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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천령의 가을 - 지리산 오도재 본문

고을탐방 - 한국유랑길

천령의 가을 - 지리산 오도재

경기병 2022. 10. 25. 14:02

내편 니편 갈라져,

내편을 잡아 넣을려는 니편을 향해 촛불이 밝혀진 지난 밤,

 

나는 또 싸울려는 커플의 남자와 술을 마셨다.

심심해서 한동안 싸우질 않는 그들에게 '제발 좀 싸워라!'고 그랬는데,

두 달여 냉전의 심로를 겪은 그들이 또 싸우기 일보 직전의 전야를 만들고 있었다.

'안오면 직인다'는 남자의 전언을 토시 하나 틀리지 않게 톡으로 써 여자에게 보냈다.

 

 

싸우는 모두를 응원한다.

삶이 심심해 죽겠는데 주위에서 싸워주니 이 얼마나 흥미스런 일인가!

보수와 진보의 치열한 까발리기, 그 남자 그 여자의 이루지 못할 사랑의 열전,

 

서울도 싸우고 부산도 싸운 밤이 지나고 맞이한 일요일 아침, 

하늘을 보니 가을이 곧 떠날 듯 싶었다.

 

 

 

 

천령의 가을 - 지리산 오도재 (2022.10.23)

오도재에서 맞이한 만추

 

 

 

간다는 가을이 머물고 있는 곳을 찾아 11시쯤 집을 나섰다.

 

지리산 북부권으로 간다.

그리고 가을이 머물고 있는 곳을 찾아 서성일 것이다.

 

 

 

 

늘봄가든 - 오곡밥정식

 

 

 

14시쯤 함양읍 상림공원에 도착을 했다.

가을은 떠나 버렸고 가을이 남기고 간 흔적속에 사람들만이 무성했다.

 

 

 

 

오도재 가는 길 - 1

 

오도재 가는 길 - 2

 

 

 

15시30분쯤,

삼봉산과 벽화산 사이 고개를 넘는 1023번 지방도 정점에 올랐다.

 

지리산 제1문 오도재였고, 가을이었다.

 

 

 

 

 

 

 

오도재로 오르는 길이 하도 굽이굽이져서,

엄마는 골이 흔들려 가을이고 오도재고 나발이고 차에 앉았고,

나는 가을이  남기고 간 색들로 물든 지리산에 내려 지리산?을 서성인다.

 

떠났지만 가을은 다시 온다.

허나 싸우고 떠난 사람은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는다.

 

이 좋은 가을밤에 지만 정의롭다며 다시 촛불을 켜는 사람들,

이 좋은 가을날에 다시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는 사람들,

그들이 보기 싫어 가을은 떠났다.

 

 

백무동을 둘러 집으로 오는 길,

가을을 찾아 떠난 사람들로 채워진 고속도로를 뚫고 집으로 오니 19시3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