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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천상의 배추밭 - 안반데기 & 허난설헌 생가터 본문

고을탐방 - 한국유랑길

천상의 배추밭 - 안반데기 & 허난설헌 생가터

경기병 2022. 10. 13. 12:24

그 어떤 관여도 받지 않은 채,

내 가고자 한 길을 따라 홀로 이어간 동해안 해파랑길,

장기곶을 둘러나오면서부터 닿는 항과 포구들은 그 길을 이어갈 이유로 충분했다.

 

강구, 축산, 후포, 죽변, 묵호, 주문진, 물치, 외옹치, 아야진, 간성, 대진...,

 

울진읍 연호공원에서 고개 하나를 넘어서니 다시 바닷길이 시작되었고,

그 길의 저 끝, 곶의 지형에 아련한 등대 하나가 서 있었다.

죽변곶 죽변항이었다.

 

길은 끝이 났지만,

그 길이 그리워지면 엄마를 데리고 그 항과 그 포구들로 가, 일 없이 서성이다 돌아오곤 했다. 

죽변항 역시도...,

 

 

죽변곶 해안을 감싸고 모노레일이 놓여졌다고 했다.

통영에서 돌아온 날 오전, 엄마를 데리고 불이나케 죽변으로 갔다.

 

항의 허름한 식당에서 장치조림에 밥 한 그릇 먹고,

곶의 해안을 순환하는 모노레일 그거 한 번 타면 그만인데...,

 

밥 팔아 사는 것들은 묻는 말에 대꾸마저 귀찮아하고,

해운대꺼 흉내 조차도 못낸 모노레일 한 번 타기가 어찌나 상그랍고 앵꼽든지...,

에라이~ 하고 내려와 버렸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배추밭은 강릉에 있고,

강릉을 가려면 정내미 떨어진 죽변항, 그 오만해진 항을 스쳐야 한다.

 

죽변항을 외면하자니 강릉이 울어 할 수 없이 7번 국도에 차를 올렸다.

 

 

 

 

천상의 배추밭 - 안반데기 & 허난설헌 생가터 (2022.10.10)

안반데기 고랭지 배추밭

 

 

 

오랫만에 강릉으로 간다.

 

근데, 강릉 참 멀다.

이어진 고속도로도 없고, 바로 가는 철길도 없고...,

 

 

 

 

옥계휴게소에서 바라본 망상해변

 

 

 

 

10시50분쯤 집을 나와,

14시20분쯤 동해고속도로 옥계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15시30분쯤 강릉나들목을 나와 415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15시50분쯤 감자원종장 삼거리에서 대관령으로 넘어가는 산길을 이십여분 오르니,

16시10분쯤 고갯마루에 닿게 되었고,  그 곳이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안반데기'였다.

 

  

 

 

 

 

 

 

광활했다.

이런 풍경을 보고 광활이란 말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높고 척박한 고산준령에 광활한 밭을 일궈낸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배추 한 포기 만 원이 넘어도 절대 비싸다고 말하지 않아야 함이 이 밭을 일궈낸 사람들에 대한 존경이다.

 

 

바람이 태풍보다 더 심하게 불고, 그 바람속 기온은 5º였다.

엄마는 차에서 내리질 못했고, 나 역시 서너번 셔터질 후 냉큼 차로 돌아왔다.

 

 

알펜시아로 가 발왕산을 오르는 케이블카를 탑승하고자 했지만,

이 바람에 운영 여부를 떠나 잘 하다가는 통째로 날아갈 것 같아서 대관령을 둘러 경포로 향했다.

 

 

 

 

 

 

 

경포로 가다가,

일가인 사임당누님을 배신하고 그 이웃에 살은 허초희 여사의 옛집으로 갔다.

 

 

 

 

 

일가냐? 시냐?

 

 

 

한반도에 지금의 북한보다 더한 정권이 있었다면, 그건 분명 조선이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보다 더한 반인륜적 반상으로 1%가 99%를 착취하고,

대륙의 속국임을 자랑스러워한 그들은 여성 인권마저 칠거지악으로 철저히 유린했다.

 

그런 놈들이 요지부동의 지배층으로 군림하는 나라의 백성과 여성으로 산다는 것!

그건 죽어야 빠져나갈 수 있는 팔자였을 것이다.

 

초희여사의 상 앞에서 분노가 치밀어 발길을 돌렸다.

 

 

 

 

내가 걸어간 해파랑길

 

 

 

 

왔으니 먹어야 하는 초당순부두...,

왔으니 보아야하는 경포대 달구경...,

 

경포해변으로 난 해파랑길을 서성이는데,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엄마가 아직 배도 부르고 집도 머니  그만 돌아가자고 했다.

 

 

우윳맛 잠시 들다마는 순두부를 먹기 위해 배 꺼질 때까지 기다리는 꼴도 우습고,

달이야 남하하는 7번국도 좌측 창가에 늘 보이는 바다에 떠 있을테고,

천상의 배추밭을 오르고자 온 강릉이었기에 더 남은 일은 없었다.

 

 

17시55분, 네이비에 우리집을 찍으니 331이었다.

21시31분, 네이비에 표출된 숫자가 0이 되니 우리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