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갈 곳 없는 바다 본문
거제도 해금강이 자리한 반도의 지형을 사람들은 갈곶이라고 불렀다.
해금강 주변을 운항하는 유람선의 선장이 말하길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그렇게 불러왔다고 했다.
한반도 서남해역으로 가지 않는다면 나 역시도 갈곶과 맞닥트린 심정이다.
주중엔 꼼짝없이 집안에서 투약의 고통을 버티는 엄마는,
내가 회사를 안가는 주말이 바깥 바람을 쐬는 유일한 이틀이고,
그 이틀이 투약에 지친 심신을 바다를 보며 위로를 받는 날들이기도 하다.
일어난 토요일 아침,
담배 한 개비와 지도를 띄운 폰을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여기저기 아낌없이 쏘다닌 결과 마차진에서 마량까지의 해안선에는 더 이상 낯섦이 남은 바다는 없었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갈 곳 없는 바다1 (2022.2.19)
정오가 다돼서야 집을 나섰다.
정처 없이 떠돌다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쭉 가다가 문득 그 해협이 생각이 났고..., 삼천포로 빠졌다.
삼천포에서 창선도로 들어가는 바닷길은 근 백 번을 넘게 건넜고,
삼천포에서 초양도로 들어가는 하늘길마저 일전에 건넜기에..., 참 갈 곳이 없다.
케이블카나 한 번 더 탈까?도 싶었지만,
전염의 우려에 포기를 하고 삼천포대교에 차를 올렸다.
용궁시장에서 사기로 한 다시멸을 인파가 적은 지족항에서 사기로 했다.
부러 남해도로 들어서는 핑계를 만들었다.
3번국도와 중복된 77번국도 4기의 해상교량을 건너면 창선도다.
창선도에서 지족해협으로 가는 길은 오늘도 섬의 서부해안으로 난 1024번 지방도가 된다.
엄마의 자리는 조수석 뒷좌석이니까...,
그 길에서 제법 근사한 식당을 만났다.
내 엄마에게 공손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주인장의 태도가 그 맛을 능가했다.
지족해협에 오면 늘 설레였지만,
이제 그 설렘도 동이 났는지..., 건어물을 파는 점포만을 찾게 되더라~
역시 산지가 더 비샀다.
남해읍에 잠시 들러 장을 보고나니 16시쯤이었다.
하동 제첩특화마을에 들러 제첩국을 사 집으로 오니 19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살 때는 사지마라 하고선 막상 사오니,
집에 오자마자 제첩국 한 팩을 데워 남해시장에서 싼 쪽파를 쏭쏭 썰어 넣고 밥을 말아 엄마가 저녁을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자 갈 곳 없는 바닷길을 헤매인 하루였다.
엄마에게 보여준 바다 - 갈 곳 없는 바다2 (2022.2.20)
일요일에 멀리 갔다가는 다음날인 월요일,
엄마는 집에서 쉬지만 회사를 가는 나는 비몽사몽으로 하루를 보내야 한다.
일요일,
오늘은 또 어디로 가야하나..., 싶었다.
백야도에서 낭도로 가는 뱃길에 구미가 땡겼지만...,
육짓길이 있음에도 구지 뱃길로 가는 꼴을 모르는 이들에게 보여야 함도 그렇고...,
더러운 중국년,놈들이 퍼트린 바이러스 전염도 심히 우려스럽고...,
그로해서...,
통영으로 가면 어디론가 가지겠지 하는 막연함으로 봄이 오고 있을 그 곳을 향했다.
차도선이 운항을 하지 않는 뱃길은 제외를 시키고,
나머지 항로들에서 오늘 뱃길을 찾으니 거제도 호곡항에서 견내량 화도로 가는 차도선이 있었다.
13시10분, 거제도 서부해역에 위치한 호곡항에 도착을 했다.
근데, 배 꼬라지 가관도 아니었다.
맨 정신으론 도저히 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엄마에게 배를 보여주며 탈래? 하고 물으니, 그냥 다른 데로 가잖다.
3월에 운행을 시작한다는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를 미리 보고,
학동고개를 넘어 거제도 동부해안으로 난 14번국도를 따라 구조라해변으로 갔다.
게장을 잘 한다는 집구석에서 해물듬뿍칼국수를 먹고,
서이말등대로 가 엄마에게 희밋하게 보이는 대마도를 직지시켜 주고, 집으로 오니 오늘 또 하루가 끝나더라~
(사진이고 나발이고 만시 다 귀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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