서성임이 제일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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