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이 될 길의 기록
천령의 가을 - 지리산 오도재 본문
내편 니편 갈라져,
내편을 잡아 넣을려는 니편을 향해 촛불이 밝혀진 지난 밤,
나는 또 싸울려는 커플의 남자와 술을 마셨다.
심심해서 한동안 싸우질 않는 그들에게 '제발 좀 싸워라!'고 그랬는데,
두 달여 냉전의 심로를 겪은 그들이 또 싸우기 일보 직전의 전야를 만들고 있었다.
'안오면 직인다'는 남자의 전언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톡으로 써 여자에게 보냈다.
싸우는 모두를 응원한다.
삶이 심심해 죽겠는데 주위에서 싸워주니 이 얼마나 흥미스런 일인가!
보수와 진보의 치열한 까발리기, 그 남자 그 여자의 이루지 못할 사랑의 열전,
서울도 싸우고 부산도 싸운 밤이 지나고 맞이한 일요일 아침,
하늘을 보니 가을이 곧 떠날 듯 싶었다.
천령의 가을 - 지리산 오도재 (2022.10.23)
간다는 가을이 머물고 있는 곳을 찾아 11시쯤 집을 나섰다.
지리산 북부권으로 간다.
그리고 가을이 머물고 있는 곳을 찾아 서성일 것이다.
14시쯤 함양읍 상림공원에 도착을 했다.
가을은 떠나 버렸고 가을이 남기고 간 흔적속에 사람들만이 무성했다.
15시30분쯤,
삼봉산과 벽화산 사이 고개를 넘는 1023번 지방도 정점에 올랐다.
지리산 제1문 오도재였고, 가을이었다.
오도재로 오르는 길이 하도 굽이굽이져서,
엄마는 골이 흔들려 가을이고 오도재고 나발이고 차에 앉았고,
나는 가을이 남기고 간 색들로 물든 지리산에 내려 지리산?을 서성인다.
떠났지만 가을은 다시 온다.
허나 싸우고 떠난 사람은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
이 좋은 가을밤에 지만 정의롭다며 다시 촛불을 켜는 사람들,
이 좋은 가을날에 다시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는 사람들,
그들이 보기 싫어 가을은 떠났다.
백무동을 둘러 집으로 오는 길,
가을을 찾아 떠난 사람들로 채워진 고속도로를 뚫고 집으로 오니 19시3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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