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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이 될 길의 기록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백암산 케이블카 본문

한국삭길 - 하늘풍경길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백암산 케이블카

경기병 2023. 3. 22. 11:23

지지난주 엄마는 3개월마다 도래하는 CT, MRI, Bone scan 검사 등을 받았고,

지난주 목요일 외래에서 주치의는 검사결과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봄도 왔고,

이제 드디어 그 곳으로 갈 때가 되었다!

 

 

엄마를 집에 데려다주고,

출근을 하자마자 사이트를 열고 당장 출입신청을 해 버렸다.

 

 

 

 

 

 

 

지난해 가을,

화천군은 민통선내 해발 1,178m 백암산 정상을 오르는 하늘길을 열었다.

 

비목의 상흔...,

민간인통제선 넘어...,

 

분명 설레이는 하늘길이었지만,

치유중인 노모를 데리고 그 먼 곳으로 가는 여정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아서,

예약이 가능한 날 출입신청을 하다가도 극복불가의 현실에 부질없는 클릭질은 관두기 일쑤였다.

 

 

세월은 절대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견주고 때를 맞추다보면 '내 이럴 줄 알았다'로 끝남이 세월이다.

 

에라이~ 모르겠다!

어차피 생은 스치는 바람이다.

지 가고 픈 대로 감이 바람이 가는 길이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 백암산 케이블카 (2023.3.19)

백암산케이블카 - 1 (백암산케이블카 홈페이지에서 발췌)

 

백암산케이블카 - 2 (백암산케이블카 홈페이지에서 발췌)

 

 

 

미친놈 때문에 여든셋 엄마의 오늘은,

 

아침 7시쯤 집을 나서 419km를 북상 화천으로 가,

또 거기서 한 시간여 버스를 타고 민통선을 지난 다음,

2,217m 하늘길을 15분 동안 올라 해발 1,178m 백암산 정상에 서는 것이다.

 

 

부디 오늘의 이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여든셋 엄마가 잘 견뎌주길 바라며 07시30분 집을 나섰다.

 

 

 

 

 

 

 

어제의 약속대로,

07시 정각 모두 기상을 하고, 후다닥 출발을 하려는데...,

 

이 무슨 개 같은 사태가...,,

잠시 내린 운전석쪽 창문이 올라오지를 않는다.

 

왠만한 정비소는 다 쉬는 일요일,

시간도 채 8시가 안됐는데...,

 

여름이라도 창문을 연 채 고속도로를 달릴순 없다.

엄마에게 찬바람은 무조건 독이다.

 

우짜지...,

엄마의 표정을 본다.

엄마는 내가 어떻게라도 이 상황을 수습하고 이왕 나선 길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었다.

 

 

출발은 하자!

노쇼는 없다!

 

문수나들목으로 가는 길,

보이는 정비소들은 다들 자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칼과 테이프를 사며 큰 비닐봉지 하나를 얻었다.

편의점 앞 주차장에서 닫혀지지 않는 창을 비닐로 감싸고 있으니,

담배를 피우러 나온 주인이 그 모습에 동참을 해 같이 생쑈를 하다가,

둘 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정비의 상식을 들춰내 핸들밑 퓨즈박스를 열었다.

덮개에 쓰진 퓨즈별 위치에 퓨즈별 암페어 수를 확인하니 잘 하면 창문이 올라갈거란 기대감이 인다.

 

문제는 퓨즈뽑기였다.

다행히 그의 포터에 낚시바늘 뽑는 뺀치가 있었다.

좌측윈도의 죽은 퓨즈를 빼내고 기능이 없는 같은 암페어의 퓨즈를 뽑아 꽂으니 창문이 올라간다.

 

세수도 않고 선행을 펼친 편의점 사장에게 사례를 하며,

시계를 보니 08시30분이 지나고 있었다.

 

 

 

 

건천휴게소

 

 

 

13시10분까지는 오라고 했기에,

길에서 아침을 먹는 30분을 제외한 다섯 시간을 419km에 주었는데...,

 

안되는 놈은 안된다는 팔자에 따라 발생한 개 같은 사태로,

길에서 아침을 먹는 30분을 제외한 네 시간이 419km에 주어졌다.

 

 

 

 

 

 

 

 

 

엄마가 차창으로 들어오는 봄볕을 쬐며 잠이 든 사이사이,

평균시속 120km/hr를 상회하는 속도로 중앙고속도로와 5번국도를 북상한 결과,

12시40분쯤 북한강변 화천체육관주차장내 '백암산케이블카 (임시)신원확인검문소에 도착이 되었다.

 

'안되는 놈은 안돼'가 내 사주라면,

'바라면 무조건 이뤄진다'는 내 팔자였다.

 

 

 

 

북한강 건너 화천읍의 상징 - 곰돌이 뒤통수

 

 

 

이년 전 파주 임진각에서 철원을 거쳐 속초 아바이마을로 가는,

접경지역횡단기에서 화천읍을 지났다.

 

그 횡단에서 스치며 본 곰돌이 뒤통수를 오늘 또 본다.

엄마도 같이...,

 

 

오늘은 분명 엄마에게는 힘든 여정이다.

 

하지만 나는,

내 엄마가 연로해졌다고, 치유중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흐르는 세월을 그저 우두커니 바라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낯선 북한강변의 풍경에 앉아 봄볕을 쬐고 있는 엄마는,

곧 민통선내 하늘길을 오르는 특별함을 삶의 소소한 이유로 가질 것이다. 

 

 

 

 

 

 

 

 

 

어떤 하늘길이 가장 높이 오르고,

어떤 하늘길이 가장 멀리 가는지는 이제 중요치가 않다.

 

민통선내 하늘길!

그 특별함만으로도 이미 최고와 최장은 넘어섰다.

 

 

 

 

 

 

 

13시30분,

하부승하차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는 출발을 했다.

 

 

 

 

 

 

 

모든 유형의 비밀은 위성이 내려다보고,

현대전의 승패는 전략무기 한 방이면 끝나는 판국에,

대한민국은 보안은 아직도 구태의 허울에 갇혀 자국민에게 불편만을 초래하고 있다.

 

419km를 달려와 오르는,

백암산 하늘길의 모든 풍경은 뇌에만 담아야 한다.

국방앱인지 나발인지가 폰에 깔리니 카메라 기능은 상등신이 됐다.

 

 

 

 

백암산케이블카 하부승하차장

 

 

 

 

두 곳의 군 검문소를 통과한 셔틀버스는,

민통선내 군사작전도로를 힘겹게 올라 탑승 50분이 지난 14시20분 하부승하차장에 도착을 했다.

 

 

민통선내에 위치한 백암산케이블카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하루 5회만 운행을 한다.

 

당일 갔다가 돌아오는 여건상 4회차를 탈 수 밖에 없었고,

4회차는 13시10분까지 신원확인검문소에 도착을 하여야 하고,

13시30분에 셔틀버스를 타고 50여분 하부승하차장으로 이동을 한 다음,

15분 상승 후 백암산 정상에서 30여분을 머물다 15분 하강을 해 돌아오는 사이클로,

한 번 탑승에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부득이 오늘 엄마의 점심은,

하부승하차장 매점에서 산 카스타드에 가져 온 딸기우유가 전부였다.

 

 

 

 

백암산케이블카 상부승하차장

 

 

 

 

 

그리고...,

 

2,217m 가파른 하늘길을 상승한,

빨간캐빈은 14시45분쯤 해발 1,178m 백암산 정상에 닿았다.

 

풍경?

삭막하더라!

 

 

 

 

백암산케이블카 홈페이지에서 발췌

 

 

 

이 곳에서 군생활을 한 여든다섯 노병의 이전 방문이 있어,

그 두 번째 연장자가 된 엄마의 뒤를 안내자분도 나와 함께 따랐다.

 

그 친절에 노모를 데리고 이 곳으로 온 까닭을 알렸다.

 

우리 엄마가 올해 여든셋인데,

대한민국 케이블카 열전중이고 백암산은 그 열다섯 번째 하늘길이며,

뭣 한다고 여다 케이블카를 만들어 사람을 부산서 화천까지 오게 했냐고...,

 

안내자와 군인들이 웃었다.

웃는 그들에게 톡에 저장시킨 그간의 하늘길들을 보여주었다.

 

 

 

 

백암산 정상에서 엄마가 내려다본 풍경 - 1 (백암산케이블카 홈페이지에서 발췌)

 

 

 

엄마는 고도를 가르는 철책과 그 선을 지키는 GP의 풍경에 매료가 되었지만,

나는 그런 엄마를 이 곳에 데리고 왔음이 뿌듯했다. 

 

 

안내자분이 물었다.

우리 백암산케이블카 어떻습니까?

 

내가 말했다.

우리 엄마 표정을 보이소!

 

 

 

 

백암산 정상에서 엄마가 내려다본 풍경 - 2 (백암산케이블카 홈페이지에서 발췌)

 

백암산 정상에서 엄마가 내려다본 풍경 - 3 (백암산케이블카 홈페이지에서 발췌)

 

 

 

15시35분,

대한민국 그 얽히고 설킨 규제를 풀어,

민통선내 풍경을 국민에게 보여주고자 한,

화천군의 의지에 경의를 표하며 하부승하차장으로 내려왔다.

 

 

 

 

 

 

 

16시30분,

원점회귀를 하듯 셔틀버스는 화천체육관 앞 신원확인검문소로 돌아왔다.

 

 

인구 이만오천의 접경지역 기초자치단체가,

각종 규제를 뚫고 민통선내 군사지역 하늘에 지평을 연 '백암산케이블카'는 감동이었다.

 

경로우대가 적용된 엄마는,

단 돈 13,000원으로 셔틀버스와 케이블카로 세 시간여 민통선의 숨겨진 풍경을 보았다.

 

재정자립도 10%대의 화천군이,

백암산케이블카로 얻을 세외수입은 극히 미비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엄마와 나는 북한강이 흐르고 백암산이 우뚝한 화천을 두고 두고 그리워 할 것이다.

 

 

 

 

화천읍내

 

 

저녁식사 할 곳을 춘천시내에서 화천읍내로 바꿨다.

화천에 조금이라도 더 머물고 싶어서...,

 

화천대교를 건너 태극기 휘날리는 화천읍내로 들어섰다.

 

그 한 번이 좋으니 다 좋다!

화천!!

 

 

 

 

 

 

 

 

 

이 가격에 이 상차림은 뭐냐...,

지금까지 엄마와의 세상 서성임에서 방문을 한 식당들은 모조리 다 바가지였나...,

 

백암산케이블카 4회차는 쫄쫄 굶고 타는 회차라서 매우 배가 고팠고,

화천읍내 시장을 찾아가다 들어선 식당은 또 화천을 그리워하게끔 만들었다.

 

화천은 반드시 공정여행으로 답례를 해줘야 하는 곳이라서,

식당을 나와 장을 좀 보고자 했지만 장날도 아니었고 대다수의 점포들은 문을 닫고 있었다.

 

 

17시50분,

서귀포와 속초 그리고 목포에 이어 또 한 곳의 아름다운 도시가 된 화천을 떠난다.

 

내 사는 곳에서는 너무도 멀리에 있기에 언제 다시 오리오마는...,

그리워하면 언젠가는 만나게 된다.

 

   

 

 

 

 

 

5선형의 고속도로 419km를 남하해 집으로 오니 21시40분이었다.

 

월요일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니,

엄마는 어제 갔다온 화천의 지명을 재차 물었다.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벌써 그 곳이 그리워졌나..., 싶었다.

 

 

 

 

 

엄마와 오른 하늘길 15  -  (화천) 백암산 케이블카