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황진 장군이 없다 - 진주성 본문
시월 두 번째 연휴의 첫 날,
금일도 혹은 생일도를 가고자 11시쯤 집을 나섰지만,
100km/hr을 유지해야 할 속도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다 겨우 닿은 진주서부터 또 정체다.
아무리 그 맛이 진미라도 줄을 서야 한다면 그 맛은 후일로 미루는게 맞다.
아무리 그 곳이 가고 싶어도 줄을 서면서까지 갈 이유는 없다.
덜덜 떨면서도 겻불을 쬐지 않는 그런 멍청한 아집은 없지만,
난 기다리고 밀리고 하는 그런 정체된 순간속에 있는 게 살면서 제일 싫다.
일 없이 가는 길, 일 있어 가는 사람들에게 길을 내어주고 곧장 진주로 들어섰다.
황진 장군이 없다 - 진주성 (2022.10.8)
뒤벼리를 지나는데, 남강에 난리가 나있었다.
그러고보니 시월이었고, 시월엔 서울시에서도 탐을 낸 남강유등축제가 열리는 달이다.
하늘마저 가을인 날,
진주성 그 고즈넉한 숲에 숨은 진주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10월3일 개천예술제와 동시에 열리던 유등축제가 올해는 10일에 시작이라고 했지만,
축제의 주무대인 남강과 진주성일대는 이미 그 시작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어제 저녁,
회사를 나오니 날씨가 급작스레 추워졌다.
잠바나 하나 사 입을까 싶어 신세계로 갔고,
내 옷을 고르다가 엄마가 입을만한 잠바만을 사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화장실에 간다던 엄마가 손 쓸 틈도 없이 점심값을 계산한다.
제법 나왔을텐데...,
허나 돈은 내보다 엄마가 더 많다.
많이는 한 번에 걷지 못해도,
진주성과 박물관쯤은 쉬엄쉬엄 걸으며 충분히 둘러 볼 수 있는 엄마이지만,
역사고 유물이고 나발이고 답답한 실내 관람을 싫어하는 엄마의 강제 관람을 위해 휠체어를 대여했다.
엄마가 탄 휠체어를 밀며 진주성을 가로질러 국립진주박물관으로 향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사를 다룬 박물관이다.
휠체어를 밀며 전시된 것들에서 그의 흔적을 찾았지만, 내겐 보이지가 않았다.
1차 패전의 보복을 위해 집결한 10만의 적에게 둘러싸여,
명나라 군도, 도원수 권율도, 의병장 곽재우도 구원을 포기한 성을 사수하다 죽은 장수!
그가 목숨을 바쳐 지켜내고자 한 그 성에 그는 없었다.
적의 코앞에서 술 퍼마시고 조선 수군을 전멸시킨 원균을 평택시가 기리지 못해 안달이다.
자치단체장을 선출직으로 하면 안되는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자,
남이 벤 수급을 주워 영전한 패장의 운이 아직도 세상을 농락하고 있음이다.
같은 성을 지키고자 목숨을 바친 장수들,
그 성엔 승장은 상까지 세워졌지만, 패장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진주성을 나오는 길,
휠체어에서 내린 엄마가 휑하니 성밖으로 나가고,
빈 휠체어를 밀며 성을 나오는데 황진 장군의 심정이 이러했으리라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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